2025년 11월 13일, 홍콩 디즈니랜드 리조트에서 개최된 ‘디즈니+ 오리지널 프리뷰 2025’의 글로벌 및 아태지역 리더십 토크 세션에서 에릭 슈라이어 사장과 캐롤 초이 총괄이 대화를 나눴다. 사진 제공 = 월트디즈니 컴퍼니.
2025년 11월 13일, 홍콩 디즈니랜드 리조트에서 개최된 ‘디즈니+ 오리지널 프리뷰 2025’의 글로벌 및 아태지역 리더십 토크 세션에서 에릭 슈라이어 사장과 캐롤 초이 총괄이 대화를 나눴다. 사진 제공 = 월트디즈니 컴퍼니.
에릭 슈라이어. 사진 제공 = 월트디즈니 컴퍼니.
에릭 슈라이어. 사진 제공 = 월트디즈니 컴퍼니.
캐롤 초이. 사진 제공 = 월트디즈니 컴퍼니.
캐롤 초이. 사진 제공 = 월트디즈니 컴퍼니.

(홍콩=ER 이코노믹리뷰) 11월 13일, 홍콩 디즈니랜드 리조트에서 개최된 ‘디즈니+ 오리지널 프리뷰 2025’의 글로벌 및 아태지역 리더십 토크 세션에서 에릭 슈라이어 사장과 캐롤 초이 총괄이 인사이트를 공유하며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에릭 슈라이어 사장의 정식 직함은 ‘디즈니 텔레비전 스튜디오 및 글로벌 오리지널 텔레비전 전략 부문 사장’이다. 타이틀이 긴 만큼 책임지는 콘텐츠도 실제로 많다. 20세기 텔레비전과 20세기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을 총괄하며, 연간 300편 이상의 작품과 총 4,500시간에 달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글로벌 창작 부문을 이끌고 있다.

캐롤 초이 총괄의 정식 직함은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태지역 통합 마케팅 및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 총괄’이다. 즉 아태지역의 콘텐츠 기획-마케팅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두 리더는 이번 대담을 통해 디즈니는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콘텐츠의 중요성, 창작자와 협업 방식,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했다.

한편, 두 리더의 ‘말버릇’이 인상 깊었다. 대화 전반에서 ‘배운다’와 ‘감사하다’는 표현을 유독 자주 사용했다. 상대를 ‘이끌기’에 충분한 위치임에도 ‘배운다’는 태도와 파트너 및 팀에 대한 깊은 ‘감사’가 일관되게 묻어났다. 이는 왜 디즈니가 본질적인 ‘이야기꾼(storyteller)’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번 쇼케이스의 핵심 키워드가 ‘협업의 힘(the power of collaboration)’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1. 로컬 콘텐츠가 글로벌 성장으로 이어진다

디즈니+에게 아태지역의 로컬 오리지널 콘텐츠는 정말로 중요할까?

에릭 슈라이어 사장은 디즈니+의 글로벌 성장을 위해 아태지역 콘텐츠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디즈니, 스타워즈, 마블 등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강력한 IP를 보유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각 지역 시청자들과 교감하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이야기를 담은 로컬 오리지널 콘텐츠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는 전 세계에서 발휘되는 다양한 창의성을 지켜보는 것이 “정말 신나는 일”이라며, 현지 문화가 반영된 스토리가 글로벌 콘텐츠 라인업을 보완하는 중요한 축이라고 설명했다.

캐롤 초이 총괄 역시 디즈니 아태지역의 로컬 콘텐츠 투자에 대한 진심 어린 의지를 강조했다. 그녀는 디즈니가 무엇보다 ‘스토리텔링’ 중심의 회사이며, 훌륭한 이야기, 높은 제작 완성도, 강렬한 캐릭터 아트와 같은 보편적인 요소에 지역 문화적 뉘앙스를 더했을 때 로컬 크리에이터의 개성이 빛난다고 밝혔다.

실제로 <무빙>, <나인 퍼즐>, <카지노> 등과 같은 작품들은 비평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아 ‘로컬 포 로컬(Local for Local)’ 전략의 성공적인 결과물이라고 평가받았다.

2. ‘사람’이 글로벌 전략과 로컬 니즈의 균형점이다

글로벌 콘텐츠 전략과 각국의 니즈를 어떻게 균형 있게 맞출까?

에릭 슈라이어 사장은 “데이터와 과학, 그리고 감성과 직관의 조합”이라고 답하며 디즈니-다운 접근 방식을 설명했다.

그는 시청자 그룹, 시청 패턴, 시장별 취향 데이터를 면밀하게 분석하는 동시에, 각 지역 리더들과 크리에이터들이 가진 본능적인 감각과 직관을 신뢰한다고 밝혔다.

때로는 위험을 감수하고 예상 밖의 시도를 통해 <스타워즈>나 <더 베어>처럼 진정한 성공작이 나온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데이터는 참고하되 결국 사람의 꿈과 예술성에 베팅하는 것이 디즈니의 철학이라고 역설했다.

3. 진정성을 존중해야 품질이 유지된다

디즈니는 스토리텔링 품질을 어떻게 유지하는 걸까?

에릭 슈라이어 사장은 답하기 전에 25년 넘게 이 일을 해왔다면서 “제가 낳은 자식들이죠. 단, 누가 제일 좋아하냐는 질문은 삼가주세요.”라면서 웃었다.

그는 존 랜그래프(John Landgraf)와 데이나 월든(Dana Walden) 같은 훌륭한 리더들 밑에서 배웠다면서, 크리에이터들이 최고의 작업을 하고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다시 말해, 이 철학은 개인의 철학이 아닌 디즈니의 철학이라는 점을 암시했다.

특히 자신의 역할이 ‘코칭’이라고 반복해서 밝혔다. ‘잔소리’가 아니라 크리에이터들이 만들고 싶은 방향대로 갈 수 있도록 길잡이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자신이 작가나 감독은 아니며 그럴 능력이 없다는 걸 안다고 밝혔다. 대신 창의적인 사람들을 코칭해 “당신 안에 어떤 이야기가 불타고 있나요?”라고 묻고 그 이야기를 세상에 꺼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런 철학은 APAC 팀과 협업 등 다양한 파트너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밝혔다. 자신이 모든 지역의 시청자를 아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다 만스토리의 보편적인 구조와 시각적 언어는 이해하고 있기에, 지역 리더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캐롤 초이 총괄은 아시아 콘텐츠 기획 시 지역 특성과 관객 선호를 반영하는 과정이 예술과 과학, 즉 창작의 자유와 경제적 현실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창작자의 진정성 있는 비전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디즈니+의 역량과 결합하여 전 세계 시청자들이 사랑할 작품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4. 팬덤을 만들기 위해 실험한다

디즈니 리더가 보는 글로벌 콘텐츠 트렌드는 무엇일까?

에릭 슈라이어 사장은 짧고 몰입도 높은 포맷의 부상을 주목했다. 과거 대작 사극이 유행했지만, 이제는 <더 베어>와 같은 30분 내외의 드라마가 각광받는 이유는 사람들이 모바일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며 집중 시간이 짧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래서 디즈니는 60~70분짜리 에피소드 대신 짧고 밀도 높은 에피소드 구성을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좋은 이야기와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설명하면서 ‘팬덤’을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디즈니의 실험이 단지 트렌드를 쫓아가는 게 아니라 결국은 ‘팬덤을 만드다’는 큰 목표 아래 진행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캐롤 초이 총괄은 아시아에서 특히 디지털 소비 패턴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2분 내외의 세로형 드라마와 같은 ‘초단편 포맷’의 인기를 언급했다. 

디즈니+는 미드폼, 언스크립티드, 뮤직, 라이프스타일 예능 등 다양한 장르를 실험하고 있으며, 이번에 공개된 신규 라인업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장점인 형식의 유연성을 활용하여, 7분짜리 <블루이(Bluey)> 같은 초단편 시리즈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만큼 창작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실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힘쓰고 있다.

5. 상대를 신뢰하면 훌륭한 파트너가 된다

좋은 파트너십을 만드는 핵심은 무엇일까?

에릭 슈라이어 사장은 핵심 가치를 ‘신뢰(trust)’를 꼽았다. 여기서 신뢰란 리스크를 디즈니가 감수하고 크리에이터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즉 플랫폼, 임원, 크리에이터 간의 신뢰가 있어야 과감한 위험을 감수하고 진정한 협업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디즈니의 철학이 “창작자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성취를 돕는 것”에 있다고 설명하며, 일본·한국 팀들과 협업에서도 현지 크리에이티브 임원과 재능 사이의 신뢰 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캐롤 초이 총괄은 APAC 지역에서 디즈니의 가장 큰 강점으로 그렇게 신뢰를 통해 오랜 기간 쌓아온 다양한 파트너십을 들었다.

지상파 방송사와 장편 드라마 공동 제작, 일본 출판사 고단샤와 유명 IP 기반 콘텐츠 협업, 그리고 하이브, 스타토(Starto)와 같은 기획사와 아티스트 협업 등 다방 면에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소개했다.

나아가 소설, 게임 등 다양한 원천 IP를 기반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코지마 감독과 협업도 그 일환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폭넓은 협업 구조를 통해 아시아에서 더 크고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갈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6. “너무 공격적인 목표 아니야?”

2021년 로컬 프로덕션 진출 발표 당시 “너무 공격적인 목표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제는 양적 확대를 넘어 콘텐츠 품질과 지역 내 위상 강화에 집중할 때라고 밝혔다.

지난 5년간 155편 이상의 APAC 오리지널이 출시되어 비평과 흥행 모두 성공을 거둔 것에 대해 캐롤 초이 총괄은 깊은 자부심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식적으로 밝힌다며, 시청자들과 팀원들, 그리고 협력해준 글로벌팀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에릭 슈라이어 사장은 글로벌 관점에서 아시아의 창작 모멘텀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평가하며, 특히 한국과 일본 크리에이터들의 놀라운 수준에 감탄했다. 그는 한국 콘텐츠가 보편적인 감정과 인간미를 담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특별히 언급했다. 또한 APAC 팀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결론적으로 디즈니+는 ‘로컬 스토리텔링’, ‘창작자에 대한 신뢰’,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응’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을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