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와 공급망 불안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고려아연이 3분기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4조원을 돌파하고,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103분기 연속 흑자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도 이어가게 됐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중국의 핵심광물 수출 통제라는 위기 상황이 오히려 국내 유일의 전략광물 생산기지인 고려아연에게는 기회로 작용했다. 방위산업과 디스플레이 산업의 혈관으로 불리는 전략광물 분야가 실적을 견인한 가운데 선제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이뤄낸 압도적인 성과라는 평가다.

사진=고려아연
사진=고려아연

영업익 2734억원
고려아연은 5일 3분기 연결기준 실적 공시를 통해 매출액 4조 1597억9700만원, 영업이익 2734억700만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집계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9.7% 늘어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매출 4조원 시대를 열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2.3%나 폭증하며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103분기 연속 흑자라는 대기록으로, 25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단 한 번의 적자도 없이 안정적인 경영 능력을 입증한 셈이다.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의 누계 실적 역시 역대 최대다. 3분기 누계 매출액은 11조 81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8%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누적 영업이익은 8034억원으로 33.2% 늘어났다.

다만 3분기 당기순이익은 707억 39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7% 감소했다. 고려아연 측은 달러원 환율 급등에 따른 외환 손익 영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영업 활동을 통한 이익 창출 능력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나, 비영업 부문인 환율 변동으로 인해 장부상 순이익이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글로벌 불확실성과 경기 악화 등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선제적 투자와 기술개발,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회사의 경쟁력과 안정적인 경영관리 능력을 입증했다"고 자평했다.

호실적의 일등 공신은 단연 '전략광물' 분야다. 

최근 중국이 희토류는 물론 안티모니, 인듐 등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전 세계 공급망이 위협받는 가운데,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들 광물을 생산하는 고려아연의 전략적 가치가 극대화됐다.

고려아연은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공급량을 늘려온 전략광물 분야가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회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티모니, 인듐, 비스무트 등 전략광물을 생산하는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특히 방위산업의 핵심 소재로 탄약, 포탄, 미사일 등의 제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안티모니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고려아연은 회수율을 향상하는 동시에 첫 대미 수출을 성사하는 등 적극적인 판로 개척에 나섰다. 그 결과 올해 3분기까지 안티모니의 누계 판매액은 약 2500억원 수준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8%가량 급증했다.

디스플레이 산업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인듐의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인듐의 올 3분기 누계 판매액은 약 4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0%가량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꾸준한 R&D 투자와 선제적인 설비 투자를 통해 회수율을 극대화하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온 고려아연의 장기적인 전략이 결실을 봤다는 평가다. 중국의 수출 통제가 오히려 고려아연을 '전략광물 공급망 허브'로서의 대체 불가능한 기업으로 부각시킨 셈이다.

안전자산 금·은 판매도 호조… 2조원대 사상 최대 주주환원

전략광물이 실적 성장의 한 축을 담당했다면 귀금속 분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 것이 금과 은의 판매 호조로 이어졌다.

3분기까지 누계 은(Silver) 판매액은 2조 3000억원을 넘어섰으며, 금(Gold) 판매액 역시 1조 3000억원을 돌파했다.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핵심 사업으로서의 역할이 재확인되는 순간이다.

한편 고려아연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파격적인 주주환원 정책도 함께 발표했다. 이사회를 열고 2025년 결산배당으로 주당 2만 원의 배당을 결의했다. 이는 전년 배당금 1만 7500원 대비 2500원(약 14.3%) 증액한 수치다. 배당 기준일은 올해 12월 31일이며, 배당액 규모는 자기주식(자사주) 115만 9747주를 제외한 보통주 1818만 3516주를 대상으로 약 3637억원에 달한다.

기존에 약속했던 1조 6689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이행까지 포함하면 회사의 2025년 총 주주환원 금액은 2조 326억원에 이른다. 사상 최대 규모의 주주환원으로 최근 경영권 분쟁 등 '적대적 M&A'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회사를 지지해 준 주주들에게 강력한 신뢰와 보답의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상 최대 실적과 사상 최대 주주환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고려아연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번 실적에 대해 "선제적인 투자와 포트폴리오 확대를 기반으로 전략광물과 귀금속 분야가 호조를 보였고, 자원순환 등 신사업 부문도 안정 궤도에 오르고 있다"고 총평했다. 나아가 "적대적 M&A 위기를 이겨내고, 국내 유일 전략광물 생산 허브이자 국가기간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한편, 트로이카 드라이브(Troika Drive) 등 신사업 분야에서도 내실을 다져 기업가치와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고려아연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및 수소, 2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사업을 의미한다. 이미 자원순환 부문이 안정 궤도에 오른 만큼, 향후 2차전지 소재와 수소 사업 등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전통적인 제련업을 넘어 '친환경 신소재 기업'으로의 도약을 가속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