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이커머스 대표주자인 11번가와 G마켓이 최근 지배구조를 개편하며 재도약에 나서고 있다. 쿠팡·네이버 양강 체제와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한국 시장 진출로 업계 내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쇄신을 통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이에 최근 체질 개선을 끝낸 이들 기업은 대규모 할인 행사를 통해 고객 혜택을 늘리는 한편, 연예인 마케팅과 모회사와의 제휴를 확대하는 등 시장 점유율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11번가·G마켓 쇄신 첫 단추는 ‘지배구조’ 개편

5일 11번가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11번가 보유 지분 전량을 자회사인 SK플래닛에 매각하는 안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기존에는 SK스퀘어가 SK플래닛과 11번가를 각각 자회사로 두고 있는 구조였으나, SK플래닛이 11번가 지분을 100% 인수하며 ‘SK스퀘어→SK플래닛→11번가’로 지배구조가 변경됐다. 다시 말해 11번가가 SK플래닛의 손자회자가 된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지난 2018년 11번가에 5000억원을 투자했던 나일홀딩스(H&Q코리아 블라인드펀드·국민연금·새마을금고 등)는 투자금을 회수하게 됐다. 당시 투자 약정상 조건에는 5년 내 기업공개(IPO)로, IPO가 이뤄지지 못하면, SK스퀘어가 FI 지분(18.18%)을 되사는 콜옵션 조항도 포함됐다. 이후 기한인 2023년 9월 30일까지 IPO가 성사되지 못했고, SK스퀘어가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면서 11번가는 결국 매각 대상이 됐다.
그러나 이커머스 업계가 포화 상태에 이르며 11번가의 매각은 어려움을 겪었고, SK스퀘어는 2차 콜옵션 행사 기한 종료 시점을 앞두고 FI들과 협상 끝에 동반매도청구권 행사를 통해 11번가 지분 전량을 SK플래닛에 매각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에 따라 SK플래닛은 11번가 재무적투자자에게 11번가 지분 인수 대가로 총 4673억원을 연내 일시 지급할 예정이다. 이로써 11번가 재무적투자자는 동반매도청구권 행사를 통해 SK스퀘어 지분을 포함한 11번가 지분 전량을 SK플래닛에 매각함으로써 과거 11번가 투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이번 거래를 위한 11번가 지분 인수 대금은 SK스퀘어의 증자와 SK플래닛 자체 자금을 활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SK스퀘어가 보유한 ▲스파크플러스(공유오피스) ▲해긴(게임) ▲코빗(가상자산거래소) 등의 지분도 SK플래닛 산하로 재편할 예정이다.
최근 지배구조를 개편한 건 11번가뿐만이 아니다. 11번가와 함께 1세대 이커머스 대표 주자로 불리는 지마켓도 지난 9월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이 5 대 5로 출자해 설립한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이 출범함에 따라 알리익스프레스와 함께 합작법인 산하 자회사로 편입됐다.
한편, 이들 기업이 일제히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배경에는 이커머스 시장의 치열한 경쟁이 자리한다. 이커머스 업계의 경우 코로나 팬데믹 당시 급격하게 성장했으나, 이후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며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시작으로 명품 플랫폼 발란, 뉴넥스(브랜디·하이버) 운영사 등이 잇따라 자금난에 몰리며 법정관리 절차를 밟은 바 있다.
아울러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구도도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힌다.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쿠팡의 월간 이용자 수는 3416만7489명으로 종합몰 중 1위를 차지했다. 이는 2위인 알리익스프레스(909만4479명)에 4배에 달하는 수치다. 11번가와 G마켓은 각각 764만9455명과 665만7318명을 기록하며 4위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색 마케팅·서비스 확대로 고객 잡는다

지배구조 개편을 마친 이들 기업은 다음 행보로 고객 혜택 강화와 판매자 지원에 나선다. 파격적인 혜택을 통해 시장 내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먼저, 지마켓은 이달 JV 출범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대규모 할인 행사인 ‘빅스마일데이’에서 고객의 할인 체감율을 높이기 위해 550억원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기존에 판매자와 공동 부담하던 쿠폰 할인 비용을 G마켓이 전액 부담해 판매자의 부담을 덜고 고객 혜택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마케팅도 강화한다. 11번가는 이번 행사를 위해 설운도, 김종서, 환희, 민경훈 등 가수 4명을 모델로 발탁해 행사 홍보에 나서고 있다. 광고는 각 아티스트의 대표곡을 빅스마일데이 대표 카테고리인 가전·디지털·패션·식품과 연결해 언어 유희적으로 재해석한 콘셉트로 구성했다.
이와 함께 지마켓은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처음으로 점찍은 시장은 동남아시아다. 지마켓은 지난달 동남아시아 대표 이커머스인 ‘라자다(LAZADA)’와의 제휴를 통해 본격적인 해외 판로 확장에 나섰다. 이번 제휴는 G마켓 상품을 라자다와 연동해 현지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을 골자로 하며 공급 상품 수는 약 2000만개에 달한다. 이에 따라 지마켓 입점 판매자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 5개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11번가는 SK플래닛과 각 사의 핵심사업인 OK캐쉬백과 이커머스의 시너지를 통해 마일리지·커머스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OK캐쉬백과 11번가의 간편결제 시스템인 ‘11pay’를 결합해‘결제→포인트 적립’ 서비스를 구축한다. 아울러 일반 소비자와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모바일 상품권을 발행해 판매하는 11번가 기프티콘을 향후 OK 캐쉬백 앱 내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11번가는 ‘AI 기반 맥락(Context) 커머스’로 진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AI가 고객의 구매 패턴과 취향 등을 다면적으로 이해해 맞춤 상품을 추천해 주는 커머스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11번가와 SK플래닛은 두 회사의 기존 AI와 데이터 기술 역량을 통합해, 11번가를 새로운 소비 경험을 제공하는 차별화된 커머스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생존 게임 국면에 접어든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전면적 쇄신에 나선 1세대 이커머스 11번가와 지마켓이 어떤 활약을 펼치게 될지 이목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