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단죄'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비자금 50억 원을 해킹하는 통쾌한 복수를 성공시키며 장르물 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8일 공개된 5화에서 펼쳐진 이 전개는 단순한 권선징악을 넘어 범죄에 사용되는 기술을 역이용해 응징한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0일 알려진 바에 따르면 드라마 '단죄'는 보이스피싱 사기로 가족을 잃은 무명 배우 하소민(이주영)과 엘리트 형사 박정훈(구준회)이 거대 피싱 조직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8일 공개된 5화에서는 조직에 잠입한 두 사람이 딥보이스 기술을 활용해 조직의 수장 마석구(지승현)를 완벽하게 속이는 과정이 치밀하게 그려졌다.

이들은 과거 보이스피싱 피해자였던 현직 국회의원을 섭외해 마석구를 안심시킨 뒤 계약 체결 메일을装해 스캠 사이트로 유도했다. 결국 마석구가 링크를 여는 순간 조직의 회장 김두식(성기윤)이 관리하던 50억 원 규모의 암호화폐 비자금이 해킹됐다. 이후 마석구는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하며 하소민의 “잘 가라 이 XXX야”라는 대사와 함께 처절한 응징을 맞는 장면으로 첫 번째 복수가 마무리됐다.

하지만 복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9일 공개된 6화에서는 병원 이송 중이던 마석구가 실종되고 비자금을 탈취당한 조직 회장 김두식이 박정훈의 부친인 경찰청장을 압박하며 2라운드를 예고했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구도가 역전되며 긴장감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단죄'의 이러한 전개는 단순한 허구적 서사를 넘어선다. 현실 세계에서 교묘한 수법으로 서민들을 파탄에 이르게 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사회적 공분을 스크린으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특히 범죄 조직이 사용하는 딥보이스나 암호화폐 같은 최신 기술을 주인공들이 역으로 활용해 그들을 무너뜨리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대리만족을 선사한다는 평가다.

이는 최근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더 글로리'나 '모범택시'처럼 법의 테두리 밖에서 사적 복수를 감행하는 '사이다' 드라마의 흥행 계보를 잇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토종 OTT 플랫폼 웨이브가 넷플릭스 등 글로벌 공룡들과의 경쟁 속에서 한국 사회의 현실을 정조준한 소재를 통해 차별화된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시도인 셈이다. 범죄의 실상을 고발하면서도 장르적 쾌감을 놓치지 않는 '단죄'가 OTT 시장에 어떤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길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