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올해 전국 아파트 분양시장이 예년보다 크게 위축되며 연간 분양 물량이 25만가구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울은 정비사업 지연과 공사비 인상 등으로 연간 2만가구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 공급 급감, 작년보다 10만가구 줄어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전국 민간 아파트 분양물량(임대 포함)은 14만8836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주택시장이 활황이던 2021년(37만7000가구)의 4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며, 지난해 24만4000가구보다도 10만가구 가까이 적다.

공급 감소의 주요 원인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과 공사비 상승, 지방 미분양 누적 등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요인들로 인해 건설사들이 신규 사업 착공을 미루거나 분양을 연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6만6613가구로 전월보다 7.0% 증가했다.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은 악성 미분양은 2만7584가구로 1.9% 늘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은 정비사업 단지 위주로 청약 수요가 탄탄하지만 지방은 집값 약세로 미분양이 쌓이면서 청약 미달이 속출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장기 미착공 사업장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서울 분양 가뭄, 공급 부족 심화

청약 열기 또한 지역별로 뚜렷한 온도차를 보였다. 올해 9월까지 전국 평균 청약 경쟁률은 7.75대 1로, 지난해 평균 12.37대 1보다 낮았다. 반면 서울은 평균 133.45대 1로 작년 104.23대 1보다 높았다.

서울의 경우 정비사업 중심의 공급 구조가 유지되고는 있지만 사업 지연, 공사비 갈등 등이 누적되며 분양 물량은 급감하고 있다.

올해 9월까지 서울의 누적 분양물량은 1만가구 수준에 그쳤으며, 4분기 대기 중인 물량을 포함해도 연간 2만가구 남짓에 불과할 전망이다.

업계는 추석 연휴 이후 분양 일정이 일부 재개되더라도 전체 공급 규모는 지난해보다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10월 예정된 분양 아파트는 서울 서초구 신동아 1·2차를 재건축하는 ‘아크로드서초’(1161가구)를 비롯해 전국 57개 단지 5만1000가구다. 하지만 연휴 일정과 경기 불확실성으로 이 물량이 모두 소화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11월과 12월 분양 대기 물량을 모두 합쳐도 4분기 분양은 9만가구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분양 실적은 23만~24만가구 수준으로, 작년보다 낮고 3년 연속 25만가구에도 미달할 것으로 보인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서울과 지방의 주택시장이 양극화되고 있다"며 "서울은 공급 부족 우려가, 지방은 미분양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 주택경기를 살리고, 서울의 정비사업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