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흔들렸던 시기를 지나 3분기 안정적인 흐름을 잡아갈 전망이다. 메모리 사업에서 실적 반등이 두드러지고 비메모리 부문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가운데 스마트폰 부분에서의 실적도 기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추석 연휴가 끝난 뒤 3분기 잠정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매출 83조5515억원, 영업이익 9조7524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매출 79조원, 9조1800억원보다 높은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이맘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가진 것을 지키려는 수성(守城) 마인드가 아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도전 정신으로 재무장하겠다"며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위기 극복을 위한 재도약 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

기술과 품질은 우리의 생명이라며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 사진=삼성전자

1년이 지난 지금 삼성전자는 어려운 시간을 벗어나 왕조의 자리를 탈환하고자 한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의 마음이다.

반도체, 삼성 '돈 벼락' 이끌다

반도체(DS) 사업이 역전 적시타의 주인공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3분기 DS부문 영업이익만 4조원~5조원대로 예상 중이다.

지난 19일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 연말로 갈수록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던 서버향 수요가 추론 발 수요 급증으로 인해 내년까지 강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으며, 최근에는 코로나 초기 투자됐던 일반 서버들에서도 교체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메모리는 D램 위주 실적 회복이 강하게 나타날 전망"이라고 기술한 바 있다.

삼성전자 24Gb GDDR7 D램.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24Gb GDDR7 D램. 사진=삼성전자

3분기 예상실적은 매출액 84조1000억원, 영업이익 10조7000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웃돌 전망이라고 작성했다. 매출액은 직전 분기 대비 13%, 영업이익은 129% 성장한 수치다. 삼성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 4000억원을 기록했다.

폭발적인 DS 사업 분야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가격 인상과 반도체 수요 급증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시장의 흐름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넘어오면서 HBM 뿐 아니라 범용 메모리까지 수요가 커지기 시작했다. AI에서 추론은 학습에 비해 데이터 처리량이 많아 더 많은 메모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폭증한 수요에 비해 메모리 기업들의 공급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메모리 가격도 크게 오르는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까지 1달러 초반에 머물던 D램 가격은 최근 6달러에 육박하며 4배 넘게 뛰었다.

삼성전자도 최근 이 같은 흐름에 동참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에 올 4분기 D램 가격을 최대 30%, 낸드플래시는 최대 10% 올리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최초 양산, 삼성전자 QLC 9세대 V낸드. 사진=삼성전자
업계 최초 양산, 삼성전자 QLC 9세대 V낸드. 사진=삼성전자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반도체는 어쩔 수 없이 수요가 넘치면 공급을 많이 만드는 구조고 공급이 많아지면 또 수요가 줄어드는 구조"라며 "최근에는 수요-공급이 조금 일정해지긴 했으나 슈퍼 사이클 시기가 도래한 시점은 맞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올해와 내년 최정점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가 메모리 슈퍼 사이클’이란 보고서를 통해 K-반도체에 대한 의견을 ‘시장 평균 수준’에서 ‘매력적’으로 상향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모건스탠리는 "매우 강한 인공지능(AI) 성장에 의해 메모리 공급-수요 불균형이 발생할 것"이라며 "지난 4월 이후 저점 이후 AI 성장이 주도하는 새로운 기술 사이클이 시작됐다. 피크(정점)가 2027년으로 이동 중"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4월 발간한 '메모리 - 빙산이 다가온다' 보고서와는 완전히 반대의 의견이다.

특히 차세대 HBM인 'HBM4'는 공급 상황이 빡빡할 것으로 예상되며, 서버 D램도 클라우드서비스공급업체(CSP)들의 긴급 주문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D램 4분기 가격 변동률도 '보합'에서 '9% 상승'으로 수정함과 동시에 내년 HBM 경쟁 심화에도 삼성전자에 대해 '최선호주(최고로 선호하는 주식)'로 유지할 것을 제시했다.

실용주의 갤럭시, 기다림 끝에 우주를 얻다

사진=삼성전자
사진=삼성전자

올해 1월 공개된 갤럭시S25에 이어 7월 공개된 갤럭시Z 폴드7과 Z 플립7도 호평 일색이다. 아이폰 17과 새 애플 인텔리전스가 공개되자마자 기대 이하라는 평을 받은 것을 생각하면 선방이라는 평가다.

하나증권은 지난 8월29일 '2025년 7월 스마트폰 판매량 잠정치 보고서'를 통해 "갤럭시Z 7 시리즈 판매량은 123만대 (폴드 77만대, 플립 33만대, FE 13만대)"이며 "전 지역에서 전년 동월 대비 판매량이 증가했는데 7월에 출시된 폴드/플립7 신제품 출시 효과와 중저가 세그먼트 내 A 시리즈 점유율이 회복되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고 기술했다.

파리에서 전시된 '갤럭시 Z 폴드7·Z 플립7'을 살펴보는 방문객. 사진=삼성전자
파리에서 전시된 '갤럭시 Z 폴드7·Z 플립7'을 살펴보는 방문객. 사진=삼성전자

이어 갤럭시 S25 시리즈의 6개월 판매량은 2270만대(기본형 722만대, 플러스 450만대, 울트라 1098만대), 갤럭시 S24 시리즈의 6개월 판매량은 2080만대(기본형 650만대, 플러스 417만대, 울트라 1013만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실용주의가 고객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S25를 최근에 구매한 20대 여성 A씨는 "학생 과외를 할 때 노트북, 태블릿과 삼성 노트가 연동되는데 매우 편리하다"며 "아이폰의 경우 클린업 기능을 쓸 때 똑바로 지워지지 않는 경우가 흔한데 갤럭시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매우 깔끔하게 지워져 옷 주름을 지우거나 사진 보정이 매우 편리하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전주 덕진구 전북대학교에 오픈한 '갤럭시 캠퍼스 스튜디오'에서 방문객들이 갤럭시 AI 기능을 체험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전주 덕진구 전북대학교에 오픈한 '갤럭시 캠퍼스 스튜디오'에서 방문객들이 갤럭시 AI 기능을 체험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갤럭시를 수년째 써 오고 있는 또 다른 20대 여성 B씨도 "애플 생태계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갤럭시 생태계도 만만치 않다"며 "콘서트 등 문화생활을 즐길 때 갤럭시 카메라 줌이나 잡음 제거 기능이 없으면 요새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월드 IT 쇼(WIS)에서 갤럭시S25를 공개하며 오디오 지우개'라는 음향 보정 기능을 선보인 바 있다.

한 삼성전자 판매 대리점은 "1월 갤럭시S시리즈, 7월 갤럭시 폴드-플립 시리즈라는 공식이 소비자들에게 각인되며 소비자들도 이때쯤이면 새 휴대전화를 구매할 수 있겠단 계산이 선 분들이 많이 있다"며 "최근에는 삼성전자에서 구독제도 운영 중이기 때문에 삼성전자 대리점에서 휴대전화 구독 상품을 이용하시는 분들도 많다"고 적지 않다.

엔비디아 HBM3E 퀄 테스트 막 통과한 삼성… 갈 길도 남아

2025년 2분기 HBM 출하량 기준 시장 점유율. 사진=카운터포인트
2025년 2분기 HBM 출하량 기준 시장 점유율. 사진=카운터포인트

과제도 있다. 최근 거대 팹리스 엔비디아 HBM3E 퀄 테스트(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삼성전자는 HBM3E 점유율 부분에서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비해 뒤처지는 추세다. 지난 24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HBM 시장 점유율은 출하량 기준 SK 하이닉스 62%, 마이크론 21%, 삼성전자 17% 순으로 나타났다.

앞서 삼성전자는 미국 반도체 팹리스 기업인 AMD와 브로드컴에 HBM3E 12단을 공급해 왔으나 발열 문제 등으로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계속해서 통과하지 못했었다.

그 사이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HBM 납품 물량 중 75%를 차지할 만큼 주요 거래처로 자리 잡았다. 엔비디아는 현재 시장에 나온 전체 HBM 물량 중 약 70%를 쓸어갈 만큼 최대 구매자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HBM3E에도 힘을 주지만 다음 세대인 HBM4에도 전력투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누가 표준이 될지 정해진 바가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최종 퀄 테스트 종료 시기는 내년 1분기 말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 HBM3E D램.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HBM3E D램. 사진= 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