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삼성물산 ‘넥스트 홈’ 테스트 베드에서 변동규 삼성물산 주택기술혁신팀장이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영규 이코노믹리뷰 기자
지난 26일 삼성물산 ‘넥스트 홈’ 테스트 베드에서 변동규 삼성물산 주택기술혁신팀장이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영규 이코노믹리뷰 기자

"일반적인 아파트의 경우 기둥과 벽체가 세대 내부에 고정돼 있어 공간 활용이 제한적이고 거주자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변화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개발한 ‘넥스트 라멘’은 기둥을 밖으로 배치하고 각종 배관을 위한 공간을 평면 좌우로 계획해 방은 물론 주방과 욕실 등 물을 쓰는 공간까지도 자유롭게 배치 가능합니다"

지난 26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동백지구에 위치한 삼성물산 ‘넥스트 홈’ 테스트 베드에서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9일 차세대 주거 기술 '넥스트 홈(Next Home)'을 실제 주거 공간에 구현한 테스트 베드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미래 주거 모델 청사진 제시…기술 실증 공간 마련

삼성물산이 주목한 건 기존 아파트의 구조적 한계다. 가족구성이 바뀌거나 입주자의 취향이 달라져도 세대 내부 구조를 바꾸기 어려운 상황이다. '넥스트 홈'은 이런 획일적인 세대 내부구조를 벗어나 입주민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고객 맞춤형 공간 변화를 통해 차별화된 주거 경험을 제공하는 삼성물산의 미래 주거 모델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2023년 8월 '래미안, The Next'를 주제로 이러한 미래 주거 모델의 청사진을 제시한 이후 기술 개발과 검증을 거쳐 기술 실증 공간인 테스트 베드를 준공했다.

테스트 베드는 연면적 554㎡의 지상 3층 규모이며 '넥스트 라멘' 구조와 사전 제작한 모듈을 서랍처럼 채워 넣는 '넥스트 인필' 시스템 등이 적용됐다. 전용면적 84㎡(34평형) 두 세대를 조성해 공간 변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3층은 1~2인 가구 스튜디오 타입, 2층은 3~4인 가구의 패밀리 타입으로 조성됐다.

'넥스트 라멘'으로 확장한 통합형 거실 구조. 사진=삼성물산 건설부문
'넥스트 라멘'으로 확장한 통합형 거실 구조. 사진=삼성물산 건설부문

공간 가변의 시작 '넥스트 라멘'·변화의 극대화 '넥스트 인필’

넥스트 라멘 구조는 수직 기둥에 수평 부재인 보를 더해 세대 내부 기둥을 없앤 무주(無柱) 형태의 평면이다. 이를 통해 고객 맞춤형 공간을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세대 내부를 구성하는 바닥과 벽체, 욕실 등은 조립식 형태의 모듈형 건식 자재로만 구성된 인필 시스템을 적용한다. 넥스트 인필 구성 요소는 ▲넥스트 플로어(Next Floor) ▲넥스트 배스(Next Bath) ▲넥스트 월(Next Wall) ▲넥스트 퍼니처(Next Furniture)로 구성된다.

우선 '넥스트 플로어'는 오피스 건물의 이중 바닥과 일본 주택의 건식 바닥의 장점을 결합해 국내 주거에 적합하도록 개발한 기술이다. 바닥 하부에 마련된 공간에 각종 배관을 설치해 주방이나 욕실 등 물을 사용하는 수(水)공간을 세대 내 어느 곳이라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도록 했다. 모듈형 조립식 형태로 해체와 이동, 재설치가 가능해 향후 실내 공간의 구조 변경이나 리모델링 시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넥스트 배스'는 OSC(탈현장) 공법을 바탕으로 외부에서 사전 제작한 뒤 검수 과정을 거쳐 생산된다. 현장에서 수작업으로 시공하는 욕실과는 달리 품질에 편차가 없을 뿐만 아니라 기존 제한된 타일 마감에서 벗어나 다양한 고급 마감재 적용까지 가능해졌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6월과 9월 각각 준공한 반포 래미안 원펜타스와 부산 래미안 포레스티지 공용 공간에 넥스트 배스와 넥스트 플로어를 시범 적용했다.

모듈형 조립식 욕실 '넥스트 바스' 모습. 사진=박영규 이코노믹리뷰 기자
모듈형 조립식 욕실 '넥스트 바스' 모습. 사진=박영규 이코노믹리뷰 기자

건식 벽체 '넥스트 월' 역시 모듈형 조립식 형태로 바닥과 천장에 고정된 기존 벽체와 달리 자유롭게 이동·재배치가 가능해 공간을 확장·분리할 수 있다. 또한 벽체 마감재는 탈부착이 가능해 거주자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인테리어 연출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삼성물산은 공간을 자유롭게 분리·통합할 수 있는 가구인 ‘넥스트 퍼니처’도 선보였다. 현장에서는 ‘넥스트 퍼니처’로 거실과 침실을 나누거나 합치는 장면이 시연됐다. 특수 모터를 통해 손쉽게 이동이 가능하다. 회사 관계자는 “입주자가 원하는 위치로 벽과 가구를 옮겨 공간을 재구성할 수 있다”며 “이동식 벽체라는 이유로 벽간 소음을 걱정할 수 있지만 기존 벽체와 동등한 수준의 차음 성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넥스트 퍼니처 시연 모습. 사진=박영규 이코노믹리뷰 기자
넥스트 퍼니처 시연 모습. 사진=박영규 이코노믹리뷰 기자

넥스트 퍼니처는 지난 2023년 과천주공10 재건축 사업에 처음 제안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시공권을 확보한 부산 사직2·광안3, 용산 남영2·한남4, 서초 신반포4차, 개포 우성7차 등에 적용 예정이다.

변동규 삼성물산 주택기술혁신팀장은 "미래의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입주민의 삶에 맞춘 특별한 공간으로 유기적인 진화를 거듭할 것"이라며 "삼성물산은 '넥스트 홈'을 통해 미래 주거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차별화된 기술과 품질을 바탕으로 독보적 가치를 지속 창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