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24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스냅드래곤 서밋 2025를 열어 사용자를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보조하는 개인화 인공지능(AI)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 차세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8 엘리트 5세대'를 공개했다. 

전작에서 엘리트라는 네이밍이 PC에서 모바일로 넘어온 가운데, 2023년 8 3세대에서 2024년 엘리트를 거쳐 2025년 4세대가 아닌 단숨에 5세대로 진격했다. 이에 앞서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는 서밋이 열리기 전 SNS를 통해 엘리트 5세대 공개를 시사하며 강력한 기술력을 특히 강조한 바 있다.

단순한 연산 속도 경쟁을 넘어 스마트폰이 사용자의 데이터 유출 걱정 없이 기기 안에서 자체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는 '온디바이스 AI'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는 평가다.

3나노로 제작된다.

역대 가장 빠른 모바일 중앙처리장치(CPU)로 꼽히는 3세대 퀄컴 오라이온 CPU도 탑재했다. 이를 통해 이전 세대 대비 CPU 성능은 20% 향상됐고 새로운 퀄컴 아드레노 그래픽처리장치(GPU) 아키텍처는 그래픽 집약적인 게임 성능을 23% 개선했다는 설명이다.

그래픽 처리 장치(GPU) 역시 새롭게 개선되었다. 1.2GHz 클럭으로 작동하며 이번에는 GPU 전용 고성능 메모리 캐시를 새롭게 추가했다. 이를 통해 데이터 대역폭을 높이고 지연 시간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고사양 게임을 포함한 다양한 활용 환경에서 한층 더 부드럽고 몰입감 넘치는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AI 연산을 담당하는 퀄컴 헥사곤 신경망처리장치(NPU)의 성능은 37% 더 빨라졌다. 초고속 멀티태스킹과 끊김 없는 앱 전환 뛰어난 전력 효율을 지원하며, 장시간의 게임 플레이 등 모바일 기기의 핵심 경험을 한 차원 끌어올린다는 설명이다.

벤치마크 테스트인 긱벤치(Geekbench) 기준으로 단일 스레드 성능은 최대 20%, 멀티 스레드 성능은 최대 17% 향상되었다. 퀄컴 측은 "이는 특정 기능만을 평가하는 수치"라며 "실제 사용자의 워크로드에 맞게 CPU를 설계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벤치마크 이상의 체감 경험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PU는 2개의 프라임 코어와 6개의 퍼포먼스 코어로 구성된 옥타코어 구조를 채택했다. 프라임 코어는 초고속 응답이 필요한 작업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퍼포먼스 코어는 다중 워크로드를 효율적으로 담당하여 최적의 성능 균형을 맞춘다. 특히 프라임 코어는 업계 최고 수준인 최대 4.6GHz의 클럭 속도로 구동되어 강력한 처리 능력을 자랑한다.

'에이전틱 AI'로 명명된 개인화 기능도 눈길을 끈다. 실제로 스냅드래곤8 엘리트 5세대는 멀티모달 AI 모델을 통해 기기 내에서 지속적으로 사용자의 습관과 환경을 학습한다. 이 과정에서 수집된 모든 사용자 데이터는 외부 서버로 전송되지 않고 기기 내에 안전하게 저장된다.

스마트폰은 사용자의 상황에 맞는 프롬프트를 먼저 개선해주거나 필요한 정보를 선제적으로 추천하는 등 진정한 의미의 개인 비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일정과 현재 위치 메시지 내용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다음 행동을 예측하고 제안하는 식이다.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가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과 대조적으로 온디바이스 AI가 제공하는 핵심적인 가치다.

사진=퀄컴
사진=퀄컴

크리스 패트릭 퀄컴 수석 부사장 겸 모바일 핸드셋 부문 본부장은 “스냅드래곤8 엘리트 5세대는 개인화된 AI 에이전트를 통해 사용자가 보고 듣고 생각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함께하며 사용자가 모바일 경험의 중심이 되도록 지원한다”며 “사용자는 개인 AI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를 통해 모바일 기술의 미래를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 수준의 영상 제작 기능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세계 최초로 APV(Advanced Professional Video) 코덱 기반의 영상 촬영을 지원하는 모바일 플랫폼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AI 기반 카메라 기술을 통해 크리에이터는 스튜디오급의 고품질 영상을 녹화하고 폭넓은 후반 작업 제어를 통해 창의적인 비전을 손쉽게 구현할 수 있다는 평가다.

스냅드래곤 서밋 2025 현장. 사진=최진홍 기자
스냅드래곤 서밋 2025 현장. 사진=최진홍 기자

퀄컴의 새로운 AP 공개는 애플 구글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AI 스마트폰 경쟁에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정 제조사에 종속되지 않는 범용 AP인 만큼 안드로이드 진영 전반의 AI 경쟁력을 상향 평준화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아너, iQOO, 누비아, 원플러스, 오포, 포코, 리얼미, 레드미, 레드매직, ROG, 소니, 비보, 샤오미, ZTE 등 전 세계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의 차기 플래그십 모델에 탑재될 예정이다. 새로운 스마트폰들은 조만간 시장에 공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