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투자자 보호와 내부통제 혁신을 강조하면서 증권사 오너 일가의 책임경영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오너들이 직접 책무구조도에 이름을 올리며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의 최종 책임을 분명히 하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1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 원장은 이달 8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사·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내부통제의 성패는 CEO의 의지와 실천에 달려 있다"며 "내부통제 최종 책임자로서 해당 조직에 독립적이고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원장은 이어 "금감원도 회사의 위험 및 내부통제 역량에 따라 우수 회사에 자율관리 기회를 부여하는 등 감독 수준을 차등화해 자율성·책임성을 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국내 증권사에서 발생한 전산사고는 총 429건으로, 피해액은 262억5000만원에 달했다. 이는 금융권 전체의 89% 수준이다. 특히 2020년 66건이던 사고 건수는 지난해 100건으로 늘며 증가세가 뚜렷하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오너들이 내부통제에 대해 직접 책임을 지는 구조로 전환하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 6월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키움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를 이사회 공동의장으로 선임했다.
키움증권은 "의장 간의 상호 견제를 도모해 이사회를 신중히 운영 및 관리하고자 김 사내이사를 공동의장으로 선임했다"며 "대표이사 등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리 의무 이행에 대한 감독을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지난 3일 창업주 박현주 회장을 책무구조도에 등재했다. 수년간 비상근 회장으로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았던 박 회장은 이번에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 회장직을 맡게 됐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비즈니스 전략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선택으로 내부적으로 필요한 책무 체제를 확립하기 위한 판단"이라고 밝혔다.
대신증권은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을 책무구조도에 포함시켜 증권 총괄과 ESG위원회 총괄을 맡겼다.
이로써 회장은 그룹 ESG 관리와 자회사 관리 업무를 책임지게 됐다. 이는 ESG 경영을 전면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KB증권 김성현 대표이사 역시 자금세탁방지 보고책임자가 수행하는 업무 감독 책임을 맡았다.
금투업계는 기본적으로 금융당국이 내부통제에 대한 오너의 책임을 강화방향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리테일 비중이 큰 증권사를 중심으로 '오너의 직접책임' 구조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소형 증권사들도 동참할 가능성이 높지만 PF 등 특화 부문 중심의 회사들은 이같은 구조를 선택하긴 부담이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의 주요 업무별 최종 책임자를 특정해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하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올해 7월부터 자산 5조원 이상 또는 운용 재산 20조원 이상인 증권사·자산운용사에도 책무구조도 적용을 의무화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라고 부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