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주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사진=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김용주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 사진=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 신약 개발 바이오 벤처 1세대로서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모습이다. 이 회사는 얀센, 오노약품 등과의 기술이전 계약에서 발생한 선급금·타겟 독점 행사 관련 수익 등이 안정적으로 발생하면서 지난해 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 

올해도 리가켐바이오는 하반기 주요 이벤트에 따라 마일스톤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매출이 발생하며 영업 흑자 전환까지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여기에는 김용주 리가켐바이오 대표의 “실패가 무섭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다”라는 인생관이 자리잡고 있다. 시총 20조원의 바이오텍을 꿈꾸며 이후 개발에서 상업화까지 큰 그림을 그리는 그의 전략은 무엇일까.

실적, 흑자 턴어라운드 후에도 기대되는 성장세

최근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의 성장세가 무섭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59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이는 전년(341억원)보다 269% 상승한 규모다. 영업손실은 2023년 808억원에서 지난해 209억원으로 대폭 줄였다. 당기순이익은 –737억원에서 78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주목할 점은 회사가 흑자 턴어라운드 이후 성장 추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오리온이 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대규모 투자액이 들어온 만큼 안정적인 현금흐름 구조를 확보했다. 또한 글로벌 빅파마와의 기술이전 계약도 꾸준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중장기적으로는 ADC 제품 출시에 따른 로열티로 높은 수익성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성과를 주도한 이는 바로 김용주 대표다. 김 대표는 서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유기화학 석사·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3년 LG화학에 입사하면서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는 LG화학 기술연구원 신약연구 그룹장, 신약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이후 2006년 리가켐바이오(前 레고켐바이오)를 창업했다. 

리가켐바이오의 핵심 기술은 암세포에 반응하는 항체에 암세포를 죽이는 약물(페이로드)을 링커로 접합한 ADC(항체약물접합체)다. 이 회사는 앞서 ADC 플랫폼 ‘콘쥬올(ConjuAll)’을 개발했다. 콘쥬올은 개선된 링커 기술을 이용해 암세포에만 항암제를 연결해 파괴한다.

리가켐바이오는 ADC 플랫폼 기술인 콘쥬올 플랫폼을 기반으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과 기술수출을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가 성사시킨 기술이전 계약만 총 14건이며 현재까지 공개된 계약 규모만 9조6000억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오노약품공업으로부터 세번째 마일스톤 수령에 성공했다. 수령 금액은 비공개지만 회사는 작년 매출액의 10분의 1 이상을 수령했다고 공시한 만큼 최소 125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마일스톤이 유입된 LCB97은 리가켐바이오 고유의 ADC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발굴·개발된 ADC로, 다양한 고형암에서 과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진 L1CAM을 타깃한다. 앞서 회사는 ADC 후보물질인 'LCB97' 독점권을 일본 오노약품공업에 1조원 규모로 기술이전한 바 있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사옥. 사진=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사옥. 사진=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올 하반기 파이프라인 임상 이벤트, 모멘텀 기대감 ‘업’

여기에 올 하반기 파이프라인 임상 이벤트도 예고된 만큼 신규 모멘텀도 기대된다.

중국 포순제약과 영국 익수다 테라퓨틱스로 기술이전한 LCB14는 현재 중국에서 임상 2·3상, 호주에서는 1상이 진행 중이며, 올해 안에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LCB14는 유방암, 위암, 폐암 등 HER2(인간 상피세포 성장 인자 수용체2)를 타깃 ADC다. 

최근에는 익수다 테라퓨틱스로 기술이전한 HER2-ADC ‘IKS014’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품청(FDA)로부터 글로벌 임상 1상 시험계획(IND) 확대 승인을 받은 상태다. 이번 임상 1상 IND 확대 승인을 바탕으로 조만간 개시될 용량 확장 연구에서는 기존 호주뿐 아니라 미국, 싱가포르 등까지 임상 지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HER2는 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단백질로 유방암·췌장암 등에서 생성되며 암세포 증식을 일으킨다. MMAF는 HER2 단백질이 과도하게 많이 붙어 있는 것을 인지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최근 열린 글로벌 R&D데이 2025에서 “LCB14는 2025년 중국 신약 승인 신청 후 2026년 상업화가 기대되는 첫 번째 출시 가능성이 유력한 ADC 파이프라인”이라며 “초기 임상결과에서 유방암뿐만 아니라 난소암, 담낭암, 식도암 등 다양한 고형암에서도 반응을 보여 개발 확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여기에 회사는 향후 자체 신약 개발과 상업화까지 이뤄내겠다는 목표다. 국내 열악한 환경속에서 바이오벤처가 국제적인 신뢰를 쌓고,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기술이전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 

시가총액 20조원까지는 큰 틀에서 지금과 같은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벤처로서 신약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자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고 큰 그림인 셈이다.

김 대표는 “현재 5개 항체약물접합체(ADC) 에셋(물질)이 임상에 진입해 있다. 2년 뒤인 2027년에는 총 20개의 ADC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중 상당수는 라이선싱 아웃 등을 통해 상업화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도 호평이다. iM증권은 리가켐바이오의 올해 예상 매출과 영업이익을 1989억원, 174억원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