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디지털 세상을 넘어 현실 세계로 걸어 나오는 '피지컬 AI' 시대의 서막이 올랐다. 테슬라와 삼성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인간형 로봇 즉 휴머노이드 개발에 뛰어든 가운데 LG CNS가 AI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기술을 선점하며 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다.

AX(AI 전환) 전문기업 LG CNS는 미국 AI 로봇기업 '스킬드 AI(Skild AI)'와 국내 최초로 전략적 협력 계약을 맺고 투자까지 단행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투자는 LG그룹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이뤄졌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미래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스킬드 AI가 보유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이다. 이는 로봇의 모든 행동을 결정하는 두뇌와 같다. 이미지 영상 텍스트 등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특정 작업을 일일이 프로그래밍하지 않아도 로봇이 스스로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며 복잡한 임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게 만든다.

과거 로봇이 특정 업무 하나를 위해 별도의 모델을 개발하고 제어해야 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면 RFM은 산업 현장의 업무 사진이나 영상 데이터만으로 빠르게 학습해 곧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뿐 아니라 모든 형태의 로봇에 적용 가능한 범용성을 갖춘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스킬드 AI는 로봇 공학 분야의 세계적 명문 카네기멜론대학교 교수 출신인 디팍 파탁과 아비나브 굽타가 공동 창업한 기업으로 AI 로봇 분야에서 글로벌 톱 티어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LG CNS는 이번 협력을 통해 제조 물류 등 산업 현장 데이터로 RFM을 미세조정(파인튜닝)해 산업용 AI 휴머노이드 로봇 솔루션을 개발한다. 이 솔루션은 공장 설비 모니터링이나 제품 조립 유해물질 투입 같은 위험한 작업은 물론 물류센터의 물품 피킹과 적재 등 반복적이고 힘든 작업을 효과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

이는 최근 테슬라가 공개한 '옵티머스'나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원을 받는 피규어 AI의 '피규어 01'이 공장 노동자를 대체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주목받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LG CNS는 하드웨어 제조사와 협력해 로봇 본체를 확보하고 자체 개발한 로봇 통합 운영 플랫폼과 스킬드 AI의 두뇌를 결합한 'AI 휴머노이드 로봇 통합 서비스'를 제공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LG CNS는 이미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물류 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고객을 확보하고 있어 AI 휴머노이드 로봇의 빠른 확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도심 환경에서는 노약자 돌봄이나 순찰 업무 등 서비스형 로봇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연평균 50.2%씩 고성장해 2035년 약 380억달러(약 53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초기 시장의 승기를 잡기 위한 기술 패권 경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LG CNS 스마트물류&시티사업부장 이준호 상무는 "글로벌 톱 로봇 AI 기업인 스킬드 AI의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과 LG CNS의 로봇 솔루션 기술력을 결합해 최고의 지능형 AI 로봇 서비스 기업이 되겠다"며 "AI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고객의 업무를 지능화하고 비즈니스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