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증권 발행 규모는 최근 5년새 빠르게 늘었다.

자본성증권은 금융기관이 배당 지급에 대한 재량권을 갖고 영구채로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영구채)과 이자를 의무적으로 지급하고 만기 5년 이상으로 발행하는 후순위채로 구분된다. 또한, 특정요건(트리거 이벤트·trigger event) 발생 시 상각되거나 보통주로 전환되는 조건부자본증권과 이러한 조건이 없는 비조건부자본증권으로 나뉜다.

금융업권별/유형별 자본성증권 발행 잔액(2024년말 기준). 자료 =한국기업평가.
금융업권별/유형별 자본성증권 발행 잔액(2024년말 기준). 자료 =한국기업평가.

한국기업평가와 하나증권에 따르면 자본성증권의 발행 규모는 2019년 11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21조7000억원으로 5년 만에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글로벌금융 위기 이후 2013년 12월부터 시행된 바젤Ⅲ에서는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증권 발행 관련 규제가 강화되며 글로벌 채권시장에서의 이같은 증권 발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연도별 신종자본증권 발행 추이. 자료 = 한기평.
연도별 신종자본증권 발행 추이. 자료 = 한기평.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형 금융기관들이 파산의 위기에 직면하자 공적자금 투입이 결정됐다. 만약 공적자금이 투입되지 않았으면, 대형 상업은행과 보험회사가 추가로 부실화돼 수많은 예금자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간 막대한 성과급 잔치를 벌였던 대형 IB들을 구제하기 위해 국민이 낸 세금을 투입하면서, 이른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따라,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고 부실 금융기관의 구제 과정에서 혈세 투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후 2013년 12월, 국제 은행 감독 및 규제 기구인 바젤은행감독위원회(Basel Committee on Banking Supervision, BCBS)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바젤Ⅲ 자본 규제를 시행했다.

바젤Ⅲ는 최저규제 자본비율을 올리는 것, 자본인정 기준을  강화하는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했다. 자본의 질을 강화하도록 자본 확충 기준을 높이고, 유동성 비율 및 레버지리 비율 등을 신설함으로써 위기 시에 손실 흡수 능력을 확대한 것이다. 

기존 바젤Ⅱ규제에서는 은행은 후순위채권 및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추가 자본을 비교적 용이하게 확충할 수 있었지만, 바젤Ⅲ에서는 후순위채권과 신종자본증권을 자본으로 인정하는 기준을 더욱 엄격히 했다.

이를 위해 보통주자본 비율의 인상, 완충자본 및 추가자본 적립, 금리상향조정(스텝업·step-up) 또는 조기상환 콜옵션 조건이 부여된 신종자본증권의 자본 불인정 등을 포함했다.

구체적으로는 바젤Ⅲ에서는 금융기관의 부실로 인해 독자 생존이 어려운 상황일 경우, 상각 또는 주식으로 전환되는 조건이 부여된 후순위채권(COCO후순위채) 및 신종자본증권에 한해서만 자기자본으로 인정하도록 규제 기준을 높였다. 

기타 Tier1 자본요건. 자료 = 금융위, 한은, 자본시장연구원.
기타 Tier1 자본요건. 자료 = 금융위, 한은, 자본시장연구원.

종합해 정리하면, 바젤III는 ▲최소 보통주자본비율 기존 2%에서 4.5%로 상향 ▲Tier1(자기자본중 자본금, 내부보유금 등 영구적 성격의 자본) 최소자본비율 기존 4%에서 6%로 상향 ▲위기대응용 손실보전완충자본(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등 포함한 자본보전완충자본) 2.5% 추가 확보 ▲경기대응완충자본 필요에 따라 0~2.5% 부과 가능 등 근본적으로 바젤 II보다 은행의 자본 및 유동성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자본성증권의 자본 인정 여부와 관련해서는 금리상향조정 조건이 없고 영구적인 성격(상각 또는 주식 전환 조건 부여)을 가진 조건부 자본증권에 한해서만 기타자기자본(Tier1)으로 인정된다. 또한 금리상향조정 조건이 없고 만기가 5년 이상인 경우 보완자본(Tier2)으로 인정된다. 전자는 주로 신종자본증권, 후자는 후순위채에 해당된다.

Tier2 자본 요건. 자료 =금융위, 한국은행
Tier2 자본 요건. 자료 =금융위, 한국은행

바젤Ⅲ에서 자본성증권 발행에 대한 규제를 높인 이후, 이 시장을 두드리는 주된 주체들은 신용등급이 타 금융업권에 비해 높은 은행과 은행계 금융지주사들로 한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수년새 자본 규제 대응과 재무 건전성 제고 목적으로 보험사와 증권사 등의 발행이 늘었다.

증권정보포털과 한국기업평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금융사가 발행한 자본성증권 21조7000억원 가운데 증권·보험 등 비은행권의 발행 규모는 13조500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은행권의 발행 규모 8조3000억원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비은행 금융사 중에서도 특히 보험 업권의 발행액이 크게 늘었다. 보험 업권의 발행 규모는 비은행 금융사 전체의 절반을 훌쩍 웃돌 뿐 아니라, 은행과 은행계 금융지주사의 합한 금액보다도 많았다.

금융업권별/유형별 자본성증권 발행 잔액(2024년말 기준). 자료 = 한기평.
금융업권별/유형별 자본성증권 발행 잔액(2024년말 기준). 자료 = 한기평.

발행 누적 개념인 발행 잔액을 살펴봐도, 2024년말 기준 보험 업권의 자본성증권 발행 잔액은 21조4000억원으로 , 은행(38조7000억원), 금융지주(24조2000억원)에 이어 세번째로 많다. 증권(9조1000억원), 신용카드사(2조2000억원), 기타금융(부동산신탁, 저축은행, 자산운용 등 6500억원)보다 잔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자본성증권은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되는 채권이라는 점에서, 보험사들이 2023년 도입된 자본 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제도 비율(킥스·K-ICS)을 관리하기 위해 발행 규모를 대폭 늘리며 자본 확충에 나섰다.

이에 더해 올해부터는 보험 부채 할인율 현실화와 무·저해지 상품 회계처리 변경 등 킥스 비율 하락과 직결되는 규제 강화가 예고되면서 보험사들은 지난해부터 자본성증권의 발행 규모를 더욱 확대했다.

보험사는 지난해 8조7000억원을 발행해, 2023년 3조2000억원과 비교해 272% 늘었다. 보험사의 자본성증권 발행액은 올해 1분기 기준, 4조7250억원이다. 올해 1분기 동안 발행 규모가 지난 2023년 연간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다. 

보험회사 자본성증권 유형별 가용자본 분류와 인정한도. 자료 = 한국기업평가.
보험회사 자본성증권 유형별 가용자본 분류와 인정한도. 자료 = 한국기업평가.

김정현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작년부터 보험사 킥스 비율이 급격히 내려갔다"며 "이에 자본성증권을 발행해서 자본 비율을 맞추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올해 들어서도 보험사들은 수천억원대 자본성증권을 잇따라 발행했다. 한화손해보험은 1월 5000억원 후순위채를 발행했고, 2월 메리츠화재는 3000억원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3월 KB손해보험은 6000억원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금리 인하기로 들어서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주는 후순위채를 찾는 투자자들이 많아진 시장 분위기도 보험사들로 하여금 후순위채 발행에 적극 나서게 한 배경으로 꼽힌다. 유상증자보다 비교적 쉬운 자금조달 방식인데다 투자 수요도 뒷받침되면서 보험사들은 후순위채라는 달콤한 유혹을 떨쳐내기 어려웠다. 

그러나 자본확충에 있어 자본성증권에 지나치게 의존하다보니, 결국 롯데손보의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 유보와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 달콤한 유혹이 결국 자본의 덫이 된 상황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24일 발표한 '자본성증권 발행 전성시대' 리포트에서 "신종자본증권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금융회사들은 차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우려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영구채로 발행하지만 관례적으로 5년후 콜옵션 행사를 통해 중도 상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4월 이후부터는 보험사들의 자본성증권 발행이 사실상 중단됐다. 지난 1분기 보험사들이 선제적으로 자본성증권을 발행한 데다 금융당국이 이같은 보완자본보다 유상증자 등을 통한 기본자본을 중심으로 킥스를 올리라고 강조하면서 자본성증권 발행 필요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의 자본성증권 발행이 사실상 중단된 이후 이번에는 금융지주사들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의 금리 메리트가 커졌고, 이러한 증권 발행이 잇따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4월 29일 신종자본증권 2700억원을 발행하기 위한 수요예측에서 총 794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아 총 4000억원으로 증액 발행키로 결정했다. 발행금리는 제시한 금리밴드 3.3~3.9% 가운데 하단에 속하는 3.45%로 결정됐다.

올들어 주요 금융지주 중 가장 마지막 타자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 우리금융지주는 타 금융지주들과 차별화된 분위기로 수요예측을 마쳤다. 모집액의 약 세 배 가량의 초과 수요를 확보하는 한편 금리 수준 또한 3%대 중반대로 하락했다.

올해 4월 23일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을 진행한 신한은행도 2700억원 모집에 7950억원의 수요를 확보하면서 4000억원 증액 발행에 성공했다. 발행금리는 제시한 밴드 3.3~3.9%에서 3.45%로 결정됐다.

지난 1월 초 KB금융이 4050억원 모집에 3740억원의 주문을 받고 발행금리 또한 밴드 최상단인 4.0%에서 결정됐던 것과 비교하면 금리 조건면에서 상당히 유리해졌다.

지난 2월과 3월 수요예측을 진행한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2700억 모집에 각각 2.5배 가량의 초과수요를 받았지만 발행금리는 희망밴드 3.3~4.0% 중 상단에 속하는 3.9%로 결정됐다. 발행기관이 제시한 금리 희망밴드 하단으로 결정된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해당 증권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려는 분위기라고 해석할 수 있다. 

애초 국내에선 불필요했던 완충자본...국제 기준 따르다가 시장 왜곡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 브라더스의 간판이 내려지고 있다. 연합뉴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 브라더스의 간판이 내려지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 자본성채무증권은 미국발 금융위기, 유럽발 재정위기 등을 거치면서 자본력이 취약한 유럽계 은행들의 자본비율을 빠르게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된, 과도기적인 장치로서의 성격이 짙었다.

바젤Ⅲ에서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의 자기자본 인정 요건을 강화하긴 했지만, 자본보전완충자본·경기대응완충자본 등 추가자본을 도입했고, 이를 위해 이같은 자본성증권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여지를 뒀기 때문이다.

오히려 손실흡수력이 기장 높은 보통주자본(보통주,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기타 포괄손익주계액, 소수주주지분 등)의 적격 요건을 더욱 강화했다면 부채와 자본 사이에서 애매한 역할을 하는 자본성증권 발행을 통해 자본확충을 하는 소위  '캐피털 워싱'(위장 자본)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다.

당시 국내은행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자본비율이 높았기 때문에 굳이 도입할 필요는 없었지만 이른바 BIS(국제결제은행)표준을 전통적으로 준수해온 입장이라 이에 따르게 된 것이다. 당초 은행에 적용했던 규정이 비은행 금융기관에도 준용돼 현재에 이르게 됐다.

2010년 6월 기준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Tier1 비율 및 BIS비율은 각각 10%와 13%를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이는 바젤III 안에서 2019년까지 각각 요구하고 있는 8.5%와 10.5%를 이미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글로벌 금융사들보다 자본건전성이 우수한데도 국제금융기준을 준용하면서 오히려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인한 자본의 질이 떨어지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바젤III에서는 영구적인 성격(상각 또는 주식 전환 조건 부여)을 가진 조건부 자본증권에 한해서만 기타자기자본(Tier1)으로 인정받도록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사실상 5년후 사실상 조기상환에 응해야 하는 콜옵션이 부여된 신종자본증권을 마치 영구채인 것처럼 간주하는 착시 현상도 발생한 것이다. "영구채라 쓰고 5년물이라 읽는다"는 다소 조소 섞인 표현이 나오는 배경이다. 

신종자본증권의 이자(배당)가 손익계산서 상 이자비용이 아니라 이익잉여금 감소로 회계처리되면서 수익성 지표가 경제적 실질 대비 과대 계상되는 점 역시 회계상 착시를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져왔다. 즉, 신종자본증권을 사들인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이자는 손익계산서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무리 많은 이자를 낸다 하더라도 발행 금융사의 수익성은 여전히 우수한 것처럼 보이는 회계상의 왜곡 현상이 발생한다. 

이같은 점을 악용해 금융지주사들이 자회사의 자본확충 과정에서 신종자본증권을 인수함으로서 자회사 출자 여력인 '이중레버리지비율'을 부풀리는 경우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김정현 평가기준실 전문위원은 "최근 지주회사 체제 하의 금융그룹들은 비은행 계열사의 자본확충이 필요한 경우 금융지주가 자회사 발행 신종자본증권 인수를 통해 지원하는 방식이 크게 증가했다"며 "금융지주 입장에서 자회사가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 인수는 이중레버리지비율 산출시 자회사 출자총액에서는 제외되므로 유상증자 참여에 비해 재무비율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금융지주가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자회사 신종자본증권을 인수하는 경우에는 이중레버리지비율이 오히려 개선되는 착시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며 "고금리인 신종자본증권 이자 수취를 통한 배당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점도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또 "자회사 입장에서는 신종자본증권을 금융지주가 인수하는 방식이 자본의 지속성 측면에서 보완요인이 될 수 있다"며 "이러한 이유로 지주회사와 자회사 모두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증가하면서 자본의 질적 구성이 동반 저하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금융사·신평사 모두 달라져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본원. 사진 = 김호성 기자.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본원. 사진 = 김호성 기자.

후순위채든 신종자본증권이든 자본성증권은 보완자본으로서의 역할이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금융사의 자본건전성에 있어 더 중요한 점은 이에 앞서 기본자본이 탄탄히 뒷받침되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조기상환 콜옵션이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투자자들과 시장에 실제와는 다른 예상을 갖도록 하고 궁극적으로 회계상의 반영마저 실질과 차이가 있을 때는 불완전판매 논란으로도 이어진다.

롯데손보가 콜옵션 행사를 유보한 후순위채 900억원 가운데 500억원을 한국투자증권이 리테일 채널을 통해 일반투자자에게 판매한 점이 알려지면서 불완전판매 논란이 제기된 것 역시 이러한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콜옵션 행사일이 도래하는 것을 두고 일반투자자들은 이를 만기 개념으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는데다, IFRS17 도입 이후 CSM(보험계약서비스마진)과 보험손익 구조가 급변하는 가운데 이와 관련한 회계상 처리 방식을 놓고도 보험사간 이견이 큰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기에 보험사의 후순위채의 안전성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한다는 것이 일반투자자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에 금융당국의 적절한 규제, 신용평가사의 보다 정밀한 신용평가, 금융회사의 직접적 자본확충 확대 등이 더욱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올해 3분기까지 보험사 지급여력비율 권고치를 현재 150%에서 130%로 낮추겠다고 예고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자본적 여유가 생긴 상태이긴 하지만, 이에 따른 자본적정성 규제를 균형 있게 강화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자본성증권 조기상환이 관례화된 조달환경을 감안해 '조기상환(콜옵션) 리스크'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숙고할 필요가 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금융사 입장에서 갑자기 발행 기준을 바꾸는 것은 무리인만큼 금융당국에서 로드맵을 제시하고 서서히 바꾸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보통주 자본 대비 발행 한도를 낮추는 등 자본성증권 발행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구조를 바꿔가야한다"고 제언했다.

신용평가사 역시 신종자본증권 발행시장 여건의 변화를 반영하여 자본인정 기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기평 등 국내 신평사들은 대체로 금융회사 평가시 신종자본증권의 자본인정 비율을 감안한 자본적정성 평가요소를 활용해 신용도에 반영중이다.

특히 만기의 영구성에 대해서는 콜옵션 및 금리상향조정(스텝업· Step-up) 조건 부여 여부와 실질 스텝업 금리 수준 등을 고려함으로써 조기상환 유인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는 있지만, 이미 이같은 콜옵션이 이미 관례적으로 안착된 상황에서 기존보다 더욱 정밀한 평가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전문위원은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이 관례화되면서 스텝업 수준을 반영하는 만기의 영구성 판단 기준의 실효성이 낮아진 점을 감안하면 신종자본증권 발행시장 여건의 변화를 반영하여 자본인정 기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회사들은 신종자본증권 발행 외에 이익유보와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을 병행함으로써 자본의 질적 제고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각 보험사의 보험법상 차입 한도를 고려할 때 자본성증권 잔여 한도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는 점에서 대주주가 유상증자를 적극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한기평에 따르면 KDB생명, 푸본현대생명, 농협손해보험 등 보험사들은 이미 올해 3월말 기준으로 자본성증권 잔여 한도를 모두 소진했다. 일부 보험사들의 대주주는 롯데손보 사태를 계기로 유상증자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