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상호관세 부과를 미 동부시간 9일 0시1분부터 강행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8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하락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보복관세에 50%의 추가 관세(총 104%)로 재보복에 나서면서 글로벌 경기침체 공포가 급등하던 주가를 끌어내렸다.

장초반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불공정 무역 관행과 대미(對美) 무역흑자를 빌미로 고율의 상호관세를 부과한 교역국과의 협상에 본격 착수한다는 소식에 강세를 보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가 개별 협상을 통해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경고한 대로 중국에 누적 104%의 추가 관세 부과를 강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중 무역 전쟁이 장기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고 증시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날 '관세 유예설' 보도에 뉴욕증시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펼친 데 이어 투자자들은 이날도 관세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둘러싸고 장중에 극심한 변동성 장세를 겪어야 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20.01포인트(-0.84%) 내린 37,645.59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79.48포인트(-1.57%) 내린 4,982.77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335.35(-2.15%) 내린 15,267.91에 각각 마감했다.

S&P 500 지수가 5000선 아래에서 마감한 것은 지난 2024년 4월 이후 1년 만이다. 다우지수와 S&P 500 지수는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지속했다.

특히 S&P 500 지수는 이날 2월 최고점보다 19% 하락하며 약세장 구간 진입을 코앞에 두고 마감했다. 월가에선 통상 직전 고점 대비 20%이상 하락하면 약세장에 진입했다고 본다.

미국채 금리는 3년물 국채 입찰이 부진한데다 고율 관세에 따른 인플레 우려로 상승(국채가격 하락)했다. 만기물별로는 2년물은 0.019%p 하락해 3.72%를 기록했지만 5년물(3.91%, 0.067%p 상승), 10년물(4.28%, 0.126%p 상승), 30년물(4.75%, 0.157%p 상승) 등은 올랐다.

업종별로 보면 모든 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소재와 임의소비재와 에너지, 부동산, 기술은 2%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금융과 유틸리티는 약보합으로 선방했다. 거대 기술기업 7곳을 가리키는 '매그니피센트7'은 모두 하락했다. 애플과 테슬라가 4.79%, 5.02% 각각 하락해 낙폭이 컸고, 인공지능 칩 대장주인 엔비디아(-1.37%)를 비롯해 아마존(-2.41%), 메타플랫폼(-1.07%), 알파벳(-1.41%), 마이크로소프트(-0.76%) 등도 약세를 보였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을 비롯해 의료보험 기업은 강세를 보였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은 5.65% 뛰었다. 미국 정부가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플랜에 대해 정부 지급금을 예상보다 높게 인상한다고 발표하면서 수혜가 예상됐다. 미국 최대 규모 방위산업체 록히드 마틴은 베트남이 트럼프 행정부와 상호관세를 협상하기 위해 미국산 군수품 수입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5% 뛰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약 70개국이 관세 협상을 요청해왔다면서 "만약 그들이 탄탄한 제안을 갖고 협상 테이블에 나선다면 우리는 좋은 거래를 성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협상에 따른 정책 조정 기대감을 높였다.

이날 뉴욕증시 개장에 앞서 중국이 "미국이 고집대로 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끝까지 맞설 것"이라는 입장을 내며 무역전쟁의 긴장을 높였지만, 장 초반 시장은 이에 크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중국을 상대로 한 총 104% 관세가 9일 0시 1분 발효된다고 확인하면서 관세 완화에 대한 기대감은 급속도로 식었다. 3대 지수는 장중 상승 폭을 모두 반납한 데 이어 오후 들어 낙폭을 더 키우면서 결국 모두 하락 마감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은 관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오스틴 굴스비 총재는 "트럼프가 발표한 관세는 (우리가) 모델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컸다"며 "그처럼 높은 비용이 얼마나 빠르게 또는 완전히 소비자에게 전가될지, 또 기업과 소비자가 어느 정도까지 억제해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지는 불확실하다" 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연은의 메리 데일리 총재는 인플레이션은 "관세로 인해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다시 오를 수도 있어 약간 우려스럽다"며 "정말 중요한 것은 지난 이틀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가 아니라 어떤 행정부가 취하고자 하는 변화의 순효과를 생각하면서 배 위에서 흔들리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6월 말까지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51.5%까지 뛰었다. 전날 마감 무렵의 38.0%에서 13%포인트 급등했다. 동결 확률은 제로(0)가 됐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거래일 대비 5.35포인트(11.39%) 상승한 52.33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