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후금융 컨퍼런스에 참석하여 축사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환경부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후금융 컨퍼런스에 참석하여 축사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환경부

금융지주사들이 가계·기업대출을 위주로 하는 이자 수익과 수수료를 비롯한 비은행 수익 등 현재의 수익 기반을 넘어 녹색금융을 통한 지속가능 경영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다.

녹색금융 활동이 부진할 경우 정부 및 국제사회 제재를 받게 될 뿐 아니라, 미래의 금융 경쟁력이 뒤쳐질 수 있다는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을 향해 기후리스크 관리 지침에 따른 지배구조 구축, 평가 및 관리, 공시 등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기업들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자금인  '전환금융'은 은행의 또 하나의 수익원으로 다가왔다.

친환경 성과는 각 금융지주사 및 은행 최고경영자(CEO)의 경영능력 평가에 있어서도 중요한 잣대가 됐다.

녹색경영을 선도하지 못할 경우 금융사 CEO 연임에 제동이 걸리는 시대가 곧 다가올 것이라는 시각이다. 녹색금융 확대를 위한 금융권의 노력들을 짚어본다.

"작년에 비가 참 많이 왔다. 기상학자들이 말하길 시간당 100mm가 넘는 비가 오면 자동차 운행이 어렵다고 한다. 아무리 와이퍼로 닦아도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폭포수가 내리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연평균 0.9회의 폭포수 비가 내렸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는 연평균 3회 내렸다. 2024년은 한 해에만 9번 내렸다."

올해 3월 18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주제로 개최한 기후금융 컨퍼런스에서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축사에서 언급한 이같은 발언은 기후위기에 대한 긴장감을 담은 경고 메세지로 해석됐다. 

이날 축사에서 김 장관은 기후위기에도 실물경제와 금융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 및 금융권, 한국은행과 지속적으로 논의와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3월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해 안동, 청송, 영양, 영덕으로 번진 '초대형 산불'의 주된 원인 역시 기후변화가 꼽힌다. 산불은 3월 30일 오후 기준으로, 사망자가 30명이 넘었고, 피해 면적은 4만8000㏊ 이상으로 서울 면적의 약 80%에 달했다. 역대 최악의 재난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운 엄청난 재난이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한반도 인근 바다가 빠르게 뜨거워지고, 데워진 공기가 팽창하면서 남쪽 고기압 세력을 강화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과거보다 더 강력한 남고북저형 기압계 배치가 자주 나타나고 있고, 더욱 강력한 서풍이 불면서 영동과 영남을 중심으로 최근 강력한 산불이 계속 발생하는 것이다. 이번 산불 발생 당시 강풍은 초속 30m에 육박했고, 불씨를 2㎞까지 날려 보냈다.

3월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해 안동, 청송, 영양, 영덕으로 번진 '초대형 산불'의 주된 원인 역시 기후변화가 꼽힌다. 산불은 3월 30일 오후 기준으로, 사망자가 30명이 넘었고, 피해 면적은 4만8000㏊ 이상으로 서울 면적의 약 80%에 달했다. 사진 = 연합뉴스.
3월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해 안동, 청송, 영양, 영덕으로 번진 '초대형 산불'의 주된 원인 역시 기후변화가 꼽힌다. 산불은 3월 30일 오후 기준으로, 사망자가 30명이 넘었고, 피해 면적은 4만8000㏊ 이상으로 서울 면적의 약 80%에 달했다. 사진 = 연합뉴스.

기후위기는 단순히 환경 문제를 넘어 농업, 경제, 사회적 안전망 전반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글로벌 금융의 흐름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금융권의 기후변화 대응 수준을 평가하려면 이와 관련된 금융배출량, 녹색금융(녹색여신, 전환금융) 등의 현황을 파악해봐야 한다. 

먼저, 금융배출량이란 금융기관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측정·평가하는 핵심지표로, 금융기관이 신용공급(대출, 주식, 채권 매입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에 간접적으로 기여한 배출량을 의미한다.

4대 은행. 사진 = 연합뉴스.
4대 은행. 사진 = 연합뉴스.

 

최근 국내 은행들도 탄소중립 목표를 공시하고 금융배출량 측정 및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4년 4월말 기준 20개 국내은행 중 13개사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이 중 11개사가 2030년까지의 금융배출량을 2019~2022년 대비 26%~48% 감축하겠다는 중간목표를 설정했다.

그러나 금융배출량 측정 방법 등이 아직 개발단계에 있는데다, 은행별 평가자산의 포괄 범위가 달라 현재 공시된 정보들만으로는 은행간 비교가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배출량 감소세지만...은행 중간목표 달성은 어려울 듯

국내은행 금융배출량 추정치. (Scope 1+2 기준). 자료 = 한국은행.
국내은행 금융배출량 추정치. (Scope 1+2 기준). 자료 = 한국은행.

한국은행 지속가능성장실이 추정한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은 2023년 기준 1.57억톤 수준으로 2021년 이후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규모가 정부 목표대로 2030년에 2018년 대비 40% 줄어들 경우, 국내은행의 금융배출량은 1.219~1.223억톤까지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는 2019년 대비 26.7~26.9% 감소한 수준에 그친다는 점에서, 은행들의 추가적인 감축 노력이 동반되지 않을 경우 은행들이 설정한 감축목표의 평균인 -35%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녹색여신, 전환금융(전환여신) 등 녹색금융은 기후변화를 줄이기 위한 금융시책인 녹색금융에  부합하는 금융상품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전환금융은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이 탄소 감축을 위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기존의 친환경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와 차별화된다.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지원이 아니라, 여전히 탄소 배출이 높은 산업군(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이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변화를 돕는 것이 핵심이다.

녹색금융, 여신·채권·펀드 등으로 확대

즉, 전환금융은 '탄소 배출을 없애는 것이 아닌, 줄이는 과정'을 위한 금융 지원을 의미하는 것이다. 전환금융이라고도 부른다. 이를 통해 산업 전반의 저탄소 전환을 가속화하고, 넷제로(Net Zero) 목표 달성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한다.

자료= 금융위, 환경부
자료= 금융위, 환경부

이와 달리, 녹색여신이란  자금 사용목적이 녹색분류체계(한국형 녹색분류체계, K-택소노미)에 부합하고 녹색여신 관리지침의 내부통제 기준 등을 준수해 취급하는 여신을 말한다. 지난 2021년 친환경 녹색경제활동 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K-택소노미가 제정됐다. 이후 2024년 12월  환경부와 금융당국은 (K-택소노미 개정안과 녹색여신 관리지침을 발표했다.

녹색여신 이외 금융을 통해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유도하고 장기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금융상품으로는 녹색채권, 녹색보증, 녹색프로젝트파이낸싱(PF), 녹색자산유동화증권 등이 있다.

이 모두 K-택소노미가 제시하는 6대 환경 목표(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물 관리, 순환경제, 오염 관리, 생물다양성 보전)에 기여하는 경제활동에 한 가지 이상 적합(택소노미 적합활동)해야 하고, K-택소노미가 배제하는 인권, 노동, 안전, 반부패, 문화재 파괴 등 관련 법규를 위반하지 않아야 한다.

기후 변화와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강화됐고, 금융 분야에서도 환경을 고려한 투자 방식이 중요해졌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녹색금융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친환경 기업이나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그린 본드(Green Bond),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ESG 투자(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친환경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지속 가능 펀드 등이 있다. 이같은 금융 상품들은 환경 보호와 함께 투자자들에게도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저탄소 전환 가속 '전환금융' 필요성 커져

유럽연합(EU), 미국, 한국 등 여러 국가가 탄소 중립 목표를 설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환경친화적인 기업과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 기업들도 지속 가능한 경영을 강조하면서, 녹색금융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기후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탄소 배출을 절감하고자 노력하면서 저탄소 기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금융권에서도 이를 위해 그린본드를 발행하는 등 저탄소 기업에 대해 자금을 늘리고 있다.

다만 그린본드를 발행하고 이 자금으로 금융지원을 할 경우 금융사는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에 대해 지원할 수는 없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탄소 감축을 위해선 고탄소 업종의 저탄소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녹색여신 보다 전환금융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

전환금융은 저탄소 기업으로 사용처가 한정된 그린본드와 달리 금융 지원에 대한 제약이 없고 지원 범위가 넓다는 점이 강점이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지방 금융사 및 중소기업의 기후 리스크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책도 확대할 계획이다.

"기후위기 무대응시 GDP 21% 하락, 금융권 45.7조 손실"

3월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한국은행-금융감독원 공동 기후금융 컨퍼런스'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부터), 김완섭 환경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한국은행.
3월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한국은행-금융감독원 공동 기후금융 컨퍼런스'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부터), 김완섭 환경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한국은행.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3월 18일 열린 기후금융 컨퍼런스에서 공개했다. 이번 테스트는 7개 은행과 4개 생보사, 3개 손보사를 대상으로 도출해 낸 결과다.

한은과 금감원, 기상청은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1.5℃ 대응) ▲2050년까지 탄소 배출 80% 감축(2℃ 대응) ▲2030년까지 무대응 후 넷제로 정책 추진(지연대응) ▲기후정책 미도입(무대응)의 네 가지 시나리오로 구분해 이번 테스트를 실시했다.

테스트 결과 1.5℃ 대응을 목표로 기후 정책을 추진할 경우 금융권의 예상손실 규모가 27조원 안팎으로 제한되지만, 무대응시에는 그 규모가 45조7000억원까지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경로 역시 1.5℃ 대응시에는 2050년경 GDP가 13.1% 감소한 뒤 그 이후에는 감소 폭이 줄어드는 반면,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경우 2050년까지는 기후 리스크 영향이 미미하겠지만 2100년경에는 GDP가 21%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기후 대응정책 도입 강도, 정책 도입시기 변화에 따른 영향을 평가 하기 위해 ▲1.5℃ 대응(2050 Net Zero), ▲2℃ 대응, ▲지연대응, ▲무대응 등 총 4개의 시나리오 (탄소감축 경로 및 실물경제 영향)를 설정. 자료 = 한은, 금감원.
기후 대응정책 도입 강도, 정책 도입시기 변화에 따른 영향을 평가 하기 위해 ▲1.5℃ 대응(2050 Net Zero), ▲2℃ 대응, ▲지연대응, ▲무대응 등 총 4개의 시나리오 (탄소감축 경로 및 실물경제 영향)를 설정. 자료 = 한은, 금감원.

산업별 영향도 큰 차이를 보였다. 정유·화학·시멘트·철강·자동차 등 고탄소 업종은 온실가스 감축 기술이 상용화되는 2050년 이후부터 부가가치 감소 폭이 완화되는 반면, 농업이나 식료품, 건설업은 2100년에 다다를 수록 부가가치 감소 폭이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융권의 신용 위험도 급증할 전망이다. 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권의 경우 취약업종의 부도율이 높아지는 2050년까지 신용 위험이 동반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제조업과 전기가스공급업 등으로 인해 2050년 무렵에는 전환 리스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부 또는 모든 은행의 BIS비율도 규제비율 수준을 하회하게 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리스크 유형별, 금융업종별 예상 손실. 자료 = 한은, 금감원.
리스크 유형별, 금융업종별 예상 손실. 자료 = 한은, 금감원.

이번 테스트를 계기로 금감원 역시 금융권의 기후리스크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감독 업무를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탄소저감 효과는 입증되었으나 현재의 녹색기준은 일부 충족하는 투자도 활성화되도록 금년 중 금융위, 환경부와 협의해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탄소 중립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먼저 탄소 감축 효과가 입증됐으나 현행 녹색 기준을 일부 충족하는 투자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녹색여신 관리지침에 따른 녹색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녹색여신은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전환금융과 차별화하는 등 탄소 절감을 위한 자금이 원활히 지원되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조업 집중 등으로 기후리스크 노출이 큰 지방소재 금융사 및 지자체 등과 연계하여 저탄소 전환금융 지원을 강화한다. 중소기업이 탄소 감축을 위해 필요로 하는 컨설팅을 지자체·금융권과 연계해 제공할 방침이다.

기후리스크 관리 지침에 따라 △지배구조 구축 △전략 수립 △리스크 평가 및 관리 △공시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금융권과 소통도 강화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후리스크 감독을 위한 국제기준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유관부처, 학계, 연구소 등 기후변화 전문가 집단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탄소 고배출 기업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상품이라는 점에서 전환금융은  ESG금융의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기관들과 기업들이 전환금융을 적극 도입할 경우, 탄소집약적 산업이 친환경 구조로 전환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이 늘어나게 된다. 

국제 금융 시장에서도 전환금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한 금융 시스템 개편에 나서고 있으며, 특히 유럽과 일본이 전환금융을 주요 정책으로 채택하고 있다.

일본은 2021년 세계 최초로 전환채권(Transition Bond)을 발행하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고, 유럽연합(EU) 역시 전환금융 프레임워크를 마련해 기업들의 친환경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국내 금융권도 전환금융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ESG 채권 발행을 확대하며, 고탄소 산업군의 지속 가능한 변화를 위한 맞춤형 금융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한국 산업은행과 국민연금은 전환채권 발행을 통한 산업 전환 지원에 나서며 ESG 금융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전환금융은 단순한 '녹색 투자'를 넘어, 기존 산업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요한 금융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와 금융기관이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고 기업들이 이를 활용해 친환경 산업 전환을 가속화한다면, 탄소중립 사회 실현이 더욱 현실에 가까워질 것이란 기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