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21일 제출한 서울강남구 삼성동에 조성하는 GBC(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의 새 조감도. 기존 105층 1개 동에서 54층 3개 동으로 변경됐다. 사진 = 서울시.
현대차그룹이 21일 제출한 서울강남구 삼성동에 조성하는 GBC(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의 새 조감도. 기존 105층 1개 동에서 54층 3개 동으로 변경됐다. 사진 = 서울시.

현대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조성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 설계 변경안을 서울시에 7개월만에 다시 제출했다. 앞서 지난해 2월 제출했던 54층 2개동 계획(지난해 7월 철회)에서 이번에 1개동이 추가됐다. 

서울시는 사업시행자인 현대차그룹으로부터 이같은 내용의 개발계획 변경제안서가 접수됐다고 21일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105층 1개 동을 건립하는 당초 계획안을 엎고, 54층 빌딩 3개 동을 짓는 것으로 수정했다. 고층 3개 동은 사옥과 전망 공간으로 사용하고 영동대로와 인접한 8~9층 저층부 2개 동은 시민들을 위한 문화 시설등으로 개방한다. 설계가 전면 수정된 만큼 현대차와 시는 공공기여 등을 둘러싼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2014년 현대차그룹은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7만 9341.8㎡를 매입해 사옥을 세우는 'GBC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2016년 사전 협상을 통해 지상 105층(561m) 규모의 업무시설, 호텔, 전시·컨벤션 시설, 공연장 등을 조성하기로 계획했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건물을 짓는 조건으로 사업지 용도를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종 상향했다. 또 용적률을 800% 완화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 받기로 했다.

당시 현대차그룹과 서울시 간 합의된 공공기여금은 1조7491억원이었다. 이후 현대차그룹은 2020년 5월 착공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후 공사비가 급등하자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2월 105층 1개 동 대신 55층 2개 동으로 낮춰 짓겠다는 변경 제안서를 서울시에 냈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2016년 서울시와 합의한 1조7491억원의 공공기여금과 관련해서는 더 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인허가 주체인 서울시가 수용할 수 없다며 제동을 걸자,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7월 개발계획 변경서를 철회했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100층을 90층으로 낮추겠다는 것이 아니라 하나 짓는 것을 몇개로 나누고, 층수는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는 것인데 어떻게 같은 계획일 수 있느냐, 다른 계획을 세웠으면 그에 걸맞은 공공기여를 새롭게 논의하는 게 상식이고 합리적 판단"이라며 공공기여금과 관련해 현대차그룹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에 현대차가 개발계획 변경서를 철회한 이후 7개월만에 다시 제출한 것은 서울시와 공공기여금 재협상에 응하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서울시는 지구단위계획 변경 결정 절차를 밟는 등 경기 침체 상황을 고려해 사업을 신속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현대차그룹이 제출한 개발계획을 놓고 전문가·민간·공공으로 구성된 협상조정협의회를 구성해 GBC 부지에 대한 추가 협상을 하고, 협상 결과를 반영해 지구단위계획 변경 결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기존 설계안과 다른 층수를 넣겠다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출한 만큼 시와의 협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층수가 낮아진 만큼 공공기여의 수준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105층 계획안에 따른 공공기여금은 1조7491억원 정도이지만, 2016년 사전협상 때보다 토지가격이 올라간 부분도 협상의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토지가격이 올라간 만큼 공공기여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105층을 전제로 서울시가 감면해준 2336억원이 이번 협상에서는 포함될 경우 공공기여금 협상이 최소 1조9827억원에서 시작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서울시는 2016년 현대차그룹에 105층 GBC 타워에 모든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전망대를 만드는 것을 전제로 2331억원에 달하는 공공기여금을 할인해준 바 있다.

다만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오른 데다 현대차가 2014년 GBC 부지를 기존 감정가보다 2배 이상 비싸게 샀던 만큼 서울시 역시 공공기여금을 급격한 수준으로는 인상하지 않겠다는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GBC 부지 표준 공시지가가 크게 오른데 대해서는 서울시는 감정평가 재실시 등 토지가격 산정방식을 놓고 현대차그룹과의 협상을 통해 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창규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현대차 GBC는 기존 계획 결정 이후 오랜 시간 공사가 더디게 진행돼왔다"며 사전협상을 비롯한 행정절차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진행해 서울시의 도시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4년여의 공사 기간을 감안하면 GBC는 이르면 2029년 완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현대건설은 GBC 사업 부지에서 초기 공정인 터파기 공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