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딥시크(DeepSeek)의 인공지능(AI) 기술 혁신이 중국 투자 매력도를 높이면서, 인도에서 중국으로의 자금 이동이 빨라지고 있다.
헤지펀드들은 딥시크 주도 기술주 랠리와 중국 정부의 AI 산업 부양에 대한 기대가 겹치면서, 최근 몇 달 사이 가장 빠른 속도로 중국 주식을 매수하고 있다. 반면, 인도는 거시경제 성장 둔화, 기업 실적 하락,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우려로 인해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 유출을 겪고 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자금의 재배치로 지난 한달 동안 중국 본토 및 홍콩 증시의 시가 총액은 총 1.3조 달러(약 1,870조 원) 증가한 반면, 인도 시장의 가치는 7,200억 달러(약 1,000조 원)이상 감소했다. MSCI 중국 지수는 3개월 연속 인도 지수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년 만에 가장 긴 상승세다.
중국, 투자 매력 회복…시 진핑과 잭 마 회동
딥시크의 AI 모델은 중국 기술 업계의 투자 심리를 개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번 랠리는 기술주 뿐만 아니라 전기차(EV) 제조업체 및 헬스케어 기업 등 다른 산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이는 과거 중국 투자자들이 정부의 부양책 발표나 ‘국가팀’(state-backed ETF)의 개입을 기다리는 상황과는 다른 흐름이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17일(현지시간) 알리바바 공동 창업자인 잭 마를 비롯한 주요 기술 기업가들과 회동하며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공식적으로 드러냈다. 이날 시 주석은 중국 경제 성장의 핵심 축으로 민간 기업을 강조하며, AI, 반도체, 전기차(EV) 등 핵심 산업 분야에서 혁신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그동안 중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위축되었던 민간 기술 기업들에 대한 정책 기조 변화로 해석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애널리스트 로버트 리아(Robert Lea)는 “이 같은 고위급 회동은 중국 정부가 기술 산업을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알리바바, 60% 급등…텐센트도 DeepSeek AI 활용해 반등

이번 증시 랠리의 핵심 동력 중 하나는 알리바바 그룹 홀딩(Alibaba Group Holding Ltd.)이다. 홍콩에 상장된 알리바바 주가는 1월 13일 이후 약 60% 급등했다. 텐센트 홀딩스(Tencent Holdings Ltd.)도 뒤따라 상승하고 있으며, 16일에는 DeepSeek의 인공지능 챗봇을 자사의 위챗(WeChat)에 통합할 계획을 발표한 후 주가가 한때 7.8% 상승했다. 1월 저점 대비 거의 40% 상승한 상태다.
시 주석의 지원 신호는 1,600조 원(16조 달러) 규모의 중국 및 홍콩 증시에 지속적인 상승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vs 인도, 투자 환경 차이 뚜렷
캔드리암(Candriam)의 펀드 매니저 비벡 다완(Vivek Dhawan)은 "딥시크 관련 기술 발전이 중국 경제와 금융 시장에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현재 시장 환경에서는 중국이 인도보다 위험 대비 수익 측면에서 더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주식의 밸류에이션 매력도 역시 자금 유입을 촉진하고 있다. MSCI 중국 지수는 향후 예상 이익 대비 주가수익률(PER)이 11배에 불과한 반면, MSCI 인도 지수는 21배에 달한다. 블룸버그가 아시아 주요 주식형 펀드들의 지역별 투자 비중을 분석한 결과, 대다수 펀드가 최근 몇 달간 인도 주식 비중을 줄이고, 중국 주식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도 시장에서는 여전히 장기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인도 시장이 최근 조정을 받았지만,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중국으로의 자금 이동이 단기적인 흐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시장 내 회의론 존재…하지만 '중국 복귀' 분위기 확산
일부 투자자들은 과거 실패한 중국 증시 반등 사례를 들어, 이번 상승세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과열된 투자와 밸류에이션 상승이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 10% 관세를 부과에 대해 아문디(Amundi SA)는 중국 주식에 대한 ‘중립’ 의견을 유지했다. 이 회사의 아시아 선임 투자 전략가 에이단 야오(Aidan Yao)는 “양국이 무역 협상을 통해 일시적인 휴전에 합의할 가능성은 있지만, 중국의 대외 환경은 당분간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중국이 돌아왔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이 1,000억 달러(약 144조 원) 증가했으며, 항셍 테크 지수(Hang Seng Tech Index)는 강세장에 진입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중국 증시에 대한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며, 향후 두 자릿수 상승률을 예상했다. 골드만삭스 전략가 킹거 라우(Kinger Lau)는 "중국의 AI 개발이 기술 산업의 내러티브를 바꿨으며, AI 성장과 경제적 효과에 대한 투자자들의 낙관론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