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그룹 내 경영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 사진=각 사
한화그룹이 그룹 내 경영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 사진=각 사

한화그룹이 그룹 내 경영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필두로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의 입지가 확대되며 성과를 입증해야 할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의 지분을 추가 취득하면서 김 부회장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됐다. 그룹의 금융부문을 이끄는 김 사장과 더불어 기존 유통 부문을 맡고 있던 김 부사장의 사업영역이 반도체 장비까지 넓어지면서 신사업 공략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김동관, ‘방산·조선’ 지배력 강화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오른쪽)과 미국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 스티븐 쾰러 제독(가운데)이 거제사업장에서 정비 중인 ‘월리 쉬라’함 정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한화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오른쪽)과 미국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 스티븐 쾰러 제독(가운데)이 거제사업장에서 정비 중인 ‘월리 쉬라’함 정비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이사회에서 한화임팩트파트너스(5.0%)와 한화에너지(2.3%)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주당 5만8100원에 매입하기로 의결했다. 총 투입 금액은 약 1조3000억원으로 다음 달 13일 주식 취득이 완료될 예정이다.

이번 매입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화오션 지분율은 연결 기준 34.7%에서 42.0%로 확대된다. 이는 한화시스템의 보유분 11.57%와 합한 수치다. 한화오션 지분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일원화되면서 김 부회장의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오션은 최근 미국 필리 조선소 인수에 1억 달러를 투자하며 해양 방산 시장 진출의 기반을 마련했다.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 강화를 요청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024년 매출 11조2462억원, 영업이익 1조7247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각각 43%, 190% 증가한 수치다.

한화오션 지분을 확대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종합 방산기업은 물론 그룹 내 대표 계열사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총괄하고 있는 김 부회장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기존 지상 방산 중심의 견고한 사업 포트폴리오에 더해 이번 지분 인수로 조선·해양 사업까지 확장하게 됐다”며 “장기 사업 잠재력이 큰 조선·해양 부문과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방산 및 조선·해양 기업으로의 비전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로 뻗는 김동원의 비즈니스

한화생명과 SBVA가 21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AI 혁신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사진 왼쪽부터) 한화생명 여승주 대표이사 부회장, 한화생명 김동원 CGO 사장, SBVA 이준표 대표이사가 MOU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생명
한화생명과 SBVA가 21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AI 혁신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사진 왼쪽부터) 한화생명 여승주 대표이사 부회장, 한화생명 김동원 CGO 사장, SBVA 이준표 대표이사가 MOU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생명

그룹 내 금융부문을 이끄는 김 사장은 글로벌 파트너십 체결 등 해외 공략에 나섰다. 특히 지난달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해외 주요 투자자들과 비즈니스 네트워킹을 이어갔다.

현장에서 김 사장이 이끄는 한화생명은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SBVA), 셀라돈 파트너스와 인공지능(AI) 및 ICT 분야 혁신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AI 시장이 급변하면서 관련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다.

한화생명의 최고글로벌책임자(CGO)를 맡고 있는 김 사장은 해외 진출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인도네시아 사업 확대를 지원하고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인니사업태스포스팀(TFT)을 신설했다. 이를 통해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시험대 오른 김동선…유통·제조 경영 본격화

레이저 각인 협동로봇을 보고 있는 김동선 부사장. 사진= 한화로보틱스
레이저 각인 협동로봇을 보고 있는 김동선 부사장. 사진= 한화로보틱스

삼남인 김 부사장도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반도체 장비를 주력으로 하는 ‘한화세미텍’에 미래비전총괄로 합류하면서 신사업발굴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근 한화세미텍은 “종합 반도체 제조 솔루션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아, 기존 사명인 한화정밀기계에서 한화세미텍으로 사명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한화세미텍은 반도체(Semiconductor)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한화세미텍은 1980년대부터 전자 제조 산업에서 다양한 첨단기술을 선보였다. 특히 지난해에는 반도체 전공정 사업을 인수하며 ‘반도체 제조 솔루션’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에 필수인 후공정 장비인 TC본더와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인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미래비전총괄로 합류한 김 부사장은 ‘무보수 경영’에 나서며 연구개발(R&D) 등 신기술 투자에 비용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본인의 경영 의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사장은 한화세미텍을 포함해 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비전에서 미래총괄을 맡으며 유통, 로봇에 이어 반도체 장비까지 사업영역을 넓혔다. 특히 최근에는 급식업체 아워홈 인수까지 추진하면서 그룹 내 입지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말 삼형제가 이끄는 그룹 계열사를 직접 방문, 경영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현장에서 김 회장은 “끊임없는 파격과 혁신으로 세계 기술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며 “혁신기술 만이 미래를 여는 유일한 열쇠”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