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상반기 착공 예정 새만금국제공항 조감도. 사진=전북특별자치도
2025년 상반기 착공 예정 새만금국제공항 조감도. 사진=전북특별자치도

지난해 12월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참사 이후 전국 지방공항의 부실 운영·건설 실태가 하나둘 공론화되고 있다. 저조한 수요로 자본잠식에 시달리는 일부 지방공항이 수요 조사부터 왜곡되며 무리하게 지어지며 사고로 직결됐다는 의혹이다. 

상황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지에서 건설 중이거나 세부 논의 중인 신규 공항이 무려 8곳 더 남았기 때문이다. 당장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현재 본격 추진단계까지 올라온 공항은 부산 가덕도 신공항, 제주 제2공항,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울릉공항, 새만금공항, 흑산공항, 서산공항, 백령공항이다. 이들 일부는 사업 편익을 계산하는 예비타당성 조사마저 면제 받으며 순항 중이다. 

현재 운영 중인 공항 15곳 중 7곳이 일 평균 운항편 10회를 넘기지 못하는 만큼, 새로 지어지는 공항들도 자칫 유령공항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치 논리에 따라 국가 예산이 투입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0.5도 안 나오는 비용 대비 편익…적자 예고된 신공항들

전북 군산시 새만금 매립 부지에 건설 예정인 새만금국제공항의 경우 2058년 연 105만명 여객 수요가 예측된다는 발표가 나온 바 있다. 기존 군산 공항에서 불과 1㎞ 거리에 위치한다. 군산공항의 민간 항공과 국제선을 대체한다는 명목이다.

새만금공항이 안정적 수요를 유지하기 위해선 전북뿐 아니라 충청권과 전남권의 수요까지 일부 가져오는 게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충남에는 서산공항이 새로 건설 추진 중이며, 전남권에는 광주와 무안공항마저 수요가 부진하다는 점이다. 당장 오는 2027년에는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으로 무안공항에 고속철도 무안공항역이 들어선다. 무안공항 접근성이 더 개선됨에 따라 전북 수요를 놓고 경쟁하게 된다는 뜻이다.

전북 자체 인구수도 새만금 공항의 예상 수요 산정 기준에 의문부호를 달게 만든다. 당장 2024년 기준 전북 전체 인구는 173만명에 불과하다. 인구 151만명인 강원도와 큰 차이가 없다. 강원도에는 국적 정기 취항이 모두 끊기며 ‘유령공항’이 된 양양공항이 있다.

새만금공항은 심지어 국토부 사전타당성 연구 결과 B/C비율(비용대비편익)이 0.479를 기록한 바 있다. 통상 B/C 비율이 1보다 낮으면 적자가 유력하다는 뜻이다. 그 절반도 안되는 새만금공항의 경제성이 우려를 자아내는 이유다. 그럼에도 새만금공항은 지난 2019년 지역균형발전 명목으로 예비타당성 조사(예타)에서 면제됐다.

충청남도 서산시에 건설 예정인 서산공항도 수요 측면에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서산공항은 기존 서산시 고북·해미면에 자리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의 활주로를 활용해 지방공항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2023년 기획재정부 예타에서 탈락한 바 있다. B/C비율이 0.81에 그쳤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국토부)와 서산시의 의지는 뚜렷하다. 충청남도가 전국 광역 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민간공항이 부재한 관계로 인근 김포공항과 청주공항까지의 접근성이 열악하다는 것이 계획 배경이다. 총 공사비를 500억원 이하로 내리면 예타를 면제받을 수 있기에,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2028년 개항을 목표로 잡았다.

문제는 인접 공항의 존재다. 충청남도에서 청주·김포·군산 공항까지의 접근성이 좋지 않지만, 반대로 접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서산공항보다 더 많은 노선이 취항하고 인프라도 우수한 인접 공항에 역으로 수요를 빼앗길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충청도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만큼 가장 큰 잠재적 경쟁공항으로 거론되는 청주공항 역시 인접한 김포 공항에 수요를 상당수 빼앗기는 실정이다. 청주공항은 2023년 기준 영업손실 112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손실 41%를 거뒀다. 자본잠식에 가까운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현시점 서산공항은 국내선 한정 공항이 될 확률이 높다. 지난해 11월 국회가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서산공항 건설 추진현황’ 등에 따르면, 서산공항에서 실제 운항 가능한 노선은 제주도·울릉도·흑산도·백령도 등 4곳에 불과하다. 해당 수요마저도 대부분 제주도에서 발생할 전망이다. 인근 공항들이 국제선을 운항하고 있으며, 새로 건설되는 새만금공항도 국제공항으로 추진 중이다. 서산공항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화성시 시민단체가 경기국제공항 후보지 발표에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화성시 시민단체가 경기국제공항 후보지 발표에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지역사회에서 추진 중인 경기국제공항은 여객과 화물 양쪽으로 반발에 부딪히는 중이다. 애매한 입지가 발목을 잡는다. 수도권에 김포공항과 인천공항 등 경쟁력 있는 공항이 대거 포진한 점이 경기국제공항의 예상 여객 수요를 끌어내린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은 “여객의 수요는 좀 더 우수한 인프라와 많은 취항 노선이 갖춰진 곳으로 흐른다”며 “경기국제공항 추진에 앞서 후보지 조사 용역 결과가 여객 및 물류 수요를 객관적이고 타당하게 산출했는지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도는 현재 첨단화물공항으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경기국제공항의 첨단물류 공항 개발전략 및 역할분담 방안 연구’에 돌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 2022년 SNS에서 “반도체 제품은 80%가 비행기로 수출된다”며 “경기국제공항 건설이 물류비 절반을 아낄 수 있는 반도체 포털 탄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 실효성 측면에서 다소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현재 대한민국은 무역의 98%를 해운(바다)에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 항공화물은 전체 교역량의 0.05%를 차지할뿐이다.

구 회장은 “반도체 수출이 목표라면 오히려 청주공항이 적격이다.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캠퍼스가 아산과 천안 등에 대거 몰려있기 때문”이라며 “경기국제공항은 수요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철새 도래지라는데 최적 입지조건? 불거지는 신공항 안전·환경 문제

현재 추진 중인 신공항 상당수가 철새도래지나 해안 간척지 등에 세워질 예정임에 따라, 안전사고와 환경오염을 동시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이번 무안공항 참사 유력 원인 중 하나로 ‘버드스트라이크’가 지목됨에 따라 철새도래지 문제가 본격 거론되기 시작했다. 사고 후 무안공항 주변에는 환경 보호구역이 9곳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당수는 갯벌과 저수지 등 조류 서식지다. 반면 이런 새들을 활주로에서 쫓아야 하는 조류퇴치반 인원은 단 4명뿐이었던 것으로 드러나며 인력 확충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공항 특성 상 특히 조류충돌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산다.

새만금공항이 대표적이다.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인 금강 하구가 입지다. 환경영향평가정보지원시스템(EIASS)이 2021년 공개한 ‘새만금신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따르면, 해당 지역은 42과 159종의 조류가 서식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법정 보호종이자 멸종위기 1급인 황새·저어새·흰꼬리수리 등 다양한 천연기념물도 발견됐다.

평가는 “공항 건설 시 조류 서식·취식 지역 일부 감소가 예상되며, 공항 운영 시 조류충돌 발생 확률이 증가하고 조류 이동 경로에 변화를 만드는 등 주변 철새도래지와 취식지에 간접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명시했다.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사진=부산시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사진=부산시

부산 김해공항을 대체할 예정인 가덕도신공항도 철새 서식지 파괴가 문제시된다. 2023년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현지 52과 187종이 서식하고, 이중 37종이 법정 보호종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가덕도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에 기재된 조류 서식지 파괴 우려. 사진=전략환경영향평가 갈무리
가덕도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에 기재된 조류 서식지 파괴 우려. 사진=전략환경영향평가 갈무리

가덕도공항이 해상매립공항인 점도 우려를 부추긴다. 13조원을 들여 국수봉을 깎고 바다를 매립해 공항을 만든다. 2029년 개항 목표다. 2035년으로 예정된 개항일이 6년 앞당겨졌다. 2030년 유치 목표였던 부산 엑스포에 맞추기 위함이다. 당시 국토부는 공기 단축을 위해 순수 해상공항이었던 계획을 육·해상 공항으로 변경됐다. 자연스레 육지와 해상 지반침하 속도가 다른 ‘부등침하’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초 육·해상 공항 안은 국토부에서 먼저 부등침하 우려를 지적했던 방식이다.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에도 2029년 개항 계획은 변경되지 않았다. 여야를 막론하고 표심 확보를 위한 핵심 공약으로 가덕도공항 건설을 밀어붙인 결과다. 2018년 민주당측 오거돈 전 시장이 김해공항 확장안은 폐기시킨 데 이어,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여야 합작으로 ‘가덕도신공항 건설 특별법’이 통과됐다.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 힘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동시에 ‘가덕도공항 조기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결국 2022년 예타 면제 조항을 담은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 통과하고 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 의결까지 거치며 최종적으로 가덕도공항의 예타가 면제됐다.

SOC 난립 이전 산업 유치·관광자원 개발 우선돼야

정치권에서 지역공항으로 대표되는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집중하는 이유는 ‘지역균형발전’ 대명분을 충족함과 동시에 지역민 표심까지 한 번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효과도 있었다. 전후 한국의 폭발적 경제 성장은 국가 주도적 SOC 확충 사업이 뒷받침된 결과다. 역대 정부는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항만, 철도, 고속도로 등 다양한 국가 기반 인프라를 주도적으로 건설했고,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으로 정점을 찍었다. 국가의 적극적인 SOC 개발에 따라 민자사업까지 활성화 되기도 했다.

다만 이제는 대한민국의 경제 수준이 완연히 달라졌다. 이미 지역공항을 포함한 일부 SOC는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향후 SOC 사업은 추진 이전에 편익을 고려하는 기조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민간항공경영연구소장)는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기본적으로 B/C값이 1 이하로 나와선 안 된다”며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중앙정부의 재정, 국민의 세금이 소모되는 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조건 SOC가 먼저 들어온다고 수요가 만들어지고 지역이 발전하는 게 아니다. 기업이 먼저 들어오고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이 뒷받침돼야 SOC 수요도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은 기존 15개의 전국 공항을 건설하며 선 SOC 투입의 부작용을 겪어 봤다는 설명이다. 현재 인천, 김포, 김해, 제주공항을 제외한 11개 공항이 전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선 SOC 투자 실폐 사례 대표격으로 꼽히는 양양공항. 취항 항공사가 사라지며 유령 공항이 됐다. 배후지역 인프라 부족으로 공항 이용 동인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박상준 이코노믹리뷰 기자
선 SOC 투자 실폐 사례 대표격으로 꼽히는 양양공항. 취항 항공사가 사라지며 유령 공항이 됐다. 배후지역 인프라 부족으로 공항 이용 동인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박상준 이코노믹리뷰 기자

비슷한 사례는 한국과 유사한 발전 양상을 보인 주변 국가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중국은 1978년 덩샤오핑 전 주석이 개혁·개방을 시작한 후 수십 년간 고속 성장을 이뤘다. 원동력이 SOC 확충이었다.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44%가량을 부동산 투자와 고속도로, 공항, 발전소 등 SOC 건설에 투자했다. 세계 평균 25%를 상회한다.

문제는 중국의 GDP 성장률이 지난 2015년 6.9% 기록하며 7% 성장률 시대가 끝난 후부터 발생했다. 세계은행은 2025년 중국 경제 성장률을 4.5%로 내다봤다. 기반시설 과잉·중복 투자 부작용이 지방정부 부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기반시설과 부동산 위주 투자의 경지 부양 효과가 갈수록 비효율과 부채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중국 일부 지역은 사용률이 낮은 교량과 공항을 떠안았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는 1980년대 버블경제 붕괴 이후 30년 동안 장기 침체를 겪고 있다. 1990년대부터 경기부양 목적으로 114조엔(약 1053조원)을 투입해 공항을 비롯해 대규모 SOC 투자를 감행했다. 과잉 투자된 부분의 구조 조정 대신 국가 주도 투자를 선택했고, 건설업 등이 한계에 봉착하며 경기 활력을 높이는 데는 실패했다, 잃어버린 30년이다.

다만 해법 역시 해당 국가들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황 교수는 “일본은 산업 유치와 관광 인프라 구축을 통해 SOC 수요를 살릴 여지를 보이고 있다”며 “지난해 역대 최대규모 관광객 유치에 성공하며 지방 소도시까지 관광 분산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은 2025년 일본관광청 예산의 87.5%를 지방 관광 활성화에 투입하는 등 관광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이다. 이처럼 기존처럼 정치 논리에 따른 무분별한 SOC 투자에서 벗어나, 산업 발달이나 관광 인프라 발달 등 전제 조건을 갖춘 지역 위주 투자로 편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