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바다같이 넓은 푸드테크 세상에서 식품업계도 미래 방향성을 긴밀히 파악하고 관련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각 업계 특성을 살려 사업간 연관 관계를 고민했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고민한 결과로 풀이된다.
식품기업들은 대체육 등 식품 자체를 재구성하는데 골몰했다. 배양육이나 대두로 스테이크를 만들고, 두부로 치킨을 만들었다. 쌀로 우유를 만들기도 한다.
급식기업들은 인력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조리 자동화 로봇을 도입한 점이 눈에 띈다. 식사를 만들어 제공하는 만큼 일부 요리를 고객 취향에 맞춰 제조하는 급식기업도 있다.
프랜차이즈업계는 조리 자동화에 집중했다. 신속하고 안전한 음식을 고객에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 외에도 스마트팜, 즉석조리 자판기 등으로 식품업계는 사업영역 다각화에 한창이다.
‘신소재’ 찾아 나선 식품업계

가장 먼저 시장에 뛰어든 것은 롯데푸드(현 롯데웰푸드)다. 지난 2019년 4월 식물성 대체 육류 브랜드 ‘엔네이처 제로미트’를 론칭했다. 이때 선보인 것은 밀 단백질을 이용해 만든 너겟과 미트까스 2종이다. 1년 뒤인 2020년 7월 대두 추출 단백질을 사용해 두 가지맛의 함박스테이크를 더 출시했으나 현재는 단종된 상태다. 이후 롯데는 보다 고객 취향에 가까운 헬스&웰니스로 타깃층을 명확화한 제품을 선보인다. 바로 지난 6월 선보인 100% 식물성 디저트 브랜드 ‘조이(Joee)’다. 롯데웰푸드는 지난 8월에도 아이스와 캔디로 전해질을 보충할 수 있게 한 ‘이온플러스+’ 등을 내놓고 호평 받았다.
CJ제일제당(제일제당)은 2021년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해 고기의 맛과 식감을 구현한 ‘플랜테이블’로 푸드테크 사업 시작을 알렸다. 현재 만두‧떡갈비‧미트볼‧함박스테이크‧캔햄‧너겟 등 다양한 제품을 전세계 40여개국에 수출 중이다. 사내벤처 프로그램 ‘이노백(INNO 100)’을 통해 발굴된 식물성 유제품 브랜드 ‘얼티브’도 2022년 6월 론칭 후 10여종의 제품이 판매 중이다. 지난해는 대한불교조계종 사업지주회사 도반 HC와 업무협약을 맺고 고기와 오신채(五辛菜) 넣지 않은 ‘사찰식 왕교자’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신세계푸드도 2021년 ‘베러미트’라는 대안육 사업을 시작했다. 베러미트는 고기를 자주 즐기는 소비자들이 콜레스테롤, 동물성 지방, 항생제 등에 대한 걱정 없이 고기 본연의 맛과 식감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올해 7월에는 ‘유아왓유잇 식물성 라이스 베이스드(라이스 베이스드)’를 출시하고 시장 확대에 사활을 걸었다. 라이스 베이스드는 국산 가루쌀, 현미유 등 100% 식물성 원료를 최적의 비율로 넣어 깔끔하고 고소한 쌀 음료 본연의 맛을 구현했다는 분석이다.
대상은 배양육 사업에 진심이다. 2021년 6월과 8월에 동물세포 배양 배지 선도기업 ‘엑셀세라퓨틱스’, 배양육 및 배양 배지 소재 선도기업 ‘스페이스에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지분투자를 실행한 바 있다. 엑셀세라퓨틱스와 배양육 생산에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배지를 2025년까지 상용화할 계획이다. 2022년에는 식품연구소 내에 식물성 대체육 전문팀을 구성했다. 현재 국내 급식용 메뉴인 너비아니, 함박스테이크, 치킨너겟과 글로벌 전용 한식 HMR(가정간편식)을 개발 중이다. 같은해 10월에는 3차원(3D) 프린팅 기술 기반 대체육 업체 비페코에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조리’에 집중한 급식업계

급식업계는 조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급식 자체가 조리인의 건강권 침해와 만성적인 인력부족 문제에 시달리는 만큼 이 부분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CJ프레시웨이는 푸드서비스 사업장에서 지난 9월 기준 140여대의 로봇, 자동화기기를 운영하고 있다. 도입 운영 중인 대표적인 로봇류는 서빙로봇, 패티 조리 로봇, 중화웍봇 등이 있다. 자동화기기류는 자동 컵 세척 살균기, 자동 밥공급 디스펜서, 야채절단기, 초밥성형기, 김밥기계 등이다. 사측은 앞으로도 조리 현장의 업무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푸드서비스 사업장에 기기 도입을 지속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삼성웰스토리는 2023년 8월 레인보우로보틱스와 MOU(업무협약)를 맺고 단체급식 로봇 자동화에 나섰다. 삼성웰스토리는 조리로봇 전문코너인 ‘웰리봇’을 선보였다. ▲t(톤)단위 전처리 작업이 가능한 절단기 ▲볶음요리를 담당하는 오토웍 ▲자동식수관리로 청결도를 높인 디스펜서 ▲무인 자동컵세척기 등이다. 분당에 위치한 삼성웰스토리 본사에는 로봇이 직접 국과 탕, 찌개 메뉴를 만들고 배식하는 ‘웰리봇’ 코너도 마련돼 있다. 삼성웰스토리 웰리봇은 테스트를 통해 단체급식 사업장 상용화를 목표로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순차적으로 전국 600여개 사업장에 보급할 계획이다.
하루 100만식을 제공하는 아워홈은 조리기기와 빅데이터 활용 식수(食需) 예측 등으로 푸드테크 사업을 영위한다. 조리작업 개선을 위해 고추장돼지불고기 등 메인 반찬은 물론이고 볶음밥 등 볶음 요리를 자동으로 가능한 ‘자동볶음 솥’을 도입했다. 제육볶음의 경우 1시간에 200인분 이상 자동 조리가 가능하다. 노동강도가 높은 세정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30%가량 일을 줄여주는 자동잔반처리기도 도입했다. 2018년부터는 고객만족도와 수익성 제고를 목표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식수 예측 및 메뉴 큐레이션’ 개발에 착수했다. 단체급식기업으로서 40년간 쌓아온 자료를 빅데이터화해 효율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이외에 관련 스타트업 투자도 진행 중이다.
환자식을 강조하는 현대그린푸드는 AI(인공지능) 영양상담 솔루션 ‘그리팅X’를 푸드테크 사업으로 낙점했다. 그리팅X는 네이버의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자체 개발한 솔루션이다. 현대그린푸드가 단체급식과 케어푸드 사업을 통해 축적한 식품‧영양학적 정보를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와 결합해 신뢰도 높은 정보를 제공한다. 영양사는 그리팅X를 통해 상담 과정에서 영양소‧질병‧식재료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양사가 일일이 외우고 있기 어려운 영양소별 권장 섭취량‧상한 섭취량은 물론 주요 만성질환별 증상과 적합한 식이요법 등을 즉시 확인 가능해 상담사별 편차 없이, 전문화된 영양상담이 가능해진 것이 특징이다.
‘로봇’으로 속도 높인 프랜차이즈업계

프랜차이즈업계도 단순 반복 작업에 로봇 도입이 활발하다. 작업자 안전과 조리 시간 단축을 위해서다. 롯데GRS는 롯데리아 매장에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2021년 국내 로봇 키친 스타트업 ‘에니아이’와 MOU 체결 후 주방 자동화 로봇 ‘알파그릴(패티조리)’을 롯데리아 구로디지털역점에 배치해 적용 중이다. 알파그릴은 기존 작업 과정을 생략해 패티를 1분 내외로 조리 가능하다. 장비제조기업 네온테크와 협업해 최근 후라이 자동화 로봇인 ‘보글봇’도 도입했다. 작업자의 원재료 투입 이후 바스켓의 이동, 쉐이킹 작업 및 기름 떨이 작업 과정을 로봇 스스로 수행한다.
치킨 프랜차이즈 bhc는 튀김로봇인 ‘튀봇’을 도입했다. 튀봇은 bhc와 LG전자 사내벤처가 공동으로 개발한 로봇이다. 반죽된 재료를 기계에 올리면 자동으로 트레이를 움직여 조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치킨 조리과정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튀김 과정을 튀봇이 담당하게 해 작업 효율성과 작업자의 안전성을 높이며 균일한 맛과 품질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매장에서는 가장 큰 장점으로 단순‧반복업무 감소로 인한 작업 효율성 향상을 꼽는다. 튀김 바스켓을 수시로 흔드는 등의 단순 작업들이 줄면서 작업 속도가 빨라져 주문 피크타임 대응이 수월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 튀봇 도입 매장 수는 총 22개점이다.
특이점이 온 푸드테크, 농심‧풀무원

지금까지 국내 푸드테크는 대안 식품 개발을 비롯해 안전성 향상과 노동력 절감에 초점이 맞춰졌던 것이 사실이다. 기존 사업 영역 안에서 투자가 진행됐다는 뜻이다. 이를 뒤집어 ‘신사업’ 개념에서 푸드테크를 적용한 기업이 있다. 바로 농심과 풀무원이다.
농심의 푸드테크 사업은 스마트팜, 생산라인, 벤처 투자 등 총 세가지로 구성된다. 스마트팜은 1995년 감자연구소로 시작한 기술력을 발전시켜, 지난 2022년 오만에 ‘컨테이너형 스마트팜’ 수출 성과를 보였다. 지난 7월에는 2025년 말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지역 약 4000㎡ 부지에 스마트팜 시설을 구축하고 운영을 맡게 됐다고 밝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외에도 AI를 통한 생산라인 총괄로 효율성을 극대화 했다. 지난해는 ‘스톤브릿지벤처스’가 운용하는 스타트업 투자 펀드에 50억원을 출자해 배양육과 스마트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등 푸드 밸류체인을 혁신 스타트업 육성에 힘을 보탰다.
풀무원은 대체식품에 더해 무인 판매 플랫폼으로 사업을 다각화 한 것이 주목된다. 무인 판매 플랫폼은 2019년 무인 판매 플랫폼 ‘출출박스’로 시작해 즉석조리 자판기 ‘출출박스 로봇셰프’로 진화했다. 이는 냉동 상태의 요리 제품을 주문 즉시 로봇이 조리해 약 90초만에 완성하는 스마트 기기다. 지난해 9월 기준 생면 요리 3종(육개장국수, 돈코츠라멘, 고기짬뽕)의 개발이 완료됐으며, 향후 한국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전문 면요리‧탕 등으로 메뉴를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2022년에는 식물성 지향 식품으로 만든 지속가능식품 전문 브랜드 ‘지구식단’을 가수 이효리씨를 브랜드 모델로 발탁해 판매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와 관련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해외와 달리 두부 등 식물성 단백질 섭취 비율이 높아 아직 대체육 등의 식생활 침투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도 “푸드테크 식품은 생각보다 매출이 빠르게 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사내에서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