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테크는 언제부터 우리 생활에 녹아들었을까. 오래, 자주 들어본 것 같지만 사실 푸드테크가 우리 일생생활에 녹아든 것은 코로나19 이후다. 비대면이 화두이던 그 시절, 전국민이 카페나 음식점에서 키오스크를 익히기 위해 골몰하면서부터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3년 ‘리테일 무인화, 임계점이 다가온다’ 리포트에서 국내 공공 및 민간에 보급된 키오스크가 2022년말 기준 45만대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중 요식업을 중심으로 생활편의 시설 등에 들어선 키오스크는 2019년 8000개에서 2022년 11만7000개 수준으로 급증했다. 2년만에 14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그렇다고 푸드테크가 키오스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앞서 커버스토리 1, 2편에서 다룬 것과 같이 배양육을 비롯해 조리로봇, 배달앱, 예약앱, 쓰레기 처리 기술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곳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물론 미래 산업이 항상 걸려 넘어지는 규제와 가격경쟁력 확보는 아직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있다.
코로나19가 밀고…‘흑백요리사’가 당기고
삼일PwC경영연구원은 2022년 발표한 ‘푸드테크의 시대가 온다’에서 푸드테크 시장 확장의 주요 배경으로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3D프린팅, 로봇 등의 기술 고도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요 확대 ▲ESG, MZ세대 가치소비, 완전 채식주의(Veganism) 등으로 인한 친환경 대체식품 관심 증대 ▲인구급증으로 인한 식량안보 ▲고령화로 인한 건강 및 식품 안정성 관심 증대 등을 꼽았다.
코로나19가 촉발시킨 푸드테크 산업으로는 키오스크와 더불어 배달앱이 눈에 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푸드테크 산업의 혁신 트렌드와 미래전망’ 리포트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되면서 배달시장이 급격히 성장했다. 이는 국내음식 배달서비스 거래액이 2017년 2조7326억원에서 2021년 25조6783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한 이유다. 배달앱 서비스는 4년간 연평균 75.1% 증가했다.
동시기 ‘서빙로봇’, ‘조리로봇’ 등의 성장세도 감지됐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츠는 글로벌 푸드 로봇 시장 규모가 2020년 기준 약 19억달러(2조7300억원)에서 연평균 13% 성장해, 2026년 약 40억달러(5조7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시장조사업체 리서치네스터도 조리로봇의 세계 시장 규모가 2019년 8617만달러(1200억원)에서 2028년 약 3억2000만달러(4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2020~2028년 연평균 무려 16.1% 성장한 수치다. 로봇의 사용량 증대는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선호 현상을 비롯해 ▲외식업 고용난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수요가 확대된 영향이 크다는 평가다.
예약 서비스의 변화도 코로나19 시기 구조적 변화를 맞았다. 이전까지 전화 예약이 기본이던 것이 예약앱으로 진화한 것이다. 그 대표사례가 2017년 사업을 시작한 캐치테이블이다. 캐치테이블은 예약금 제도와 방문 전 알림 기능을 활용해 올해 노쇼(no-show, 예약 부도) 비율을 1% 미만으로 낮췄다고 자부했다.
지난 9월 방영을 시작한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흑백요리사)’으로 출연 셰프들의 식당이 화제에 오르자 전국 각지에서 예약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캐치테이블에서 진행한 지난달 서울시 주최 ‘2024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특별 행사 예약은 시작당일 실시간 동시 접속자 수가 45만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대체육 준비는 ‘아직’

한국푸드테크협의회는 푸드테크 산업 규모를 국내는 약 600조원, 전세계는 약 4경원으로 추산했다. 여기에는 앞서 말한 외식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푸드테크 외에도 다양한 영역이 존재한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의 푸드테크 분류를 보면 ‘협의의 푸드테크’에 식품생산(간편식, 대체식품, 케어푸드 등), 식품유통(배달앱, 농식품 온라인플랫폼 등), 식품소비 등(무인주문기, 서빙로봇, 배달로봇 등)이 속한다. ‘광의의 푸드테크’에는 연관 산업이 포함되는데 ‘에그테크’로도 불리는 이 분야는 농수축산(디지털육종, 스마트팜 등)과 푸드테크 기술 개발로 나뉜다.
일견 성장의 기회만 무궁무진해 보이지만 푸드테크 산업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전통적인 푸드테크 산업으로 손꼽히는 대체식품 시장도 그 중 하나다. 예를 들어 1960년대부터 시작된 대체육 시장이 그렇다. 콩 발효물질 ‘템페’로 시작한 대체육은 ▲1980년대 대두 단백질 ▲2000년대 햄버거 패티 등 고기 대체품 개발 ▲2010년대 인공육 및 세포 배양 고기 개발 등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가격과 식감 등의 문제로 아직까지 ‘진짜 고기’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대체육은 일반적으로 기존 육류보다 20~50%가량 가격대가 높게 형성돼 있다. 미국의 식물성 육류 제조업체 비욘드미트(Beyond Meat)의 매출액이 최근 3년간(2021~2023년) 6685억→6026억→4939억원으로 감소 일로인 이유이기도 하다. 식품업계에서는 전세계적으로 불경기를 겪고 있는 만큼 가격경쟁력 확보 없이는 사업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변수는 기후위기와 인구 증가, 헬시플레저 등에 있다. 리서치네스터의 올해 7월 발표에 따르면 대체 단백질 시장 규모는 2023년 167억달러(24조)에서 2036년 말까지 671억5000만달러(97조원)로 증가한다. 채식주의자의 증가는 물론이고 최근 기후위기로 전세계적으로 작황이 좋지 않자 식량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조사에 의하면 2050년까지 세계 곡물 수요가 현재 약 21억톤에서 30억톤가량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건강을 추구하는 동시에 즐거움을 잃지 않는다’는 헬시플레저 인구의 증가로 인한 단백질 보충제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농식품부, 푸드테크 밀어주기 ‘사활’

국내에서도 전반적인 푸드테크 확장은 지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주무부처인 농식품부가 푸드테크 산업 육성에 발 벗고 나섰다는 점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2022년 푸드테크정책과를 신설하고 2027년까지 푸드테크 분야 거대신생기업(예비유니콘 포함) 30개 육성과 푸드테크 수출액 20억불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구체적으로 ▲10대 핵심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강화 ▲계약학과 등을 통한 융복합 전문인력 양성 ▲기업에 대한 투자와 수출 확대 등 장기적인 안목 등 푸드테크 산업 지원 계획을 세웠다.
우리 정부의 본격적인 푸드테크 산업 투자는 세계적인 흐름과 비교하면 결코 빠르지 않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이 2022년 일본농림수산성 자료를 인용해 발표한 ‘글로벌 푸드테크 분야 투자금액 추이’에 따르면 2012년 5000억엔 이하에서 2018년 2만5000달러 육박할 정도로 증가했다. 동시기 삼일이 디지털푸드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유럽 푸드테크 스타트업 투자금액은 2014년 10억유로에도 못 미쳤으나 2021년에는 100억달러에 가까워지며 7년만에 10배 가까이 상승한 모습 나타냈다. 전세계적으로 푸드테크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풀이된다.
국내 푸드테크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한국의 식품 유니콘기업이 2022년 기준 유통플랫폼 기업 2개(컬리, 오아시스)에 불과한 것이 그 방증이다. 이 때문에 푸드테크 산업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국회입법조사처는 “R&D 세액공제가 인정되는 신성장‧원천기술에 푸드테크 관련 기술(식품 부산물 처리 기술, 로봇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추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2022년 농식품부가 그린 청사진은 올해 ‘푸드테크산업 육성법’으로 확정됐다. 그간 농식품부는 푸드테크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노력해왔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을)은 법안을 대표발의하며 “본 법률안이 통과되면 국내 농산물 사용이 증가하여 농가 소득원 확대에 기여하고, 농식품산업의 혁신과 고부가가치화를 추구하여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및 수출시장 개척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농식품부 푸드테크정책과 관계자는 “법안은 지난 11월 28일 자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태로 빠르면 오는 24일이나 1월에 통과가 예상된다”며 “법안 통과 후에는 5개년 법정 기본 계획이 세워지고 예산을 책정해 본격적인 푸드테크 산업 육성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푸드테크산업 육성법은 12월 6일자로 정부에 이송됐다. 국무회의 안건 상정과 대통령 재가 두가지 과정만 남아있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가 과정을 거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