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업계에 세대교체의 바람이 거세다. 올해 정기임원인사에서도 오너 3세와 4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를 기반으로 식품업계에 새로운 경쟁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신사업 발굴’과 ‘글로벌 확장’을 통해 경영 능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식품업계 오너 3·4세 경영 전면에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식품업계 정기임원인사의 핵심은 ‘세대교체’와 ‘신사업 발굴’로 압축된다. 내수 부진, 원가 부담 등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세대교체를 통해 젊은 피를 수혈했다. 신사업을 발굴해 위기를 극복하라는 의미도 담겼다.
먼저 농심의 경우 90년대생 ‘오너 3세’의 전면 배치가 도드라진다. 지난달 25일 정기임원인사에서 신동원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미래사업실장이 전무로 승진했다.
신상열 전무는 1993년생으로,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후 2019년 경영기획팀 사원으로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2021년 대리로 승진한 뒤 경영기획팀 부장, 농심 구매 담당 상무를 거쳐 올해부터 농심 미래전략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장녀인 신수정 음료 마케팅 담당 책임도 상품마케팅실 상무로 승진했다. 1988년생인 신수정 상무는 미국 코넬대 졸업 후 글로벌 기업에 근무하다 2022년 1월 음료마케팅팀 과장으로 근무를 시작해 2023년 3월 음료마케팅팀 책임에 올랐다.
농심 관계자는 이번 인사와 관련해 “회사의 성장 방향과 확장을 결정하는 중추적인 업무를 맡기자는 취지로 신상열 상무의 전무 승진이 결정됐다”며 “신 전무의 누나인 신 상무는 주스 브랜드 ‘웰치’를 담당하면서 매출 성장을 이뤄내 승진 대상에 올랐다”고 말했다.
같은 날 삼양그룹 또한 ‘오너 4세’를 전면 배치한 정기임원인사를 발표했다. 화학그룹을 화학1그룹과 화학2그룹으로 분리하고,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의 장남인 김건호 전략총괄 사장을 화학2그룹 부문장에 임명하며 그룹의 핵심 스페셜티 사업을 맡겼다.
이외에도 올해 정기임원인사에서는 유임됐으나, 신사업을 필두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기업도 눈에 띈다. 1994년생 오너 3세인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상무)는 현재 그룹 내 신사업을 주도하며 그룹 내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인물이다.
과제는 ‘신사업 발굴·해외 개척’

주목할 만한 부분은 농심과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오너 3세 경영 맞대결’이다.
1994년생 오너 3세인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은 지난해 상무로 승진해 그룹 내 신사업을 주도하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인물이다. 이어 농심까지 오너 3세가 경영 전반에 나서면서 신사업 발굴과 해외 개척을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해외에서 불닭볶음면으로 실적을 올린 삼양식품과 달리 내실에 집중했던 농심은 국내 소비 침체로 주춤하고 있는 만큼, 두 오너 3세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실제 농심과 삼양식품의 올해 3분기 성적표는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삼양식품은 해외에서 불닭볶음면이 인기를 얻으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389억원, 87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1%, 101% 증가한 수준이다. 반면 농심의 매출은 8504억원으로 0.6% 감소했다. 영업이익 역시 32.5% 줄어든 37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신 전무는 농심에서 새 먹거리 발굴과 더불어 글로벌 시장 확대라는 중요 과제를 맡게 될 예정이다. 특히 농심이 주력하고 있는 신사업인 ‘건강기능식품’, ‘푸드테크’ 등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비중도 2025년까지 50%로 높인다. 오는 4분기에는 신제품 및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성과를 내겠다는 구상도 세운 상태다.
전 상무 역시 삼양식품에서 신사업과 해외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가정간편식(HMR)을 중심으로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으며, 불닭볶음면을 이을 신제품을 발굴하는 임무도 책임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해외 사업도 본격적으로 주도할 전망이다.
오너 4세가 등판한 삼양그룹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김 사장이 총괄하게 될 화학2그룹은 스페셜티 사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체 감미료인 알룰로스 상용화와 옥수수 등 식물 자원에서 추출한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 개발이 여기에 속한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내수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 속 오너 3·4세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동시에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낼 수 있느냐가 주요 관전 포인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음료 등 굵직한 식품사를 보유한 롯데도 3세 경영이 시작됐다.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신유열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는 평가다. 다만 신 전무는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임하며 식품보다는 유통과 바이오 사업에 보다 치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