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은행 본점. 왼쪽부터 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 본점. 출처=각사
4대은행 본점. 왼쪽부터 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 본점. 출처=각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며 뉴욕증시에서 JP모건체이스 등 금융주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 금융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이어지는 가운데 예대마진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사상 최고 순이익을 기록하며 연이은 실적 성장을 이어온 금융주가 주주환원을 더욱 강화하면서 내년에도 주가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런 분위기 속 은행주가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재평가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성장주 일변도 투자 문화, 각종 정부 규제, 매크로 불확실성 등에 가려져 있던 높은 이익체력과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부각됐다는 평가다. 

9일 신한투자증권 기업분석부는 보고서를 내고 "정책 효과에 힘입은 주가 상승 속에 은행주는 경기민감주 성격을 잃었다"며 "그간 주가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 금리, 환율 등과 모두 디커플링 됐고, 종목별로는 자본력 격차가 수익률을 결정했다"고 분석했다.  

밸류업 공시 이행 주목해야 

9월 24일 공개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서 구성종목은 100개이며,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포함해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한 현대차, 신한지주, DB하이텍 등이 들어갔다. 시가총액(상위 400개), 수익성, 주주환원, 시장 평가(PBR) 요건을 충족한 기업 중 자본효율성(ROE)이 우수한 기업으로 최종 100종목을 선정됐다.

선정된 종목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DX ▲한미반도체 ▲LG이노텍 ▲HPSP ▲리노공업 ▲DB하이텍 ▲이수페타시스 ▲LX세미콘 ▲주성엔지니어링 ▲티씨케이 ▲파크시스템스 ▲심텍 ▲하나머티리얼즈 ▲해성디에스 ▲드림텍 ▲두산테스나 ▲원익QnC ▲비에이치 ▲넥스틴 ▲이녹스첨단소재 ▲피에스케이 ▲코미코 ▲HMM ▲포스코인터내셔널 ▲대한항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글로비스 ▲두산밥캣 ▲한국항공우주 ▲한진칼 ▲HD현대일렉트릭 ▲팬오션 ▲LIG넥스원 ▲에스원 ▲HD현대인프라코어 ▲현대엘리베이 ▲한전KPS ▲에스에프에이 ▲에코프로에이치엔 ▲윤성에프앤씨 ▲경동나비엔 ▲NICE평가정보 ▲셀트리온 ▲한미약품 ▲클래시스 ▲케어젠 ▲메디톡스 ▲덴티움 ▲종근당 ▲파마리서치 ▲씨젠 ▲JW중외제약 ▲동국제약 ▲엘앤씨바이오 ▲현대차 ▲기아 ▲F&F ▲코웨이 ▲휠라홀딩스 ▲에스엘 ▲한세실업 ▲메가스터디교육 ▲골프존 ▲케이카 ▲쿠쿠홈시스 ▲신한지주 ▲삼성화재 ▲메리츠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DB손해보험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현대해상 ▲키움증권 ▲다우데이타 ▲고려아연 ▲한솔케미칼 ▲솔브레인 ▲동진쎄미켐 ▲효성첨단소재 ▲나노신소재 ▲효성티앤씨 ▲동원시스템즈 ▲TKG휴켐스 ▲KT&G ▲오리온 ▲BGF리테일 ▲동서 ▲오뚜기 ▲삼양식품 ▲롯데칠성 ▲콜마비앤에이치 ▲엔씨소프트 ▲JYP Ent. ▲에스엠 ▲제일기획 ▲SOOP ▲S-Oil이다.

100종목 중 금융·부동산 업종은 10종목이며 이 가운데 은행주는 신한지주와 우리금융지주 단 2종목이다. 평가기준 가운데 PBR 요건(PBR 산업군 순위비율 상위 50% 이내인 종목)에 있어서 지수 편입 문턱이 높았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투자자 입장에선 밸류업 지수 산정의 적정성 보단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이 가져온 본질적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주주친화적인 경영전략 시행과 글로벌 주요은행 수준의 총주주환원율 달성을 가능토록 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중대형주의 전망과 관련해 ▲밸류업 지수 영향력 ▲2025년 6월까지 밸류업 편입 요건을 충족할지 여부 등이 핵심 요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보고서는 은행주에 있어 올해는 밸류업 공시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이행 속도가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들은 밸류업을 위해 규제 수준을 초과하는 적정 자본비율 하에서 ROE를 올리고 주주 환원율을 개선시켜 기업가치 제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자본비율 관리가 밸류업 정책의 전제조건인 만큼 위험가중자산(RWA) 성장률을 4~5% 수준에서 통제하는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RWA는 은행의 실질적인 신용 리스크를 반영하기 위해 대출금, 미수금, 가지급금, 유가증권, 예치금 등 각 자산의 위험 정도를 반영한 위험가중치가 적용된 합산 금액이다.

올해 3분기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RWA는 올해 3분기 기준 839조92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7%(52조7097억원) 증가했다. 기업대출 영업을 강화해 온데 이어 올해 하반기 들어 가계대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대출은 가계대출 대비 위험가중치가 높다. 은행들은 CET1의 분모인 RWA의 값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공격적인 기업대출을 지양할 것으로 보인다. 

순이자이익 감소 vs 비이자·충당금 개선

자료= 신한투자증권.
자료= 신한투자증권.

이같은 상황을 놓고, 보고서는 "금리는 떨어지고 레버리지 확대는 한계에 다다랐다"라며 "고민은 ROE"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간 성장의 축을 담당해 온 가계 및 부동산 대출은 규제 강화 스탠스가 유지되고 있다"며 "주식 익스포져 경과 규정 도입 등도 불편하게 다가온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내년 비은행 계열사의 선방으로 은행계 금융지주사를 중심으로 전체적인 순이익은 전망치보다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자료= 신한투자증권.
자료= 신한투자증권.

상장은행 9개사(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IBK기업은행,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JB금융지주, 카카오뱅크)의 2025년 순이익 추정치는 22조9000억원(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 기준)인데, 이는 올해 대비 5.7% 성장한 수치다. 순이익 증가분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순이자이익 (+1.1%), ▲순수수료이익 (+2.0%), ▲판관비 (+2.9%), ▲충당금 (-6.2%)로 구성돼 있다. 

내년 기준 금리 인하폭과 관련해 신한투자증권 채권전략팀은 내년 상반기 2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통상 기준금리를 25bp(0.25%p) 인하할 경우 은행들이 연간 3~5bp의 마진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순이자이익 추정치는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수수료이익과 충당금 증가율 전망치는 비교적 보수적인 수치라고 보고서는 판단했다. 금리 하락에 따른 자본시장 활성화, 10조원을 상회하는 선제적 충당금 등을 고려하면 개선 여지가 더 크기 때문이다.

은행별 밸류업 공시. 자료 = 신한투자증권, 각 사 취합.
은행별 밸류업 공시. 자료 = 신한투자증권, 각 사 취합.

이를 놓고 볼 때 금융지주사는 주력 자회사 은행이 견조한 손익 안정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카드, 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내년 중 2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순이자이익 추정치는 내려가는 반면, 비이자이익과 충당금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며 "은행이 견조한 손익 안정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증권, 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들의 실적 회복에 따른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예대마진 하락 구간에서는 은행권에 대한 금융당국의 정책적 압박이 통상적으로 줄어들어 왔다는 점 역시 내년 은행주의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다. 

종합적으로 보고서는 은행주 가운데 토픽으로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를 꼽으며 "이익체력, 자본력 측면에서 주도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은행주 전반에 대해서는 "과거 주가가 실적과 디커플링 되었던 것과 달리 현재는 자본비율 내지 주주환원율과 높은 연관성을 보이고 있다"며 "점진적인 주주환원정책 확대는 계단식 주가 상승으로 연결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