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그룹이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분할해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두는 사업 재편안을 다시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이 기존보다 두산로보틱스의 주식을 더 받을 수 있게 합병 비율도 재산정했다.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등 3사 경영진은 2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업 재편과 관련한 목적과 시너지 효과 등을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사장, 스캇박 두산밥캣 대표이사 부회장,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이사 부사장 등 최고경영진이 참석해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이들 3사 대표는 “사업구조 재편 목적은 자산의 효율적 재배치를 통해 투자여력을 높이고 연관 있는 사업 분야를 묶어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각 사의 성장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회사 가치를 빠르게 성장시켜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성장 가속화…원전 사업 경쟁력 강화

앞서 두산은 올해 7월 사업구조 개편을 발표하며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려 했으나 주주들의 거센 반발과 금융당국의 제동에 8월 말 이를 철회했다.
변경된 비율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의 경우 분할합병을 통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88.5주(기존75.3주)와 두산로보틱스 주식 4.33주(기존 3.15주)를 받게 된다.
이는 비율 변경 전에 비해 주주들에게 더 많은 주식이 돌아가게 되는 것으로, 보유하게 되는 주식 가치가 7월 11일(이사회) 종가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기존 안보다 약 39만원 증가하는 셈이다.
시장 관례에 따라 회계상 순자산 장부금액 기준으로 책정했던 기존 두산밥캣 분할비율을 시가 기준으로 바꾸고 또한 시가만 적용했던 신설 투자법인(두산밥캣을 자산으로 보유)-두산로보틱스 간 합병비율에 두산밥캣 경영권 프리미엄 43.7%를 반영한 데 따른 것이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은 “주주들에게 최대한 많은 주식이 지급되는 방향으로 분할합병비율을 변경했다”면서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은 가치가 더욱 높아질 양 사 주식을 동시에 보유하게 됨으로써 향후 추가적인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영업자산을 정리해 1조원 이상의 투자여력을 확보하게 되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대형원전, 소형모듈원전(SMR), 가스·수소터빈 등에 즉각적으로 투자해 적기에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이번 재편으로 확보되는 재원으로 추가 투자할 때 예상되는 투자수익률은 15% 이상일 것으로 예상하는 데, 두산밥캣을 통해 얻는 기존 배당수익보다 기대이익이 높다”고 말하면서 “2028년 기준 2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추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분야에서 향후 5년간 약 62기 수주를 목표로 수립, 적극적인 시설 투자를 통해 연 20기 규모의 SMR 제작 시설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로보틱스-밥캣, 협력으로 시장 공략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은 스마트, 인공지능(AI) 사업에서 협력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글로벌 협동로봇 4위이자 가장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 두산로보틱스와 건설·농업·물류 분야의 글로벌 톱티어인 두산밥캣이 시너지를 내면 전문 서비스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전 세계 17개 생산기지와 1500개의 영업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편입하게 되면, 현재 두산로보틱스 매출 70%를 차지하는 북미·유럽 선진시장에서 존재감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두산밥캣의 지게차와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을 결합하는 ’지게차-팔레타이저 솔루션’ 등 즉시 실현가능한 시너지를 포함해 향후 지속적인 기술협력과 영업망 확대 등으로 전문 서비스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캇 박 부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생산 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인건비가 상승함에 따라 자동화가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며 “이 시장은 향후 연간 12.8% 성장해 2031년에는 80조 원(612억 달러)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고성장하는 시장을 선점하려면 소프트웨어 개발 및 정밀 제어, 비전 인식, AI 등 기술을 빨리 확보해야 하는데 두산밥캣의 주요 경쟁사들은 이미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면서 “두산밥캣의 하드웨어 제조 역량과 두산로보틱스의 모션자동화 소프트웨어, 솔루션 개발능력 등을 접목해 무인화, 자동화 시장을 선점하려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사업 시너지가 없는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로 있는 것보다 두산로보틱스와 모회사-자회사가 되는 쪽으로 재편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이번 사업구조 재편의 목적과 기대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두산은 사업 시너지 극대화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클린에너지 ▲스마트 머신 ▲반도체 및 첨단소재 등 3대 사업부문으로 재편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 중이다.
한편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분할합병 비율 변경 등을 포함한 안건을 의결하고 정정신고서를 공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