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이 2020년에 진출한 싱가포르 창이공항점 전매장(19개) 오픈을 완료했다. 사진은 롯데면세점 창이공항점의 듀플렉스 매장. 사진=Project Innovations
롯데면세점이 2020년에 진출한 싱가포르 창이공항점 전매장(19개) 오픈을 완료했다. 사진은 롯데면세점 창이공항점의 듀플렉스 매장. 사진=Project Innovations

실적 우려를 받던 롯데면세점이 ‘독보적 1위’로 거듭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국내점에서는 매출 우위를 차지한 데 이어, 해외 매장 확대와 개별관광객 대상 마케팅을 적극 추진하며 판로 확대에 나섰다.

12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국내점 연간 매출액 기준 4조2939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2‧3위에 신라면세점(3조5383억원)과 신세계면세점(3조1623억원)이 이름을 올렸다. 1위 롯데면세점과 2위인 신라면세점의 매출액 차이는 7500억원 상당으로 순위 변경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롯데면세점은 실적 우려를 낳은 바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3분기 매출액 7040억원에 그쳐, 8451억원을 벌어들인 신라면세점에 업계 1위를 내준 바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롯데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입찰에서 떨어져 순위가 변경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관세청 조사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해외 면세점 매출을 더하면 매출 격차는 더 커질 전망이다. 현재 롯데면세점은 6개국에서 1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3개국에 3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신세계면세점은 국내에서만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엔데믹 본격화, 실적 상승 기대

롯데면세점은 엔데믹에 실적 회복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먼저 지난해 12월 부분 운영되던 싱가포르 창이공항점의 19개 구역 모든 매장을 전면 개장했다. 창이공항점은 전체 면적 규모만 약 8700㎡(2632평) 상당으로 롯데면세점이 운영하는 해외면세점 중 가장 큰 규모다. 2019년 미국 DFS의 면세사업권을 낙찰 받은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며는 실적향상이 점쳐진다. 롯데면세점은 창이공항점 연간 매출액을 약 5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를 통해 해외 매출 1조원 목표를 조기 달성한다는 포부다.

동시기 롯데면세점은 호주 브리즈번공항점 독점사업권도 다시 따냈다. 롯데면세점은 2019년 1월부터 브리즈번공항점을 운영해 왔다. 이번 사업권 획득으로 2034년까지 운영권이 연장됐다. 브리즈번은 시드니, 멜버른에 이은 호주 3위 공항이다. 2019년 기준 연간 약 321만명의 여행객이 브리즈번을 찾았다. 롯데면세점은 브리즈번공항점을 비롯해 다윈공항점, 멜버른시내점, 웰링턴공항점, 시드니시내점, 멜버른공항점 등 6개점을 발판으로 삼아 올해 오세아니아 지역 면세사업자 1위에 도약한다는 포부다.

해외매장 확대는 원가절감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면세점 사업은 상품을 구입해 판매하는 직매입 형태다. 주문량을 늘리면 가격협상력이 상승해 더 저렴하게 많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또 글로벌 대표지역에 매장이 위치한 만큼 해당지역 특산물을 입수하기도 용이한 측면이 있다.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이사는 지난해 12월 호주 브리즈번공항점 10년 사업권 재획득을 알리며 “2024년에는 롯데면세점 해외전점 정상화를 계기로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룰 것”이라면서 “롯데면세점은 글로벌 트래블 리테일 기업으로서 앞으로도 적극적인 투자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롯데면세점이 서울 중구 명동에 국내 최초 면세점 쇼룸 ‘LDF HOUSE(엘디에프 하우스)’를 19일 오픈한다. 사진은 LDF 하우스에서 롯데면세점 인기 상품을 둘러보는 외국인 관광객 모습. 사진=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이 서울 중구 명동에 국내 최초 면세점 쇼룸 ‘LDF HOUSE(엘디에프 하우스)’를 19일 오픈한다. 사진은 LDF 하우스에서 롯데면세점 인기 상품을 둘러보는 외국인 관광객 모습. 사진=롯데면세점

 

개별관광객 사로잡기, 광폭행보

면세업계는 지난해 국내 해외여행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따이궁(중국인 보따리상) 매출이 대폭 축소돼 애로를 겪었다. 이에 면세업계는 개별관광객을 사로잡기 위해 각종 이벤트를 개최하고 팝업스토어, 아트 협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방법은 긍정적이나 장기적인 관점에 치우쳐 있다는 부분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한마디로 따이궁 실종으로 축소된 매출 회복이 빨리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롯데면세점은 단기간 매출회복이 가능한 개별관광객 사업에 집중한 점이 눈에 띈다. 올해 1월 롯데면세점은 모두투어와 베트남 관광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모두투어 베트남 패키지에 현지 롯데면세점 방문 일정이 포함된다.

현지 롯데면세점 규모가 상당한 점을 고려해 여행객이 일정 시간 자유롭게 쇼핑할 수 있도록 하는 형태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다. 모두투어에 따르면 3월 일부 패키지 도입을 시작으로 고객 반응을 확인하며 여행객의 롯데면세점 방문을 차차 늘려갈 방침이다. 롯데면세점 측은 이를 앞두고 메종키츠네 등 MZ세대 인기 브랜드 유치에 적극 나섰다는 후문이다.

새로운 판로를 개척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20~22일까지 국제패션박람회 ‘코테리 뉴욕’에 참가해 K패션 부스를 열고 20만달러 이상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국내 중소 패션기업을 소개하고 직접 계약을 도우며 중개자로서 수수료 매출이 기대된다.

롯데면세점은 고객이 흥미를 느낄 만한 다양한 이벤트 마련에도 힘쓰고 있다. 면세점 이외 호텔롯데의 또다른 사업 분야인 롯데호텔의 숙박권 제공 등을 내건 LDF 마일리지 제도가 있다. 지난해 10월 명동에 개장한 LDF하우스도 반응이 좋다. LDF하우스는 면세쇼핑, 관광, 체험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도록 꾸민 체험형 면세점이다.

최근 김포국제공항 면세점 신규 특허(DF2 구역)를 취득한 부분도 롯데면세점에는 호재다. 공항 매출이 많은 주류‧담배 매장이 더해지며 매출 상승이 눈에 띌 것으로 예상돼서다. 롯데면세점은 2021년 화장품과 향수 등을 판매하는 DF1 구역 특허를 획득했다. DF1(약 700억원)과 DF2 구역(약 400억원)의 연간 매출을 합하면 11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