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도시를 지방자치단체와 진행하며 느낀 점은 ‘일부 사람만 아는 (스마트도시 관련) 기술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다.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공무원도 이해하지 못하며 저를 비롯해 전문가라도 알려진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권영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스마트도시 정책전문가 라운드테이블-좋은 스마트도시란’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등이 주관한 이번 컨퍼런스엔 건축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해 ‘좋은 스마트도시’의 방향을 두고 토론을 벌였다.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스마트도시 정책전문가 라운드테이블-좋은 스마트도시란’에서 남성우 건축공간연구원 스마트건축도시연구센터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스마트도시 정책전문가 라운드테이블-좋은 스마트도시란’에서 남성우 건축공간연구원 스마트건축도시연구센터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이날 김찬호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장(중앙대학교 도시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좋은 스마트도시란 새로운 기술들이 특정 계층이나 지역이 아닌 모든 사람과 지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고, 특히 사회적 약자나 발전이 더딘 지역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역”이라며 “최소한 스마트 기술의 도입이 나쁜 스마트도시가 되는 방향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컨퍼런스에서 전문가들이 언급한 ‘나쁜 스마트도시’는 기술 고도화로 새로운 기술취약계층을 발생시키는 지역을 뜻한다.

권 교수는 국내 스마트도시 관계자들이 사업의 목표가 좋은 지역을 만드는 것임을 까먹고 수단인 기술만 목표인양 착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무원과 전문가 등 많은 스마트도시 관계자들이) 좋은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적은 망각한 채 기술만 보며 수단에 집중하고 있다”며 “많은 관련 기술이 시스템 통합(SI) 업체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이런 시행착오가 생긴 것”이라고 꼬집었다.

임윤택 국립한밭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한국의 교통카드는 외국인들이 놀라워할 만큼 기술적으로 발전됐지만 홍콩과 일본, 미국 뉴욕의 교통카드와 달리 스마트도시를 대표하는 서비스로 인정받지 못한다”며 “기술의 사용을 스마트도시라고 주장하지 말고 기술을 인간의 활동과 도시의 기능을 향상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성우 건축공간연구원 스마트건축도시연구센터장도 “좋은 스마트도시는 단순히 첨단 기술을 도입한 지역이 아닌 기술을 활용해 도시의 효율성을 높이고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곳”이라며 “특히 시민의 개인정보와 같은 사생활 관련 데이터와 관련 기술 인프라의 보안이 최우선으로 취급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신원 LH 토지주택연구원 스마트시티연구센터장은 “스마트도시의 확산으로 기술취약계층에 대한 접근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디지털 장비, 키오스크(무인 주문기)와 같은 물리적 환경과 전자상거래, 웹 접근성 등 모바일 서비스에 대한 개선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좋은 스마트도시를 위해선 집중화된 플랫폼 권력에 대항하기 위해 도시 관리의 민주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 교수는 “‘시민 참여’ 등의 명제는 1970년대부터 등장했지만 민주주의의 비효율성이 자본과 결합돼온 한국에서 도시가 민주적으로 관리된 적이 있었나 의문이 든다”면서도 “그럼에도 젊은 세대의 적극성을 통한 도시 관리의 민주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들을 통해 과거처럼 오프라인에서 일부 사람만 참여하는 시민 참여의 장이 아닌 진정한 의미에서 의견을 수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