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유사 중 신사업 준비가 가장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GS칼텍스가 최근 재평가 받고 있다. 사업다각화 윤곽이 조금씩 나오면서다.
2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탄소저감 순환경제를 목표로 하는 ‘녹색 전환(그린 트랜스포메이션)’을 미래 방향성으로 정하고 화이트바이오, 폐플라스틱 재활용, 수소 등을 신성장동력으로 추진 중이다.
정유업계 신사업은 오랜 고민의 산물이다. 정유사업 자체가 국제경기와 밀접히 연결돼 업황 사이클 진폭이 크다. 또 에너지 전환 시기를 맞아 석유 수요 위축이 예상돼 신사업의 중요성은 수차례 강조돼 왔다. 에쓰오일이나 HD현대오일뱅크는 정유산업과 밀접한 석유화학 제품 상업생산을 2014~2018년경 본격화했으며, SK이노베이션은 2000년대 초반 배터리‧배터리소재 등 비연계 사업으로 과감한 확장을 단행한 바 있다.
신사업 지각생, 우등생 될까
GS칼텍스는 지난해 11월에서야 종합에너지기업을 선언하며 새 도약을 밝혔다. 전남 여수2공장 인근에 2조7000억원 규모 석유화학 생산시설 완공을 하면서다. 이 시설은 연간 에틸렌 75만톤, 폴리에틸렌 50만톤, 프로필렌 41만톤, 혼합C4유분 24만톤, 열분해가솔린 41만톤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GS칼텍스는 사실 1988년 연산 12만톤 규모의 폴리프로필렌 생산시설을 완공하며 석유화학을 시작했다. 2013년경에는 연산 47만톤 규모로 생산능력을 끌어올렸으나 타사에 비해 석유화학 투자 비중이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대신 GS칼텍스는 2010년대 화이트바이오 사업을 시작했다. 화이트바이오 사업구조는 지속가능한 원료인 바이오매스로부터 바이오연료(바이오항공유, 바이오선박유, 바이오 납사 등), 바이오케미칼(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 원료), 소재 생산 등으로 구성된다. 이 과정에서 기존 화석연료인 석유를 대체해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한다.
관련 사업은 2011년 설립된 100% 자회사인 GS바이오에서 전담하고 있다. GS바이오는 설립 이후 꾸준히 성장했다. 사업초기인 2012년 매출액 980억원, 영업이익 76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는 매출액 2714억원, 영업이익 169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10년만에 매출액 177%, 영업이익 122.4%가 증가한 셈이다.
정부 연계 사업으로 GS칼텍스의 화이트바이오 영향력도 드러나는 중이다. GS칼텍스는 지난 6월 대한항공과 바이오항공유 도입을 위한 실증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바이오항공유와 바이오선박유 정부 실증사업에도 2023~2024년 참여할 예정이다. 지난 7일에는 국내 정유사 최초로 바이오연료 국제 친환경 인증인 ISCC도 받으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EU에 통용되는 바이오항공유 제작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서서히 나타나는 선점효과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의지가 높아지며 선점효과도 예상된다.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기존 항공유에 바이오항공유를 2% 이상 의무적으로 포함시키도록 했다. EU는 2050년까지 바이오항공유 혼합 비율을 70%까지 늘릴 계획이다.
GS칼텍스는 타 정유사 보다 관련 산업경쟁력이 월등히 높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25년까지 바이오항공유 제조 공장을 완공 예정으로 2026년까지 화이트바이오 투자를 3단계로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SK이노베이션도 관련 투자를 발표했다. 에쓰오일은 2021년 삼성물산과 친환경 수소와 바이오 연료 협업을 약속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사업 전개 상황은 알려진 바 없다. 시장은 커지는데 사실상 현재 국내에서 관련사업을 맡을 기업은 GS칼텍스 뿐이다. 향후 실적 향상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외에도 GS칼텍스는 성장성 높은 친환경 사업을 다수 준비 중이다. 바이오케미칼 사업은 ▲2023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한 화장품 및 플라스틱 원료 그린다이올 ▲2021년부터 LG화학과 공동 개발 중인 생분해성 플라스틱 등으로 전환 가능한 3-HP 등이 있다.
수소‧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사업으로는 ▲한국가스공사와 평택 액화수소 플랜트 구축 ▲한국동서발전과 여수에 부생수소 활용한 연료전지 발전소 구축 ▲여수공장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청정수소 클러스터(포집→액화→선박운송→저장소 매립→에너지원 활용) 등이 있다. 2021년말에는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는 열분해유 실증사업도 시작했다.
다만 대규모 투자로 인한 재무부담은 문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S칼텍스의 총차입금은 2018년 3조9038억원에서 2022년말 기준 6조9440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불어났다. 동기간 금융비용도 1519억원에서 2075억원으로 500억원 이상 늘었다. 지난해 이자로만 2000억원 이상 들어간 셈이다.
GS칼텍스 관계자는 “바이오 항공유를 비롯해 바이오디젤, 바이오 선박유, 바이오 케미칼 등 육·해·공에서 화이트바이오 사업 밸류체인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