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 출처=포스코건설
포스코건설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 출처=포스코건설

건설사들이 브랜드 재정비에 나섰다. 브랜드 가치가 아파트값과 연결되면서 재개발·재건축 수주전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15일 포스코건설은 하이엔드 공동주택 브랜드 ‘오티에르(HAUTERRE)’를 선보였다. 포스코건설이 신규 브랜드를 선보인 것은 지난 2002년 ‘더샵’ 브랜드 출시 이후 20년만이다. 서울 강남권 정비사업 수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서다. 프랑스어로 높은, 귀한, 고급을 의미하는 ‘오티에’에 땅, 대지를 뜻하는 ‘티에르’를 결합했다. 소비자 중심의 맞춤설계, 환경친화적 구조 설계와 고급 소재 적용 등을 내세웠다.

SK에코플랜트 역시 오는 3분기 내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대표적인 중견건설사인 반도건설도 최근 주택브랜드 ‘유보라’의 브랜드 아이덴티디(BI)를 6년만에 바꿨다. 최근 트렌드에 맞춰 개편, 유보라가 갖고 있는 브랜드의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고 확장하는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목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선보이는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강남 재건축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도 작용했다”라면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새로운 브랜드 론칭 필요가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가 이처럼 브랜드 재정립에 나선 이유로는 브랜드 가치가 아파트값에 영향을 미치면서 수요자 선호로 연결돼서다. 이는 도시정비사업 경쟁에서 브랜드를 앞세운 대형사 독식 현상으로 나타나면서 이에 대항하기 위해 중견사들도 트렌드에 맞는 브랜드로 리뉴얼한 것이다.

특히 서울은 집 지을 땅이 부족해 재건축·재개발 등을 통해서만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만큼 이들 각 건설사간의 브랜드 가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실제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e편한세상 상도노빌리티’ 전용84㎡ 아파트의 호가는 17억원에 달하는 반면 바로 옆 단지인 ‘상도브라운스톤’은 같은 면적이지만 호가가 14억5500만원으로 3억원 가량 호가 차이가 난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의 경우 브랜드 대단지는 해당 지역의 소위 대장아파트가 돼 지역집값을 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경기도 안산의 경우 지난 2020년 7653가구가 규모의 ‘안산 그랑시티 자이’가 입주하며 평균 매매가격을 밀어올렸다. 해당 지역의 평균 매매가격은 2020년 초에만 해다 3.3㎡당 1000만원대에 그쳤지만 올해 6월말 기준 2000만원대로 2배가 올랐다.

실제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이 지난 3월 자사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11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아파트 브랜드가 아파트 가치(가격)형성에 주는 영향에 대해 87.4%가 영향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재건축을 진행하는 조합도 브랜드 가치가 높은 건설사를 선호한다.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나 GS건설의 자이 등은 조합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라면서 “과거에는 조합이 갑이었다면 최근 시장 분위기가 바뀐데다 이들 대형 건설사는 조합원 모두가 선호하기 때문에 오히려 조합이 건설사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브랜드 파워를 앞세우며 현대건설은 올해 도시정비상버에서 누적 수주액 7조클럽 입성을 앞두고 있다. GS건설도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이 3조원을 돌파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택시장에서 고급화 요구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브랜드가 갖게 되는 가치가 더욱 커졌다”라면서 “브랜드가 가격을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면서 각 건설사들도 브랜드에 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