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믹리뷰=최남영 기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역세권 아파트에는 부동산 투자자ㆍ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늘 따라다닌다.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로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광화문ㆍ강남권역 등 주요 업무지구를 빠르면 30분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작용해서다.
이 같은 이유에서 GTX 역세권에 위치한 아파트들의 매매가는 크게 뛴 상태다. 대표적인 곳이 A노선 운정역 일대와 C노선 상록수역 주변이다. A노선은 현재 건설 절차를 밟고 있으며, C노선은 우선협상대상자(현대건설 컨소시엄)와 실시협약을 앞두고 있다.
운정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운정신도시 아이파크’ 84㎡ 매매가는 분양가 대비 2배 이상 올랐다. 2017년 입주자 찾기를 시작한 운정신도시 아이파크 84㎡의 분양가는 약 4억원이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입주(2020년 7월) 직후인 2020년 9월에는 약 6억8,000만원에, 같은 해 10월에는 전달 대비 1억 가까이 오른 7억5,0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가장 마지막 매매였던 지난해 7월에는 9억7,000만원이 오갔다. 이후 거래가 뜸했지만, 현 호가가 11억원 안팎이라는 게 주변 부동산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운정신도시 아이파크와 함께 ‘힐스테이트 운정’과 ‘운정신도시 센트럴 푸르지오’ 등도 같은 흐름이다. 운정역 개발 등이 호재로 작용했지만, 집값 상승을 이끈 대표주자는 A노선 운정역이라는 분석이다.

C노선 상록수역 일대도 마찬가지다. 상록수역 신설은 C노선 입찰에 참여한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의 제안으로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 지위 확보에 실패하면서 상록수역 설치도 물 건너가는 듯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경기 안산시 등이 끝없이 구애했고, 그 결과로 국토교통부는 결국 C노선에 상록수역을 설치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2월 24일 “C노선 우선협상대상자가 제안한 4개 추가역(왕십리ㆍ인덕원ㆍ의왕ㆍ상록수역)에 대한 민자적격성 조사 결과, 적격성 확보로 나와 실시협약에 반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상록수역 일대 집값도 큰 변동을 보였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 매매동향에 따르면 상록수역이 위치한 안산 상록구(본오동)의 아파트값은 지난해 상반기 동안 1% 안팎의 높은 상승률(0.64∼1.12%)을 나타냈다.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이 상록수역을 제안한 결과다.
그러나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이 입찰에 떨어지면서 지난달에는 보합세(0.0%)를 보이기도 했다. 동시에 상록수역이 있는 본오동 일대 매물도 급증했다. 그것도 잠시, 상록수역을 신설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본오동 대장아파트인 월드아파트는 투자자들의 최고 관심 단지로 우뚝 섰다.
월드아파트 전용면적 39㎡은 작년 9월 4억3,000만원으로 신고가를 썼으나, 상록수역 무산이 기정사실화 단계에 이르면서 7000만원 떨어진 3억6,000만원(22년 1월)에 거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상록수역 신설이 확정되면서 이 아파트는 최근 신고가(4억5,000만원)를 다시 썼다. 상록구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5, 6억원 시대는 시간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를 방향으로 설정한 윤석열 정부에서도 GTX 역세권 아파트에 대한 관심은 클 전망이다. 특히 공약에 담긴 신규 노선(DㆍEㆍF)이 지나는 지역에서는 ‘GTX 호재’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추진 가시화 단계에 이른 AㆍBㆍC노선은 연장하고, 추가로 DㆍEㆍF노선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D노선은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담긴 서부권광역급행철도(김포∼용산)를 확장, 김포∼검단∼부천종합운동장∼강남 삼성∼하남∼팔당을 잇겠다는 구상이다. 강남 삼성역을 분기점으로 해 광주∼여주를 잇는 노선(지선)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E노선은 수도권 북부에서 동서를 잇는 인천(검암)∼김포공항∼정릉∼구리∼남양주(덕소) 구간이고, F노선은 수도권 전체를 하나의 메가시티로 묶는 순환선이다. 고양(대곡)∼안산(초지)∼서울(복정)∼하남∼의정부∼고양(대곡)을 주요 거점을 GTX로 연결하는 구조다.
윤석열 당선인은 GTX 추가 구축에 필요한 재원을 총 17조6,44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최대 4조원은 국가 재정으로, 나머지는 민간투자와 역세권 콤팩트시티 개발수익 등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당선인 공약대로 DㆍEㆍF노선이 신설되면 대곡(고양)ㆍ의정부ㆍ왕숙(남양주)ㆍ교산(하남)ㆍ부천종합운동장(부천) 등은 GTX 더블역세권이 된다. 이 가운데 남양주 왕숙과 하남 교산은 3기 신도시에 속하는 지역이다. 고양 대곡은 또 다른 3기 신도시인 고양 창릉지구 주변이다.

이들 지역의 집값은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GTX라는 호재가 더해지면 추가 상승을 노려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국 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교통망 개선은 부동산시장의 가장 큰 호재”라면서 “특히 서울 도심과 강남권 접근성 개선 효과를 크게 누릴 수 있는 GTX 역세권의 집값은 다른 지역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GTX 신설 공약 실천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 무리한 투자는 금물이라는 조언을 내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DㆍEㆍF노선 구축에 속도를 낸다고 해도 실착공은 빨라야 다음 대통령 임기 중이다. 때문에 장기 자금운용계획을 바탕으로 투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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