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Story Day)'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DB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Story Day)'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DB

[이코노믹리뷰=도다솔 기자] “SK이노베이션의 포트폴리오 중심을 카본(탄소)에서 그린으로 확실히 옮길 것이다. 그 핵심은 배터리다.”

김준 SK이노베이션(096770) 총괄사장이 회사 정체성 변화를 선언하며 구체적인 전략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배터리 사업 분사를 처음으로 거론하면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분사 논의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개최한 파이낸셜스토리 설명회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Story Day)’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김종훈 이사회 의장 등 회사 경영진과 국내외 시장·언론 관계자 등 200여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했다.

‘카본 투 그린’ 사업 중심축 이동

현장에서 발표된 파이낸셜 스토리의 핵심은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이다. 탄소 중심의 사업 구조를 그린 중심의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핵심 전략은 ▲(Green Anchoring) 배터리를 중심으로 분리막, 폐배터리 리사이클 등 그린 포트폴리오 강화 ▲(Green Transformation) 기존 사업을 플라스틱 리사이클 등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 ▲온실가스 배출 0(제로)인 ‘넷 제로(Net Zero)’ 조기 달성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Story Day)’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Story Day)’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은 “2016년 6% 수준이던 친환경 자산은 지난해 30%까지 확대됐다“며 ”최근 5년간 친환경 전환에 투입된 예산의 두 배가 넘는 30조원을 추가 투입해 2025년 친환경 자산비중을 70%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기존 사업을 플라스틱 리사이클 등 친환경 사업모델로 전환해 온실가스 배출 제로(0)에 도전, 배출량 0을 달성하는 ‘넷 제로’를 2050년 보다 일찍 달성하겠다”며 포부를 드러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신년 경영방침을 통해 회사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친환경 에너지&소재 회사(Green Energy & Materials Co.)’로 설정한 바 있다.

분리막 글로벌 1위 도전

이날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수주 잔고가 1테라와트(TW)+α에 달한다고 밝혔다. 회사가 배터리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겠다고 밝힌 2017년 5월 60기가와트시(GWh)보다 약 17배 늘어난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진행 중인 수주 프로그램이 완성되면 수주 잔고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대표는 “내년 말이면 월 판매량에서도 세계 3위 수준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생산 규모도 크게 늘어난다. 지 대표는 “40GWh 수준에서 2023년 85GWh, 2025년 200GWh, 2030년엔 500GWh 이상으로 예상한다”며 “EBITDA(세전 영업이익) 기준으로 올해 흑자를 달성하고 2023년 1조원, 2025년 2조5,000억원까지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의 핵심 소재 LiBS(리튬이온전지분리막) 사업 자회사 상장을 계기로 현 14억㎡인 LiBS 생산 규모를 2023년 21억㎡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또 전기차 산업의 본격 성장이 예상되는 2025년에는 현재의 3배 규모인 40억㎡로 확대해 분리막 시장에서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김준 사장은 “올해 기준 3,000억원 수준인 분리막 사업의 EBITDA를 025년에는 1조4,000억원까지 키워 이 사업에서만 ‘조 단위 EBITDA’ 시대를 만들어 그린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육성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환경 중심 순환경제 전환

김준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그린 전략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이라면서 “SK종합화학이 생산하는 플라스틱 100%에 해당하는 물량을 재활용하는 순환경제 모델을 완성해가겠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화학 사업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을 중심으로 ‘폐플라스틱으로 다시 석유를 만드는 도시 유전’ 사업 모델을 도입한다.

이렇게 탄생한 원료로 플라스틱을 만들어 리사이클(Recycle)기반 화학 사업 회사로 완전히 탈바꿈하겠다는 것이 SK이노베이션의 구상이다.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은 “플라스틱은 유리, 강철 등에 비해 생산 과정에서는 친환경적이지만 리사이클 비율이 낮은 것이 문제”라면서 “재활용과 친환경 소재기업으로서 플라스틱 이슈를 위기가 아닌 성장 기회로 삼아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나 사장은 “그간 자체 개발한 기술과 글로벌 M&A등으로 확보한 역량을 기반으로 2027년까지 국내외 생산하는 플라스틱 100%인 연간 250만톤 이상 재활용하고 재활용 가능 친환경 제품 비중 100% 달성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SK종합화학은 2025년 그린 사업으로만 EBITDA 기준 6,000억원 이상을 창출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석유 사업은 원유정제, 트레이딩 및 석유개발(E&P) 영역 등에서 탄소발생 최소화를 중심으로 운영 체질을 대폭 개선한다.

전 사업장을 저탄소·탈탄소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수송용 연료 생산을 감축하는 대신 석유화학 제품 생산 증대, 탄소 포집·저장 기술 개발, 바이오 신재생 에너지 사업 등 다양한 방식들을 동시에 추진해 갈 방침이다.

또한 석유 사업이 보유한 주유소와 고객들을 ‘그린 플랫폼’ 개념으로 전환해 친환경 전기와 수소를 생산·판매하는 에너지 솔루션 사업과 친환경차 대상 구독 모델 도입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배터리 사업 분사 검토”

김준 사장은 배터리 사업 분사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음을 밝혔다.

김 사장은 “포트폴리오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으로 분할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배터리 사업의) 분사는 기업공개(IPO)를 언제 할 것이냐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배터리 사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IPO를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분할 방식에 대해 “물적분할이든 인적분할이든 아예 분할을 하지 않든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향후 성장사업으로서 발전하기 위해선 리소스가 많이 들어가는데 이를 조달하는 방안으로서 (분사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 분사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는 지난해 인터배터리 2020 현장에서 "명확한 계획은 없다"면서도 배터리 사업 분사를 일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만약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 분사에 나설 경우 별도의 자금 조달에 나서거나, 조인트벤처 방식으로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분사해 전기차용 배터리를 포함한 이차전지 전반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도 비슷한 꿈을 꾸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이 미 조지아 1, 2공장을 가동하며 현지 바이든 행정부와 친환경 에너지 보폭을 맞추는 장면도 눈길을 끈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 포드와 함께 시설확충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배터리 인프라 전반의 선택과 집중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