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국내 유통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오프라인 유통으로 꼽히던 곳은 재래시장과 백화점 뿐이었다. 국내 최초 시장 동대문 광장시장이 1905년 8월 한성부의 시장개설로 허가 받으며 재래시장 토대를 마련했고, 1904년 일본에서 최초로 개점한 백화점이던 신세계백화점이 1963년 지금의 이름을 갖으면서 국내 토종 백화점 시대를 열었다. 이후 재래시장은 1414년 상인들에게 빌려준 것을 시초로 장이 형성됐던 남대문시장이 1921년 정식으로 개시된데 이어 1970년 12월 동대문종합시장이 개설되면서 크고 작은 재래시장들이 생겨났고 1979년엔 롯데쇼핑센터가 생기면서 신세계 경쟁사로 합류한다.

재래시장과 백화점으로 양분됐던 국내 오프라인 유통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은 1980년부터였다. 1964년 한국슈퍼마켓으로 처음 시작된 슈퍼마켓은 1971년 새마을 슈퍼체인을 통해 체인화됐지만 소규모에 그쳤다. 그러다 1989년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선수촌에 국내 최초 편의점이 생겨나면서 업태가 형성됐고 1993년 서울 창동에 국내 1호 대형마트가 탄생하면서 본격적인 오프라인 유통 시대를 개막한다.

국내 오프라인 유통은 가격파괴를 무기로 등장한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탄탄대로를 달렸다. 특히 대형마트는 월마트·까르푸 등 세계적 유통 기업의 한국 상륙도 밀어낼만큼 경쟁력을 과시했다. 그리고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리며 돈을 쓸어 담았다. 재계순위가 유통업체들의 성장세를 입증한다. 1980년대만 해도 유통 전문업체가 전무했지만 최근에는 매출 50위 기업 중 10% 정도는 유통 업체들 차지하고 있다. 이마트, 롯데쇼핑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었다. 30년이 채 되지 않아 국내 오프라인 유통은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시장에서는 쇼핑행태가 변했는데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던 것을 주원인으로 지목했다. 매년 위기였지만, 국내 1위 이마트의 창사 이래 첫 적자와 롯데쇼핑의 최악의 영업실적을 신호탄으로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본격적인 위기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빈자리는 이커머스업체들이 꿰찼다. 2010년 쿠팡, 위메프, 티몬 등 SNS를 통한 쇼핑서비스 수준의 '소셜커머스'로 시작한 이커머스업계는 소비자 입소문을 타고 몸집을 불렸고, 출범 초기 120억원에 그쳤던 시장 규모도 5년만에 5조5000억원으로 키운다.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선 신세계그룹과 롯데는 뒤늦게 각각 2019년과 지난해 온라인 통합법인을 출범시키며 대응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 영향까지 받으면서 오프라인 유통채널 막내로 취급받는 편의점 업계에마저도 매출을 추월당하는 수모를 겪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