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 전망 출처=한국기업평가
항공업 전망 변동 추이. 출처=한국기업평가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코로나19 백신 공급 기대감이 반영되며 최근 항공사들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하지만 올해도 신용등급 하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업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백신 물량이 부족한데다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변수가 있어 회복의 폭과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평사들, 코로나19 백신에도 항공업황 ‘글쎄’

15일 대한항공은 3만22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직전 거래일 대비 1.68%(550원) 하락한 수준이다. 그러나 장중에는 3만54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대한항공은 전날에도 장중 3만3000원까지 치솟으며 신고가를 경신한 바 있다. 거래정지 3주만에 복귀한 아시아나항공 또한 1만76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감자 이후 급락하는 통상의 경우와 달리 대한항공으로의 인수합병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강세를 보였다. 

최근 항공사들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안정세와 함께 백신 공급에 따른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앞서 오는 2월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과열되는 자본시장 분위기와 달리 신용평가사들은 보수적 시각을 내보이고 있다. 이들은 올해도 항공업의 회복이 더딜 것이라며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점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도상국에까지 보급돼 국가 간 이동 자유화가 이뤄져야 회복세가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그 때까지는 감염확산과 봉쇄조치 등이 반복돼 여객 수요가 살아나기 힘들고, 이에 따라 부진한 영업실적이 지속될 것이란 설명이다. 

그나마 풀서비스캐리어(FSC)의 경우는 좀 낫다. 항공화물 호조세에 따라 실적 반등 가능성이 있는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을 앞두고 있어 구조조정의 반사이익이 점쳐져서다.

우선 지난해 초호황을 누린 항공화물은 올해도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점쳐진다. 항공화물 운임지수인 TAC 지수를 보면 지난해 12월 홍콩~북미 노선의 평균 항공 화물 운임은 Kg당 7.5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3.62달러) 대비 두 배 이상 올랐다. 

수송량도 증가세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10일까지 인천국제공항을 통과한 국제화물은 6만9329톤(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 늘었다. 코로나19로 위축됐던 경제시장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로 돌아선 영향이다.

여기에 정부 지원과 함께 유상증자 및 자산 매각 등 자구안을 통해 유동성 위험이 크게 완화됐다는 평가다. 일례로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해 기내식 사업부를 매각한데 이어 현재 송현동 부지 등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추진되고 있는 점도 호재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은 지속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지위 상승과 경쟁성 완화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는 점에서다. 

반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올해도 고난의 행군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화물부문이 매우 미미하고 여객매출이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탓이다. 즉,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이상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도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3사의 4분기 영업손실액만 14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출처=대한항공
출처=대한항공

위기 버티려면 ‘등급 방어’ 관건 

상황이 이쯤 되면서 항공사들의 신용등급 강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신용평가사 평가에서 하향 검토 대상이거나 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기업들은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높다. 항공업계에서 그나마 상황이 제일 나은 것으로 평가되는 대한항공도 국내 3곳의 신용평가사로부터 부정적 전망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신용도 하향검토 리스트에 올랐다가 해제된 전례도 있다. 

그간 신용평가사들은 코로나19 충격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신용등급 하향 조정 대신 등급 전망만 부정적으로 변경하는 신중한 자세를 취해왔다. 이는 등급이 꼭 하향 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신용등급에 하향 압력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의 신용등급은 자금조달의 핵심 지표다. 이에 따라 등급이 하락하면 더 비싼 비용으로 돈을 빌릴 수 밖에 없다. 등급 전망만 부정적으로 바뀌어도 회사채 발행 금리는 올라간다.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면 3~6개월 이내에 등급이 실제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의 분위기다. 

신용등급 강등은 유동성 위기를 더욱 가속화 할 수 있다. 상환 압박에 내몰린 기업들이 빚을 갚고자 신용도를 평가받는 과정에서 등급이 더 떨어지거나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위기를 버틸 수 있는 재무적 여력이 중요한 상황에서 신용등급 하락으로 유동성 확보가 더욱 어려워지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2023년 이후에나 항공 수요가 본격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때까지 버티는 게 중요하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으면 사실상 등급 상향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유동성 위기 확대로 항공업계의 구조조정이 더욱 빨라질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항공업의 경우 백신 개발 혹은 집단 면역 형성 등으로 전염병이 완전히 통제되기까지는 수요 정상화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부정적 전망이 실제 신용등급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유동성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