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SK는 재계의 대표적 반려기업으로 꼽힌다. 사회적 기업 육성을 시혜적 접근보다 근본적 구조에 천착해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물고기를 잡아다 주는 것보다 어떻게 물고기를 잡는지 알려준다.

이런 이유로 SK그룹은 우리 사회의 공동체를 함께 키워 나가는 방식으로 단기적 지원보다 장기적 플랜을 가동, 건전한 사회적 기업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사회적 기업가 육성 프로그램

SK는 2012년 사회적 기업가 양성을 위해 세계 최초로 KAIST와 공동으로 ‘사회적 기업가 MBA’ 2년 전일제 과정을 개설했다. SK에 따르면 졸업생의 85%가 실제 창업을 했고, 10개 회사는 투자 유치에 성공,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해는 연세대학교와 함께 혁신인재 양성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혁신인재 양성을 위해 한국고등교육재단, 연세대와 함께 관련 교과목을 신설해 강의를 진행 중이다. 한국고등교육재단 이사장은 최태원 SK회장이다.

인재양성뿐만 아니라 SK는 건전한 자본 순환에도 신경 쓰고 있다. 훌륭한 인재와 건전한 자본이 합쳐져야 사회적 기업 생태계가 커진다는 판단에서다. SK그룹은 사회성과인센티브 제도로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측정한 뒤 이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지급 중이다.

지난 4월 19일 연세대학교에서 ‘제3회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를 열어 130개 사회적 기업에 73억원의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시상식을 가졌다. 최태원 SK회장은 저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을 통해 “인센티브 지원으로 사회적 기업의 재무적 고민을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제안을 한 바 있다. 이 같은 제안에 따라 사회성과인센티브 제도가 2015년부터 시작됐다.

SK그룹의 사회적 기업 생태계 조성 노력은 국내 최초 사회적 기업 전용 ‘민간 펀드’ 결성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SK는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는 국내 첫 사모펀드인 ‘사회적 기업 전문사모 투자신탁1호’를 결성하고 투자자로 참여했다. SK그룹 관계자는 “기업과 사회 공동체가 공생하면서 행복의 크기를 키워 나가자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철학이 경제, 사회에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지속가능 사회적 기업 육성’

SK이노베이션도 SK그룹 내 대표적인 반려기업이다. SK이노베이션의 사회적 기업 육성의 2가지 키워드는 ‘공익성’과 ‘지속가능성’이다. SK그룹처럼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줘 건전한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이 지원하는 대표적 사회적 기업 중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는 기업은 ‘㈜천년누리전주제과’와 ‘모어댄’이다.

천년누리전주제과는 지난 2013년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전주에 설립된 사회적 기업이다. 대표제품은 전주비빔밥을 응용해 만든 전주비빔빵이다. 설립 당시 4명이었던 직원은 올해 4월 기준으로 30명까지 늘어났다. 노인, 장애인 등 전주시 내 취약계층이 근무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천년누리전주제과 설립 초기 창업자금 1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이후 회계·재무, 생산관리, 마케팅, 홍보 등 사업영역 전반에 걸친 지원을 통해 천년누리전주제과가 초기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왔다. 특히 홍보에서 SK이노베이션은 전주비빔빵이 SNS에 자주 노출되도록 도왔다. 현재 전주비빔빵은 ‘오븐 하나로 시작된 월 매출 1억원의 기적’으로 사회적 기업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모어댄은 재활용품에 디자인이나 활용도를 더해 가치를 높이는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을 목적으로 패션 아이템을 생산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자동차 부산물인 가죽시트, 안전벨트, 에어백 등을 활용해 가방이나 지갑 등을 생산해 판매한다.

모어댄의 제품은 ‘지속가능한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뜻의 브랜드 ‘컨티뉴(CONTINEW)’를 달고 판매된다. 컨티뉴 제품은 40년 이상 경력을 지닌 장인들이 100%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컨티뉴 제품은 자동차시트 제작 후 남은 자투리 가죽이나 폐차 시 버려지는 가죽을 재사용해 가방을 만드는데, 가방 하나를 구입할 때 1600ℓ의 물을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매립폐기물량과 폐기물을 태우거나 매립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절감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6년에 모어댄에 창업자금 1억원을 지원했다. 천년누리전주제과 때처럼 이후 회계·재무, 생산관리, 마케팅, 홍보 등의 지원도 이어서 했다. 또 관계사인 행복나래를 통해 사업 초기의 판로 확보 과정을 도왔다. 이 같은 SK이노베이션의 지원에 힘입어 모어댄은 지난해 연 1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가 됐다. 그 과정에서 경력이 단절된 여성 등 취약계층 11명도 고용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지난 2013년부터 사회적 가치 창출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 경제적, 비경제적 지원을 동시에 해왔다”면서 “지금까지 총 3차례에 걸친 사회적 기업 발굴 및 지원사업을 통해 노인, 다문화, 장애인 등 26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현재까지 약 46억원에 달하는 사회적 가치가 창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SK관계자는 “SK그룹은 1회성 지원보다는 사회적 기업을 지원, 육성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면서 “사회적 기업이 잘되면 사회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기업을 육성하는 큰 방향성을 갖고 SK이노베이션을 포함한 계열사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