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소득 3만달러 시대를 앞둔 우리 사회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라는 말은 이제 흔히 접할 수 있다. CSR을 다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직장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보육원이나 노인정에 기부 혹은 봉사활동을 펼친다. 소외된 이웃에게 월동용품을 전달하기도 한다. 기업 오너들은 장학재단을 설립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등 기업의 선행 사례는 이제 쉽게 찾을 수 있다.

CSR에서 한 발 더 나아가면 기업의 공유가치 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로 이어진다. 기업의 목적을 단순히 이윤 창출에 두는 것이 아니라 생산활동을 통해 사회적 이익을 함께 도모해 나간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기업이 사회의 ‘반려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CSR이 기업 이익 일부를 사회와 나누는 데에서 그치지만, CSV는 기업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고 기업이 추구하는 목적과 사회적 가치를 일치시킨다. 예컨대 네슬레는 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에서 코코아를 생산하고, 인도에서 우유 생산 과정에서 자신들이 가진 새 품종과 농사짓는 기술, 가공기술 등을 현지 농부들에게 전해 주었다. 그러자 현지 농부들의 수입이 300%가량이나 늘어났고 네슬레도 양질의 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사회와 기업이 함께 성장한 사례다.

일부 기업들은 발 빠르게 CSV를 조직문화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는 CSR보다 CSV가 더 반갑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주주가치 극대화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CSR은 비용 문제가 걸림돌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기업들의 사회공헌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매출 상위 600개 기업은 지난 2013년 CSR 비용으로 약 2조8115억원을 썼다. 기업당 46억9000만원씩 쓴 셈이다. 기업으로서 CSR 활동 자체가 고비용·비효율의 문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사회공헌에 대한 지나친 강박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2008년 다보스포럼에서 “기업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의력과 체계적 플랜 마련이 중요하다”면서 “기업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면서도 소외계층과 상생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빌 게이츠의 제언 이후 몇몇 기업들은 사회적 가치사슬을 재정의했다. 수용성 비료 제품을 생산하는 노르웨이 기업 야라는 모잠비크와 탄자니아에 도로와 항구 건설을 투자하고 현지 직원을 채용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성장 통로를 구축했다.

세계적인 생활용품 제조기업 유니레버는 가난한 세계 곳곳의 가난한 여성을 교육해 사업가로 키웠다. 지역에 법인을 설립한 여성 기업가들은 유니레버와 함께 유통망을 이용해 사업 진출을 도모했다. 유니레버 입장에선 국제적인 사업 판로를 얻게 된 셈이다.

국내에선 CJ제일제당의 ‘즐거운 동행’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CSV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힌다. 식품업계 최초 상생구현 사회공헌 브랜드인 ‘즐거운 동행’은 지역에서 발굴한 유망한 중소 식품 기업들이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면, CJ제일제당은 기술지원·품질관리·유통대행·마케팅·판로 개척 등을 책임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은 유통망을 확보하고 자생력을 강화할 수 있고, CJ제일제당은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매출 증대를 이룰 수 있었다. 2011년부터 동반성장을 이룩해온 ‘즐거운 동행’은 지난해 67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러한 상생형 기업, 즉 ‘반려기업’은 사회공헌을 위한 전략적인 공헌 방안이 필요하다. 한국기업지배구조 연구원에서 근무했던 신창균 퓨쳐스트림네트웍스 대표는 “기업이 공유가치전략을 통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공유가치 창출 전략은 복지적인 개념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성공을 위한 전략적 투자 개념으로 기업들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존 기부 개념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사회가 함께 성장하기 위해선 기업이 사회공헌 전략을 체계적으로 세워야 할 것”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공유가치 창출에 앞장서는 기업이 적지 않다. 우리 시대의 동반자 ‘반려기업’들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주요 활동들을 모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