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현대차그룹이 사회적 기업 지원을 대폭 늘린다. 지원 방향은 일자리 터전에 초점을 뒀다. 가장 크게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은 청년 창업과 고용이다. 성장 잠재력이 있는 청년 기업을 집중 지원해 사회적 기업 풀뿌리를 단단히 다지겠다는 의지다.

▲H-온드림 오디션 수상자들의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사회적 가치 추구’… 신규 일자리 3천개 창출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5년간 신규 일자리 3000개를 만들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까지 총 340억원을 투자, 고용을 늘릴 계획”이라면서 “사회적 기업 성장을 단계별로 지원하고 재취업 모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라고 지난달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청년 일자리 1600개, 여성 300개, 시니어(노년을 앞둔 50·60대) 500개, 소상공인 600개의 일자리 사업을 펼친다.

일자리 창출 초점은 청년고용이다. 현대차그룹과 현대차 정몽구재단은 국내 최대 사회적 육성 기업프로그램인 ‘H-온드림 사회적 기업 창업 오디션’을 펼쳐 2022년까지 사회적 기업 150개를 만들고 청년 125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이미 2012년부터 유망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팀당 최대 자금 1억원을 지원하는 창업 오디션을 전개하고 있다. 성공한 사회적 기업을 멘토로 붙여 사업 안착도 돕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청년 일자리를 발굴하기 위해 창업 오디션을 더 강화하기로 했다”면서 “연 매출 30억원 이내 성장기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1대 1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성장 단계에 맞춰 경쟁력 강화를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사회적 기업이 판로를 넓힐 수 있도록 사내 온라인 임직원 복지몰에 사회적 기업 전용관을 신설할 방침이다. 사회적 기업과 계열사 간 협업 사업을 새롭게 추진해 350명 일자리 추가 창출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여성에 대해서는 경력단절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데 주력한다. 노인요양보호 사회적 기업인 ‘안심생활’과 손잡고 치매 노인, 장애인 등 재활시설(안심치유농장) 등을 세워 일터를 확보할 방침이다.

시니어에 대한 일자리 확보 방안으로는 재취업 맞춤형 교육 지원을 대책으로 내놨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회적 기업과 협력 플랫폼을 구축해 5년간 시니어 일자리 500개를 마련할 계획이다.

조기 은퇴한 시니어 세대가 재취업이나 창업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과 멘토링을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기업과 노련함을 지닌 시니어 세대를 연결해 국내 사회적 기업 성장도 함께 도모할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숙련된 노하우를 갖춘 중장년 은퇴자들이 다시 한 번 능력을 펼치도록 지원에 나설 것”이라면서 “사회적 기업에도 시니어의 전문 지식을 활용해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소상공인·사회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생계형 차량을 지원하는 ‘기프트카 캠페인’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특히 올해부터는 새터민,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등에 5년간 차량 250대를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제로원’을 지난 3월 초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에 문을 열었다. ‘제로원’은 현대차그룹이 미국 ‘현대 크래들’에 이어 국내에 구축한 연구센터다. 국내 유망 스타트업과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로봇 등 미래 혁신 기술들을 연구개발(R&D)하는 협력 거점이다.

현재 ‘제로원’에는 스타트업 8곳과 창업자 19명이 이곳에 입주해 있다. 이들 스타트업은 현대차그룹이 투자한 ‘제로원 액셀러레이터 펀드’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으면서 6개월간 작업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이들은 친환경차 충전 시스템, 차량 공유, 로봇 서비스 사업을 비롯해 미디어아트와 공간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 개발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스타트업과 외부 투자가를 연결해 공동 기술 개발 협업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에서 일자리 증대를 핵심 국정과제로 내걸고 있지만 좀처럼 고용 한파가 풀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국내 대기업들이 정부 시책 측면에서 지원을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에겐 파격 복지혜택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이 지난달 구직자 1092명을 대상으로 ‘입사하고 싶은 대기업(복수응답)’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삼성전자(31.3%)가 1위, 한국전력공사가 20.4%로 2위, 현대자동차가 19.1%로 3위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지난해보다 한 단계 내려왔으나 여전히 구직자들에게 선망의 기업으로 꼽힌다.

현대차의 인기 비결은 단연 ‘복리 후생’에 있다. 현대차그룹의 주력계열사인 현대차는 사내 복지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먼저 생활지원과 편의 제공 부분이다. 경조사 지원에서 휴가는 물론 지원금 지급과 경조사 화환, 상조 도우미까지 지원해준다. 강남에 위치한 직원 예식장도 결혼을 준비하는 현대차 직원이라면 이용할 수 있다. 이외에 자녀 학자금부터, 이사비 지원 등 다양한 생활 편의 복지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직원 명절 선물로 사이버 머니도 지원해준다.

특히 직원차량 구매 및 수리비 할인 지원과 자가정비코너를 운영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근무연한에 따라 현대차 차량이 최대 30% 할인되는데, 최근 출시한 제네시스 ‘G70’ 최상급모델인 3.3 가솔린 터보 스포츠 슈프림(가격 5410만원)은 약 3780만원에 구매가 가능하다.

대출도 지원해준다. 주거금 지원과 미혼자 결혼자금 마련을 위해 현대차는 저금리로 대출을 지원한다. 무주택자나 주거지원금 비수혜자에게는 사택이나 임대아파트, 기숙사 등을 제공해준다. 직원부터 가족 진료비까지 지원해주며, 정기 건강진단 복지혜택도 누릴 수 있다.

문화생활 활동지원 프로그램도 있다. 사내 동호회 활동 집행비 대부분을 회사가 지원해준다. 복지포털 사이트를 운영해 여가와 문화정보를 제공해주며, 직원 전용 쇼핑몰을 통해 영화나 뮤지컬, 콘서트 등 각종 문화상품을 할인가로 구매할 수 있다.

사계절 휴양소도 운영한다. 전국 각지의 유명 콘도와 호텔을 직원 특가로 이용할 수 있다. 일부 콘도는 무료로 운영된다. 현대차는 ‘재충전 휴가제도’라는 특별한 복지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기본 연월차 휴가와 하계휴가 외에 자기 계발휴가, 가족사랑휴가 등 가족과 개인의 여가생활을 위해 마련된 복지혜택이다.

가장 복지 혜택은 급여라고 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현대자동차가 9200만원이다. 2014년에 1인 평균 급여가 9700만원을 기록한 뒤 매년 100만~200만원가량 하락했으나. 최근 판매실적 호조세를 보이며 급여 인상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지난해 1인당 평균 급여는 삼성전자(1억1700만원)보다 작았다. 그러나 근속연수는 현대차가 18.8년으로 삼성전자(11.0년)보다 길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 사업 특성상 첨단기술 못지않게 경험이나 숙련도도 중요해 타 업종보다 상대적으로 근속 연수가 긴 편”이라면서 “다양한 복지 혜택과 최근 유연해진 회사 분위기는 근속 연수를 늘리는 데 일조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2014년에 16.9년, 2015년 17.2년, 2016년 17.5년 등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현대차에 근무하는 A씨는 “최근 순혈주의에 고착됐던 고용 트렌드부터 다양한 근무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면서 “몇 해 동안 급여가 낮아지긴 했으나, 올해 성장 기반 토대인 신차가 대거 출시 예정인 데다가 1분기 실적도 좋아 급여 상승 여력도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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