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에너지 시장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중국

중국이 원전으로 '에너지 시장'에서 장악력을 넓혀가고 있다. 중국핵그룹(CNNC)은 15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원전공사와 협정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중국이 독자개발한 3세대 원자로인 화룽 1호 기술을 적용한 원전 2개가 아르헨티나에 지어진다.

첫번째로 지어질 원전에 대한 투자 규모는 59억 9400만달러(약 7조원)에 달하며 이 중 38%는 중국이 투자하기로 했다. 원전 두 개를 짓는데 드는 총 투자비용은 150억달러(약 17조 6000억원)에 이르며 전체 투자 비용 중 중국 측이 부담하는 비용은 85%다.

▲ 화룽 1호기(자료사진)/출처=유튜브 영상 캡처

앞서 중국과 아르헨티나는 지난 2월 원전 건설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1750메가와트(MW) 용량의 원전 4호기와 5호기 건설공사다. 원자로는 냉각재와 감속재로 어떤 물을 쓰느냐에 따라 중수로와 경수로로 나뉜다. 중수로는 산소와 중수소가 결합해서 만들어진 물(중수)을 사용하는 원자로이고 경수로는 산소와 수소가 결합한 물(경수)을 사용하는 원자로이다. 이번 아르헨티나에 건설하는 원전 4호기는 중수로로 부에노스아이레스 리마에 지어질 예정이며 5호기는 경수로로 아직 장소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향후 아르헨티나에 중국의 원전장비를 300억 위안(약 5조4000억원)이상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아르헨티나와 원전 협약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루마니아·남아프리카공화국·인도네시아·태국 등의 나라와도 원전 건설 관련 협력 강화를 추진 중이다. 이집트와도 원전 건설에 대한 MOU에 서명해 이집트 원전 건설의 공식 파트너 중 하나로 참여하게 됐다. 이 외에도 헝가리와 원전 건설 관련 교육 및 연구협력을 위한 MOU에 합의 했으며 남아공과도 원자력 분야 인력훈련을 위한 MOU에 서명했다. 2013년 중국이 파키스탄에 수출한 원전만 총 6기다.

또한 지난 9일에는 중국 원전 개발업체 중광허그룹이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3, 4호기 투자 운영 및 사후처리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지난달 21일에는 영국 힌클리 포인트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약 10조 8000억원을 투자하고 영국 서퍽 카운티 시즈웰 원전 프로젝트에도 20% 지분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어 영국 에식스주 브래드웰에도 화룽 1호 원전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Go global, 중국은 세계를 노린다

지난 2014년 3월 중국 정부는 환경오염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중국 정부는 2011년~2020년을 '신에너지산업 발전계획'으로 정하고 5조 위안을 투자해 원자력발전·풍력발전·태양광·바이오매스 등의 개발을 목표로 하고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중국의 주력에너지원인 석탄의 활용비중을 낮춰 대기오염을 완화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중국은 원전 비중을 높이고 있다.

세계 1위 석탄 소비국인 중국은 세계 CO2 배출량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이 사용하는 에너지원의 3분의 2가 석탄이다. 본래대로라면 2030년에는 CO2 배출량이 28%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중국 정부가 다양한 저탄소 에너지정책을 추진한 결과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 중국 내 원자력 발전소 현황/ 출처=한국 원자력 문화재단

저탄소 에너지정책 추진 과정에서 원전을 꾸준히 늘려온 결과 2015년 8월까지 중국 내에서 현재 가동중인 원전은 총 26기이고 건설 중인 원전은 25기, 건설 계획에 있는 원전은 43기에 이른다. 이 외에도 170여기의 원전 건설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에 있다.

이제 중국의 원전 시설 용량은 2020년까지 현재의 3배에 달하는 58GW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2030년에는 150GW, 2050년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용량의 원전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핵연료주기의 완성을 정책 목표로 원전의 설계와 건설 부문에서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의 기술 자립에 성공해 해외 원전 수출에까지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중국은 현재 세계 1위 에너지 생산 및 소비국이며 동시에 세계 2위의 석유 수입 및 소비국으로써 세계 에너지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중국이 원전을 개발하고 석탄 에너지 이용 비중을 줄이게 되면 에너지 생산 측면에서 분명 중국은 힘을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30일 열릴 파리기후협약에서도 탄소배출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질 예정으로 세계 많은 나라들이 탄소배출권 거래제 및 에너지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석탄을 대체할 에너지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미래에 자국을 위한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원이 '무기'가 되는 시대, 과연 안전할까

한편 중국이 빠른 속도로 늘리고 있는 석탄의 대체에너지가 '원자력'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파괴된 이후 원자력이 과연 안전한가에 대한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른 바 있다. 이에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원자력 산업 비중을 늘리는 나라들의 '안전문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석탄을 대체할 가장 빠른 에너지원은 현재로써는 원자력이 가장 큰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역시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전역의 원자력 발전 가동을 중지했다가 결국 전력 부족으로 인해 발전소를 재가동 하게 됐다.

일본의 경우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중대사고 신안전규정'을 발효했고 우리나라 역시 비슷한 안전기준 법제화를 추진 중이지만 중국은 아직 원자력안전협약의 보고서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아직까지 원자력 발전소 건설과 운영 경험에 집중하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안전문제까지 고려하는 노력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원자력 에너지가 사고로 인해 무너질 경우 안전에 굉장한 위협이 된다고 인정하면서도 에너지원으로써 절대 포기할 수 없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각국이 보유한 발전소 운영의 공통성을 고려해 특화된 협력 분야를 설정, 안전문제에도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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