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4 / 사진투자
그림보다 값싸고 이해 쉽고
젊은 부자는 사진을 찾는다(밑에게 메인제목)
여의도의 한 기업체 대표인 A 씨는 올 초 사진작가 김중만 씨의 작품 두 점을 사무실에 걸었다. 한 점당 1500만원을 호가하는 귀하신 몸이다. 예전 같으면 이 정도 목돈은 차라리 은행이나 펀드에 넣어 뒀겠지만 요즘엔 사진이 소장가치는 물론 투자가치도 있다는 갤러리의 소개로 난생 처음 사진을 구매했다고 한다. 이전에도 그림 몇 점을 사 본 경험이 있는 A씨는 요즘 회사 직원들은 물론 사무실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사진을 알아보고 한 마디씩 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 우쭐해진다.
그림 시장의 투자 열풍이 언제부터인가 사진으로 옮겨오고 있다.
그림보다 이해하기 쉽고 좀 더 친숙하다는 이유로, 또는 아직 시장이 형성되는 단계라 가격이 비싸지 않다는 이유에서 사진을 찾아 갤러리를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늘어난 탓이다.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몇몇 작가들의 경우 매매를 목적으로 하는 전문 컬렉터들이 작품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불과 1~2년 사이에 가격이 10배 이상 높아진 경우도 있다.
◆ 예술적 평가와 투자가치 동시에 조망 = 사진작품이 주목받고 값도 비싸지는 이유는 무엇보다 예술성에 대한 재평가 때문. 이전까지만 해도 사진은 소위 '돈 되는' 작품도 아니면서 정통 예술의 범주에도 포함되지 못했지만 점차 현대인들의 감성에 맞는 매체로 인식되면서 순수 예술사진들도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디지털카메라의 보급으로 사진을 취미로 삼는 인구가 많아진 것도 사진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이유가 됐다. 촬영기법을 배우고 직접 사진을 찍어보기도 하면서 사진의 매력에 빠진 젊은층들이 사진 전문작가들의 작품성을 높이 평가하게 된 것이다. 아파트와 주상복합 등으로 대표되는 현대인들의 거주공간이 차갑고 단조롭고 직선적인 면모를 갖고 있어 사진의 현대적 특성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점도 사진이 소장가치는 물론 당장의 인테리어 소재로도 손색이 없게 한다.
반면 국내에서 사진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기 시작한 건 불과 2~3년 전부터다. 2006년 즈음부터 해외시장의 사진 열풍이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하고 국내 작가들의 작품이 세계적인 전시와 아트페어 등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지난 해부터야 인기 작품들의 가격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또한 그림 경매 시장이 일반 대중들에게도 널리 오픈되면서 덜 알려진,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부유층들이 사진이나 판화와 같은 작품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갤러리나우의 이순심 대표는 "연세가 높으신 분들의 경우 여전히 사진보다는 그림에 투자하는 쪽을 선호하는 경향이 남아 있다"며 "대신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춘 40~50대 자산가들, 심지어 30대들이 사진 투자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 사진의 복제성이 투자매력 부추겨 = 사진이 그동안 작품 시장에서 홀대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여러 장 복제가 가능하는 매체상의 특성에 기인한다. 회화로 대표되는 그림은 단 한 점만이 존재하는 반면 사진은 같은 작품이라도 작가가 마음만 먹으면 무한히 재생산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작품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이를 극복한 것이 작품마다 고유 번호를 매기는 에디션의 개념. 각 작품당 작가가 정해놓은 수만큼만 만드는 것으로, 통상 10~20점만을 제작해 희소가치를 부여한다. 가장 처음에 나온 작품이 가장 저렴하게 판매되고 번호가 뒤로 갈수록 작품의 가격은 비싸진다. 통상 5점 정도가 팔려 나가면 작품의 인기가 확인됐다고 인정받으면서 이후의 작품 가치는 크게 높아지게 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에디션이 부여하는 의미가 향후 사진 투자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가능성을 전망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온라인카페에서 만난 한 컬렉터는 "그림은 똑같은 작품이 존재할 수 없는 반면 사진은 특정 작품이 유명 갤러리나 대형 박물관, 혹은 어느 재벌 총수가 소장하고 있다고 입소문을 타는 순간부터 에디션 넘버가 다른 같은 작품들의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더욱 매력적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 미술품 경매회사 관계자는 "일부 중견 사진작가들의 작품 가격이 불과 1~2년 사이에 빠른 속도로 높아지면서 이미 전문 컬렉터는 물론 기존 그림 투자에 심취했던 부유층들도 발빠르게 사진 시장으로 옮겨와 투자에 나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경매 현장보단 갤러리 소개로 유통 = 물론 사진 가격 자체가 그림에 비해 더 높은 수준까지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뒤짚어 생각하면 일반적인 그림에 비해 훨씬 싼 가격에 작품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은 사진 시장의 저변 확대에도 유리한 요소다.
하지만 상당 수의 미술품 투자가 경매 시장을 통해 거래되고 온라인 상으로도 소개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사진은 아직 다양한 유통경로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우선은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거래량 자체가 미미하다보니 시장가격이 책정되기 어려운 면도 있다.
그나마 화랑이나 갤러리들이 관리하는 신진작가들의 작품은 작품성도 어느 정도 검증되고 유통물량도 체계적으로 조절되는 만큼 상대적으로 투자 안성정이 높다는 평가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최근에는 정기적인 미술품 경매에도 적은 수이지만 사진 작품들이 포함되고 있고 개인들이 운영하는 사진 전문 갤러리들도 많이 생겨나고는 있다"며 "하지만 오랜 기간 사진을 공부하고 작품 활동을 해 온 작가들에 비해 사진 전문 큐레이터, 평론가는 물론 작품 딜러 등도 부족한 상태여서 이 부문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 또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스) / 사진 투자, 이점을 주의하라
“터무니 없이 비싼 작품은 피해야”
- 사진도 예술작품이다. 많이 접하고 많이 알아야 좋은 작품을 고르는 안목이 생긴다. 작품 구입에 연연하기보다 배운다는 자세로 시간을 두고 작품을 고르자.
- 사진은 복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에디션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진다. 에디션이 적을 수록, 에디션 번호가 높을 수록 가격은 높아진다.
- 가격이 터무니 없이 비싼 작품은 피하라. 국내에서는 아직 사진 작품과 작가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정리돼 있지 않아 자칫 부풀려진 가격에 작품을 구매할 위험이 있다. 현재 국내에서 거래되는 사진 작품은 배병우나 김중만과 같은 최고 인기 작가들를 제외하고는 2000만원을 넘지 않는 수준이다.
- 사진은 그림보다 훨씬 더 직사광선에 민감하고 표면이 약하기 때문에 작품 보관상태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제품을 구매하기 전 손톱 자국이나 긁힌 곳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 투자가치만 고려하지 말고 본인 스스로가 두고두고 감상할 수 있는 사진인지 생각하라. 그림이든 사진이든 미술품은 감성이 반영된 투자다. 소장가의 마음에 들어야 오랜 기간 가까이 두고 가치를 높이고 투자를 즐길 수 있다.
- 작품을 구입할 때는 작품의 소장기록도 챙기자. 이전의 소장기록으로 인해 작품의 가치가 높아질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위작 시비에 휘말릴 경우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중요하다.
<최근 거래된 주요 사진작품 현황>
작가명 작품명 작품가격
배병우
Pine Trees(120 * 250cm, C-Print), 낙찰가 6200만원(2008년 6월 경매)
구본창
Vessel(60 * 50㎝, C-Print, 2006), 낙찰가 1000만원(2007년 4월 경매)
칸디다 회퍼
스트라호프 도서관 프라하 VII(180 * 223㎝, C-Print, 2004), 낙찰가 8000만원(2008년 6월 경매)
다니엘 리
Dreams(215 * 85cm, Archival inkjet prints, 2008), 판매가 2100만원(2008년 5월 판매)
원성원
Tomorrow-강아지 마을(70 * 115㎝, Lightjet Print, 2008), 판매가 400만원(2008년 7월 판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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