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드라마 ‘견우와 선녀’(연출 김용완, 극본 양지훈, 기획 CJ ENM, 제작 스튜디오드래곤·덱스터픽쳐스·이오콘텐츠그룹)가 7월 29일 자체 최고 시청률 6.1%(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현재는 티빙에서 독점 서비스 중이다.
ER문화부가 ‘견우와 선녀’ 시청률과 그 견인 요인을 분석했다.
# 12회 연속 1위 · 최고 시청률 6.1%
시청률은 안정적인 흐름이었다. 1회부터 12회까지 전 회차에서 동시간대 1위를 유지했다.
12회 평균 시청률은 4.3%였다. 1~6회까지는 평균 4% 안팎을 유지하며 이후, 7회(4.8%)를 기점으로 4.4% 이상을 기록했다.
올해 tvN 월화 드라마 전작들의 평균보다 매회 1%포인트 이상 높았다. 전작들이 6회에 하락했던 반면, ‘견우와 선녀’는 마의 구간을 견뎌내고 후반으로 갈수록 시청률이 오르며 마지막까지 유지했다.
2024년작 ‘선재 업고 튀어’(총 16회)와 비교해도 우위를 보였다. 총 12회 중 9회에서 시청률이 앞섰고, 평균 시청률도 4.3%로 ‘선재 업고 튀어’의 3.9%를 넘어섰다.
# 4주 연속 TOP10 · 8개국 1위 · 아마존 2위
OTT 반응도 강했다. 독점 제공하는 티빙에서는 7월 1일~22일 기준으로 4주 연속 콘텐츠 TOP10 1위를 기록했다.
디지털 누적 조회수는 4.64억 회를 돌파했고, 7월 3주차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에서 TV-OTT 통합 드라마 및 TV 드라마 부문 화제성 모두 2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플랫폼 성과도 있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TV쇼 부문(영어·비영어 통합)에서 글로벌 2위를 기록했다. 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이집트 등 8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총 35개국에서 TOP10에 진입했다.
# 조이현 X 추영우 X 차강윤
‘견우와 선녀’의 시청률을 안정감 있게 이끈 건 크게 다섯 가지 요인이다.
첫째, 배우들이었다. 출연자 화제성 부문에서 추영우(1위), 조이현(2위), 차강윤(신예 부문)이 각각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조이현은 선녀 박성아 역을 맡아 첫사랑에 빠진 18세 고등학생의 정서와 성장을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이름은 하나였지만 사실상 다층적인 캐릭터였다. 외로운 왕따, 발랄한 소녀, 진지한 무당, 첫사랑에 빠진 고등학생 등 여러 모습을 조합해 박성아라는 인물의 서사로 만들었다.
추영우는 배견우 역과 악신 ‘봉수’의 정체를 함께 표현했다. 말투, 자세, 시선의 차이를 통해 두 인물을 구분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와 ‘광장’에 이어 다시 한번 웹툰 최적화 연기를 보여줬다.
차강윤은 표지호 역을 맡아 ‘첫사랑’ 박성아와 ‘친구’ 추영우를 지켜보는 친구로서 말과 행동에 안정감을 부여했다. 극 전개에서 분위기를 전환하거나, 박성아의 감정을 받아내는 장면에서 자연스러운 균형을 만들었다. 오롯이 이 드라마를 첫사랑이라는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면, 사실상 남주나 마찬가지였다.
# 추자현 X 김미경 X 윤병희 X 이수미
둘째 ,‘어른’ 배우들의 받침이 확실했다.
염화 역의 추자현은 하이틴 로맨스와 공포 장르의 조합을 떠받쳤다. 슬픈 눈빛 연기에 강점인 추자현의 연기가 악역 염화를 돋보이게 했다. 추자현의 알려진 개인사를 감안하면, 염화 캐릭터는 아프기까지 하다. 가령, 12회에서 천도를 위해 피를 토하는 장면은, 익숙한 연출이지만, 그만큼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는 연기를 보이는 배우가 드물다. 연기만 놓고 보면, ‘사생결단’의 추자현을 다시 만난 기분이었다.
배견우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장면에서 추자현의 연기도 인상 깊다. 마치 ‘남고생의 첫사랑이었던 옆집 누나가 떠나가는 것’처럼 아련하기까지 했다. 추자현이 염화를 이중으로 해석한 느낌이었다.
동천 장군 역의 김미경, 꽃도령 역의 윤병희, 이모님 역의 이수미도 빼놓을 수 없다.
12회에서 동천장군이 등장하는 전후 장면은 세 배우가 이 드라마의 정서적 지지대였음을 증명한다.
포기하려는 꽃도령을 이모님이 붙잡는 장면, 이에 꽃도령이 염화를 구하기 위해 홀로 분투한다. 그리고 그 순간, 동천장군이 선녀 박성아와 함께 등장한다. 천군만마를 그 한 컷에 담아냈다. 꽃도령이 동천장군에게 “왜 이제 왔냐”며 울 때는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진다. 그렇게 ‘견우와 선녀’의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이 믿어도 좋을 만한 어른의 모습이었다.
꼭 찍어 기억해야 하는 건, 이수미가 연기한 이모님이다. 1회 첫 장면부터 선녀 조이현의 곁을 가장 오랫동안 차분하게 지키며, 사실상 정서적 엄마 역할을 보여줬다.
# 무해한 귀신 이야기
셋째, 무해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주요 인물 누구도 악의적으로 그리지 않았다. 그래서 ‘견우와 선녀’의 세계에는 ‘사악한 사람’이 없다. 등장인물 모두가 저마다 상처와 혼란을 안고 있지만, 누군가를 망가뜨리는 방향으로 감정을 휘두르지 않는다. 시청자는 이 점에서 안도했고, 그 덕분에 감정선을 깊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전반적인 혼란의 정서는 ‘귀신’이라는 장르적 장치를 통해 비유적으로 표현됐다. 물귀신, 아기령, 불귀신, 강아지귀신 등은 모두 특정한 불안과 상실을 상징했다.
폭넓게 보면 이 작품은 10대 시절 겪는 혼란과 감정의 파장을 귀신과 악신이라는 오컬트적 상징으로 표현했다. 로맨스 라인을 들어내면 그런 강점이 더욱 드러난다.
12회에서 반 친구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친구’로 남는 에피소드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가장 행복하고 가장 치열하고 가장 고독한 그 시절을 함께 치른 ‘전우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친구라는 설정은 동화 같은 위로이다. 드라마 ‘견우와 선녀’ 제작진이 10대 시청자들에게 보내는 응원인 셈이다.
# 독자 AI 기술 적용한 완성도
넷째, 특수효과의 완성도였다. 물귀신, 불귀신, 아기령, 강아지귀신 등 다양한 귀신 캐릭터와 액운 설정은 극의 세계관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선녀 박성아, 꽃도령, 동천장군이 악귀와 맞서 싸우는 장면도 짧은 분량이었지만 충분한 재미를 제공했다.
시각특수효과(VFX)와 색보정(DI)은 국내 대표 VFX회사인 덱스터스튜디오가 담당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봉수’의 트라우마 회상 장면 중 일부 전쟁 씬이 덱스터스튜디오 R&D 연구소가 개발한 생성형 AI 모듈로 제작됐다는 것이다. 실사 촬영 없이도 총탄과 포탄이 난무하는 전장의 분위기를 실감 나게 구현했으며, AI 기술이 드라마 제작 효율성과 몰입도를 동시에 만족시킨 혁신적 사례였다.
# “널 혼자 열여덟에 두고 와서 미안해.”
다섯째는 대사였다. 양지훈 작가는 ‘명대사를 위한 명대사’ 대신, 10대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내뱉을 법한 표현을 사용해 현실감을 살렸다. 그러면서도 ‘낭만’을 버리지 않았다.
“그냥 한 번만 더 보고 싶었어.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어” 같은 대사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회자됐다. “널 혼자 열여덟에 두고 와서 미안해”라는 대사는 극중 상황을 넘어, 우리 모두 함께 겪은 사회적 상처를 떠올리게 했다. 이처럼 감정의 기승전결이 과장되지 않아 ‘글’이 아닌 ‘기억’으로 남는 대사였다.
시간상 분량이 충분하지 않았던 캐릭터 서사들을 어떻게든 대사로 처리한 점도 작가의 애정이 엿보인다. 대표적으로, 12회에서 차강윤이 연기한 표지호는 아다치 미츠루 작가의 만화에 등장할 법한 대사들로 감정을 ‘시청자’에게 전했다.
“(표지호) 오랜만이다.” “(박성아) 나야.” “(표지호) 알아. 발소리만 들어도 알아.”
“(표지호) 이게 뭔 소린지 아냐.” “(배견우) 몰라.” “(표지호) 첫사랑이 끝나는 소리야.”
# 스튜디오드래곤 X 덱스터픽쳐스 X 이오콘텐츠그룹
공동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 덱스터픽쳐스, 이오콘텐츠그룹의 협업은 결과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이끌어냈다.
세 제작사는 각자의 역할에 충실했다. 이오콘텐츠그룹이 원작 웹툰의 판권을 확보하고, 덱스터픽쳐스가 기획과 캐스팅을 주도하며 설계했으며, 스튜디오드래곤이 현장을 맡아 ‘견우와 선녀’를 완성시켰다.
이오콘텐츠그룹(대표 오은영)은 2019년 6페이지 분량의 웹툰 기획안만으로 드라마화를 결정하고, 2020년 네이버 웹툰 연재 시작과 동시에 영상화 판권을 확보해 제작에 착수했다. 이오콘텐츠그룹은 사극 로맨스 ‘빛이 부서지면’, 로맨틱 코미디 ‘바람날 연애’, ‘소랑, 소랑, 소랑’, ‘중전에게 체크인’ 등을 기획·제작해온 콘텐츠 IP 전문 제작사다.
덱스터픽쳐스(대표 김동현)에게는 ‘견우와 선녀’가 첫 작품이다. 양지훈 작가를 캐스팅하면서 전체 작품을 설계했고, 현재 가장 핫한 배우 추영우, 조이현, 차강윤을 선점했다. 김동현 대표는 ‘견우와 선녀’ 방영 전 ER문화부와 인터뷰에서 “이 작품은 IP 기반의 재착장 프로젝트이며, 덱스터픽쳐스의 첫 드라마이자 덱스터 그룹의 기술력과 서사 기획 역량이 결합된 사례”라고 밝혔다. 덱스터픽쳐스는 ‘머털도사’ 실사화, 한일 합작 판타지 로맨스 ‘너에게 다이브’, 덱스터 오리지널 IP ‘리세종’ 등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로 확장할 계획이다.
스튜디오드래곤(대표 장경익)은 현장 연출과 제작 전반을 담당했다. ‘하이라키’, ‘여신강림’, ‘그놈은 흑염룡’ 등 로맨스 장르를 다수 제작한 tvN 대표 제작사로, ‘견우와 선녀’에 이어 다음 월화드라마 ‘첫, 사랑을 위하여’도 준비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