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영호 지음 | 황금부엉이 펴냄 | 정가 19,500원
“지금 아니면 늦는다”, “규제 풀려 집값 오른다”는 부동산 정보가 쏟아진다. 표영호의 신간 <공급자의 시선>은 이런 정보가 실제로는 공급자의 함정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책은 투자 지침서라기보다는,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바꾸려는 시도다.
저자 표영호는 MBC 공채 출신이자, 구독자 74만명(5월 24일 기준)의 부동산 유튜브 채널 ‘표영호 tv’ 운영자다.
<공급자의 시선>을 이런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첫째, ‘내 집’이 아니라 ‘은행 집’에 사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공급자의 시선>은 기존 부동산 책들과 관점이 다르다. 정책 발표와 언론 보도, 왜곡된 데이터가 수요자에게 탄환처럼 전달되어 특정 프레임을 만든다고 지적한다. 25가지 사례별로 통계와 현실을 대조해 통념을 깨뜨린다. 부동산 시장에서 공급자가 어떻게 시장의 판을 짜고 이익을 실현하는지 ‘공급자’의 시선을 통해 설명한 뒤, ‘소비자’의 시선으로 파훼법을 다시 정리한다.
1장 ‘기사에 나왔는데요?’에서는 언론 보도 맹신과 “남들이 사니까 나도 산다”는 추종 심리의 위험을 짚는다. 2장 ‘통계의 함정’에서는 통계의 제시와 해석 과정에 담긴 공급자의 의도를 설명한다. 3장에서는 ‘집값 하락세를 견딜 준비가 되어 있는가’ 같은 현실적인 질문을 던진다.
둘째, ‘사기 위한 집’이 아니라 ‘살기 위한 집’을 찾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부동산 투자 서적을 빙자한 책들에 속은 적이 있다면 더욱 추천한다.
<공급자의 시선>은 팩트 체크가 가능하다. 저자는 책 곳곳에 수치와 통계를 제시한다. 통계가 있으니 저자의 주장을 무작정 믿으라는 뜻이 아니다. 그의 주장에 의구심이 들 때 독자는 해당 데이터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ER 문화부는 책에 인용된 데이터들을 체크했다. 저자를 의심해서가 아니라, 저자가 강조하는 “맹신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실천한 것이다.
팩트 체크한 결과, 데이터가 제대로 제시되어 있었다. 너무나 당연한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이 분야 도서는 <공급자의 시선>처럼 투명한 출처의 데이터만으로도 꽤 큰 장점이다. 조언을 빙자한 투자 강연용 책에는 불투명한 출처, 맥락 없는 그래프, 표절에 가까운 짜깁기가 많다.
셋째, 책 한 권을 다 읽을 자신이 없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책을 구매했다면, 일단 화장실에 두자. 실제로 저자는 ER 문화부와 인터뷰에서 “화장실에서 30분 만에 읽는 책을 목표로 썼다”고 밝혔다.
그리고 소제목만 쭉 읽어보자. 소제목만으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소제목들은 각 장에서 다루는 핵심 논점을 압축해 보여준다. “오른다고 말해야 하는 사람들”, “아파트값 우상향론의 함정”, “재건축은 공짜로 새집을 주는 게 아니다” 등 소제목을 연결해 보면 책 전체를 요약할 수 있을 정도로 구조가 탄탄하다.
이런 소제목의 완성도는 편집부와 저자가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즉 책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준이기도 하다.
넷째,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신문방송학과) 학부생들에게 추천한다. 1학기 전공 교수들이 가르치던 커뮤니케이션 이론의 구체적인 예시가 이 책에 있다.
저자 표영호는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에서 언론학 석사를 취득했다. 그 대학원은 언대원 중에서도 학점 따기 까다로운 곳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공부도 어렵게 했다. 그리고 MBC 공채 출신으로 방송 현장을 경험했다.
이처럼 현장과 이론을 모두 아는 저자가 부동산 정보가 어떻게 생산되고 송신되며 소비자가 수신하는지 메시지 유통 과정을 분석했다. 미디어의 정치경제학, 탄환 효과 가설, 프레임 이론 등 다양한 미디어 이론 사례나 마찬가지다.
다섯째, 부동산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책이 쉽다. 무거운 주제들이지만, 쉽게 이해된다. 부동산 문외한조차 책을 읽고 나면, 부동산 판이 얼추 보일 만큼 쉽다.
사실 이런 분야의 책은 ‘어렵게’가 더 쉽다. 업계 용어와 영어 단어로 가득 채우고, 인용만 100개 정도 넣으면 그럴싸하다. 거기에 뇌피셜을 근거로 자가발전시켜 인사이트라고 우기는 책도 넘쳐난다.
<공급자의 시선>처럼 ‘쉽게’가 더 어렵다. 더 깊고 더 정확히 파고 들어가야만 메시지를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저자는 매일 최소 7시간 동안 자료를 분석한다. 그래서 이처럼 쉽게 쓴 게 저자의 실력이고 노력이다.
마지막으로, 독자가 참고할 저자의 말이 있다.
“어디가 무조건 오른다, 인산인해다, 이런 기사엔 반드시 의도가 있어요. 공급자를 위한 기사일 가능성이 크죠.”
표영호 작가는 ER 문화부와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다. 즉, ‘공급자의 시선’인 기자의 이런 추천을 맹신하지 말 것. 독자가 직접 책을 읽고 직접 확인할 것.
정가 19,500원. 교보문고·예스24 판매가 17,550원. 예스24 e-Book 12,87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