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대표 선임전이 3파전으로 좁혀졌다.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2일까지 접수된 사내·외 대표이사 후보군을 대상으로 서류 심사 및 비대면 인터뷰 등을 통한 후보 압축 과정을 거쳐 심층면접 대상자(가나다순)는 김영섭 (前 LG CNS 사장),박윤영(前 KT 사장), 차상균(서울대 교수)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이승훈 위원장은 “금번 대표이사 후보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차주 중으로 후보 3인에 대한 심층면접 심사를 진행해 KT 대표이사 후보 최종 1인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KT는 초유의 콘트롤 타워 공백기를 보내고 있다. 통신업계 시장 자체는 고무적이라지만 대내외적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KT에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 연장선에서 3명으로 좁혀진 KT 차기대표 라인업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최종 1인은 8월말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KT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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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했던 차기대표 레이스
연임에 강한 의지를 보이던 구현모 KT 대표가 결국 용퇴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윤경림 사장이 등판했으나, 그 역시 외풍에 흔들리며 물러나자 KT는 크게 흔들렸다.

KT는 윤 사장 용퇴 결정 후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 체제를 바탕으로 대표이사 직무대행과 주요 경영진들로 구성된 비상경영위원회를 신설하고 산하에 ‘성장지속 TF’과 ‘New Governance  구축 TF’를 운영하는 등 경영 정상화에 나섰으나 위기감은 고조될 뿐이었다.

심지어 구 대표 연임을 포기시키고 윤 사장의 도전을 무위로 끌어낸 정부 여당의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KT 일감 몰아주기 수사까지 진행, 내외부의 분위기는 완벽하게 얼어붙었다.

살얼음판을 걷던 KT는 지난 4월 양춘식 경영서비스본부장을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에, 조성수 경영기획총괄(전무)을 KT알파 대표에 신규선임하는 한편 박현진 지니뮤직 대표이사를 재선임하며 자회사 단속부터 시작했다.

이어 TF를 중심으로 지배구조개편까지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으며, 지난 6월말 제1차 임시주주총회를 통해서는 사외이사 선임 및 정관 개정을 통해 경영 정상화의 단추를 채워가기 시작했다. 이어 7월에는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대표이사 후보군 구성 방안을 의결하고 차기 대표이사 선임 프로세스를 본격 개시했다.

대표이사 후보모집에도 속도가 붙었다. 7월 4일부터 7월 12일까지 대표이사 후보 공개 모집을 진행해 20명이 지원했고, 13일에는 6명의 명단을 확정했다. 뒤이어 27일 최종 3인의 명단이 발표됐다.

김영섭 전 LG CNS 사장. 사진=연합뉴스
김영섭 전 LG CNS 사장. 사진=연합뉴스

정치인 배제...3명의 후보, 각각의 컬러 '뚜렷'
지난 7월 20인 명단 확정 당시 업계에서는 현재 3인을 비롯해 초거대 AI 믿음 개발을 주도하는 한편 40대 최연소 여성 상무로 잘 알려진 배순민 KT융합기술원 소장,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 권은희 전 새누리당 의원과 김기열 전 KTF 부사장, 최두환 전 포스코ICT 대표, 남규택 전 KT 마케팅부문 부문장, 문형남 숙명여대 교수,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이 포함됐다는 말이 나온 바 있다. 

정치인 출신들이 많다. KT 대표이사 후보모집 정국에서 여당의 입김이 컸던 상황이라 비록 비공개지만 20인 명단에 정치인 출신들이 대거 포함됐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최종 3인 중 정치인 출신은 없기 때문이다.

KT는 구현모 대표의 최종 용퇴 후 윤경림 사장을 단독 후보로 확정했을 당시에도 정치인 출신을 배제한 바 있다. 윤 사장마저 용퇴한 후 정관을 개정해 대표 자격에 있던 'ICT 특화'라는 문구를 수정해 한때 "정치인 출신 대표가 유리한 것 아닌가"라는 말이 나왔으나 이 역시 무위로 끝났다. KT는 이번에도 뚝심있게 비 정치인 인사들을 차기대표 후보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은 재무통이면서 ICT 전문인사다. 1959년생이며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LG 전신인 럭키금성상사(현 LX인터내셔널)에 입사해 LG그룹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 상무,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을 거친 그는 2013년 LG CNS로 옮겨 하이테크사업본부, 솔루션사업본부 등 주요 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지난해까지 LG CNS 대표를 역임하며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 전략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완전한 KT 외부인이라 KT의 체질을 원천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저력이 있다. 여기에 재무통의 전문성을 살려 모든 산업을 효율적으로 통합할 수 있고, 신사업 개척에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탈통신 전략을 구사하며 콘텐츠 및 AI 등 다양한 신사업을 가동하는 KT의 콘트롤 타워로 손색이 없다는 뜻이다.

박윤영 전 KT 사장. 사진=연합뉴스
박윤영 전 KT 사장. 사진=연합뉴스

박윤영 전 사장은 1962년생이며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했다. KT에서 5G B2B 전략을 추구했으며 구현모 대표와 차기대표를 두고 경쟁했던 인사다. 이후 복수 사장 체제에서 활동하며 KT 내부의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회사 내부 사정에 밝고 임직원들의 두터운 신망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와 특별한 인연이 없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외풍에 흔들릴 수 있는 KT를 탄탄하게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올해 초 구 대표가 용퇴를 선언한 후 공개됐던 8명의 후보 명단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차상균 교수는 1958년생이며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플랫폼인 HANA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석학이며 기술개척 및 확장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을 보유했다는 말이 나온다. 무엇보다 AI 전략을 바탕으로 새로운 꿈을 꾸는 KT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경영계 인사가 아닌 학계 인사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이석채 전 KT 회장 시절 사외이사를 지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차상균 서울대 교수. 사진=연합뉴스
차상균 서울대 교수. 사진=연합뉴스

모두 ICT 전문가..."속도전"
KT 차기대표 3인의 윤곽은 당초 8월 초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시일이 조금 당겨진 분위기다. 그 만큼 KT 내부에서 위기감이 상당하다. 네트워크는 물론 AI와 빅데이터, 로봇, 콘텐츠 등 다양한 영역의 탈통신을 요구하는 파도가 거세게 몰아치는 격변의 상황에서 콘트롤 타워의 부재는 곧 리스크의 증폭이기 때문이다.

최근 승승장구하는 KT클라우드 등, KT의 탈통신 전략 및 ICT 기초체력이 좋은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도 눈길을 끈다.

결국 구 대표의 손에서 촉발된 KT의 변신이 본격적인 결실을 맺는 상황에서 이를 더욱 키우고 확장시킬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시점이다. KT가 정치인을 배제하고 ICT 전문가로 3인의 숏리스트를 '빠르게' 선정한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