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그리테크의 영역은 사실상 농업의 생산성과 관련된 모든 밸류체인을 총망라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생명공학부터 플랫폼 전략을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생산 효율성을 키우고,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한편 ESG적 관점에서 다양한 공적 역할까지 수행한다.

그 모든 중심에는 데이터가 있다.

존디어 트랙터가 보인다. 출처 연합뉴스
존디어 트랙터가 보인다. 출처 연합뉴스

데이터를 확보하라

존디어는 1999년 나브콤 테크놀로지를 인수하며 GPS 기술을 활용한 농기계를 개발했으며, 2002년에는 무인 트랙터 개발에 성공해 업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그리고 위치기반과 무인 트랙터. 이 둘의 연결고리에는 데이터가 있다.

실제로 존디어는 농기계에 부착된 위치 추적기로 확보한 각종 데이터를 본사 데이터 센터로 전송해 사물인터넷을 바탕으로 농기계의 입체적인 관리를 진행한다. 위치 기반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무인 트랙터의 특성까지 살려 일종의 데이터 확보 총력전을 벌이는 셈이다. 2017년 AI 스타트업 블루리버 테크놀로지(Blue River Technology)를 3억 달러에 인수한 배경이다.

블루리버 테크놀로지와 함께 스마트 농업 장비 제초기 로봇 ‘레티스봇(Lettuce Bot)’을 개발해 트랙터에 달린 렌즈로 잡초 등을 머신러닝 등으로 식별하는 것도 데이터 전략의 한 축이다. 즉 데이터를 생산하고, 활용한 후 다시 생산하는 과정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한편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이다.

몬산토도 마찬가지다. 삼성KPMG에 따르면 몬산토는 특유의 대형농장 중심으로 성장한 미국 농업산업에 접근하며 데이터에 기반한 처방식 재배(Prescriptive Planting)’ 방식을 핵심으로 삼았다.

스마트농업. 출처 연합뉴스
스마트농업. 출처 연합뉴스

몬산토는 2012년 6월 컴퓨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설계 기업 프리시전플랜팅(Precision Planting) 을 2억 4800만 달러에 인수하여 정밀농업에 뛰어들었고, 이후 2013년 11월, 빅데이터 정보망 구축을 위해 클라이미트 코퍼레이션(Climate Corporation)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디지털 파밍 분야를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자체 개발 빅데이터 시스템이자 처방식 재배 시스템인 필드스크립트(FieldScripts)에서 진화한 클라이미트 필드뷰(Climate FieldView)처럼 디지털 데이터 플랫폼을 공개했으며 자회사 클라이미트 코퍼레이션을 통해 역시 데이터 분석 관련 기술력을 갖춘 640 Labs를 인수한 것도 비슷한 결이다.

네덜란드의 월드원예센터도 눈길을 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작물의 질병, 병충해 데이터는 물론 농작물 재배에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는 곳이다. 일본도 농림수산성 농업 빅데이터 수집 플랫폼 화그리를 통해 관련 데이터 수집에 나서고 있다. 이 역시 애그리테크의 핵심에 데이터가 있음을 증명한다.

국내에서는 애그리테크에서 활성화된 스마트팜을 중심으로 데이터 인프라를 강화하는 중이다. 현재 정부는 2027년까지 농업 연구개발(R&D) 데이터를 통합하고 체계적으로 저장, 관리, 공유할 AI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특히 트릿지처럼 데이터를 중심에 두고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을 개선하는 곳은 무엇보다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한다.

경작지 풍경. 출처 연합뉴스
경작지 풍경. 출처 연합뉴스

왜 중요한가

데이터는 모든 산업의 '원유'로 불린다. 애그리테크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ICT 테크 기술 자체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고 활동하며 진화하기 때문에 데이터가 애그리테크 시장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지를 말하는 것 자체가 생겨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한 발 더 들어가면, 농업이라는 산업 자체가 고도화된 데이터의 집약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조선 세종 때 편찬된 농서인 농사직설(農事直說)은 중국의 농서로는 확보할 수 없는 데이터를 확보해 조선의 기후와 토양에 특화된 농사법을 전수하는 것이 핵심이다. 농업은 그 자체가 데이터 산업이었던 셈이다.

그 연장선에서 존디어의 데이터 중심 전략과 애그리테크 산업 전반의 데이터 전략은 필연적인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애그리테크의 핵심이 데이터에 있다고, 모든 애그리테크의 방향성을 데이터로 무리하게 좁히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이터가 애그리테크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것은 달라지지 않지만 애그리테크의 본질적인 전략은 곧 농업 생산성이기 때문이다.

존디어, 나아가 스마트팜과 그 외 모든 애그리테크의 밸류체인들은 데이터 그 자체가 아니라 농업 생산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