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민 록야 대표.
박영민 록야 대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류는 심각한 식량문제에 봉착하였다. 늘어나는 인구를 부양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

다행히 인류는 조금씩 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같은 면적에서 재래종의 배 이상을 수확할 수 있는 다수확 품종의 개발, 화학비료의 사용, 관개 기술과 기계화를 통해 아시아와 남미 여러 나라의 농업 생산성을 증가시켜 식량자급을 달성하는 것에 성공했다.

역사는 이를 녹색혁명이라 한다.

문제는 녹색혁명의 그림자다. 녹색혁명의 등장으로 인류가 멸절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등 중요한 기여를 하였지만, 오랜 시간 동안 식량 증산을 위해 과도하게 투입된 자원은 지구환경을 오염시키는 한편 온실가스 배출 증가, 온난화 악화라는 재앙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오는 2050년 세계 인구가 90억 명으로 급증할 것이며, 이에 따라 심각한 식량부족 현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한다.

해답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구의 급증과 더불어 동남아시아 중산층을 중심으로한 육류 소비 증가로 인해 지금보다 곡물을 70% 정도 더 생산해야 한다는 절박한 분석이 나오고 있으나 막상 생산량이 늘어나기는커녕 기후변화로 인해 매년 곡물 생산량이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대로는 식량 증산을 위한 해결책은 요원해 보인다.

새로운 방식의 농업 혁명이 필요한 이유다.

물론 기후변화가 곧 식량위기로 종착 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오래된 전망이지만, 최근 잇따르는 글로벌 이슈는 이런 위기의식을 더욱 재촉하는 배경이 됐다. 그렇다고 해답을 찾기 어렵다면서 포기할 수 없는 노릇. 무엇보다 녹색혁명의 '가혹한 영수증'이 날아오는 상황에서 인류는 또 다른 가능성 타진을 하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첨단기술과 농업을 융복합화하는 개념의 ‘애그리테크’가 급부상한 이유다. 미국, 일본, 네덜란드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인류 앞에 산적한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고 있다. 관련된 투자도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감자밭 수확 정경. 출처 연합뉴스
감자밭 수확 정경. 출처 연합뉴스

특히 2016년 설립된 미국의 인디고 애그리컬처는 농업 분야에서는 세계 최초로 유니콘 반열에 오른 스타트업이다. ‘건강한 지구는 건강한 농장에서 온다’는 믿음으로 화학비료 대신 미생물로 작물을 키우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농장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많은 기술적 투자를 하고 있다. 씨앗에 미생물을 감싸는 종자코팅 기술로 식물 면역력을 길러 화확비료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종자 개발 연구에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을 사용한다.

한국도 있다. 최근 시리즈D 유치에 기업가치 3조6000억원 수준을 인정받으며, 한국 최초의 농업계 유니콘 반열에 오른 농축수산물 무역 플랫폼 트릿지가 그 주인공이다. 많은 애그리테크 기업이 투입의 적정성과 생산성 증대를 목표로 한다면, 트릿지는 자체 구축한 농산물 데이터 플랫폼과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해 국가 간 농산물 시장의 정보 비대칭과 비효율을 줄여 농산물이 잘 분배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위 두 기업이 던지는 인사이트는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녹색혁명의 한계를 극복하고 애그리테크 시대에 걸맞는 중요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화학비료 사용을 줄여 땅을 회복시키고, 유통전에 폐기되는 농산물을 줄이고 필요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필자 또한 2011년 록야 창립 이래 전국의 산지에서 농업인과 현장에서 느낀 문제점들을 개선해 나가며 함께 성장해 왔다. 복잡하고 신뢰성 없는 유통프로세스를 새롭게 정비하고 시스템화 하여 효율을 극대화 하였으며, 자회사인 팜에어를 설립하여 국내 농업 데이터를 취합해 표준화 하여 농축산물가격을 예측하고 있다.

예측된 정보는 수요자와 공급자의 효율적인 의사 결정을 돕는 데 쓰인다. 또한 기후변화와 농촌 붕괴 등에 대비하여 수직농장과 그린바이오 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미래농업 모델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준비된 농업전문 기업이 테크를 더하면 어떤 기업으로 성장하는지 보여주고자 한다.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기술과 농업의 만남이 이뤄지며 그 성과들이 번개처럼 나올 것이라 믿는다면 일단 접어두는 편이 좋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속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통의 협곡을 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최소한의 노력들은 분명히 큰 의미가 있다. 나아가 이러한 노력들이 현장에서 일하는 필자에게도 언젠가는 바위를 뚫을 수 있는 물방울들의 모임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렇듯 기후변화로 인한 거대한 식량위기 속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자 하는 끊임없는 노력과 과감한 도전이, 아주 느리지만 조금씩 농업환경을, 세상을 긍정적인 미래로 이끌고 있다. 결국 농업인은 기술을 이해하고, 기술은 농업과 작물을 더욱 이해하게 되는 그 접점에서 애그리테크는 새로운 농업 혁명의 희망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박영민 대표는 국내 애그리테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록야의 대표다. 록야는 2011년 설립되어 2013년 강원도 청년창업 우수기업으로 선정됐으며 2015년 농수산식품창업콘테스트 대상을 받았다. 2018년 서울지점이 문을 열었고 마켓컬리에 입점했으며 2021년 감자, 스마트팜 소재 등 종자를 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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