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임대차2법이 시행된 지 8개월이 지났다. 6월이면,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돼, 임대차3법이 완성된다. 정부는 세입자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라고 했지만,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서울과 수도권의 전셋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KB리브온에 따르면 지난달(3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562만원이다. 지난해 8월 서울 평균 전셋값은 5억원을 돌파한 바 있는데, 다시 최고가를 쓴 것이다. 

사진 =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사진 =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시장에서는 '전세난'이 여전하다는 평가다.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한 누리꾼은 "오늘부터 전셋집을 보러 다녔는데, 전세난을 체감한 건 처음"이었다며 "오늘 보고 온 집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일단 내일 가계약금을 걸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만한 금액으로 전셋집이 나오지 않을 거란 우려 때문이다. 

10월에 결혼한다는 다른 누리꾼은 "나날이 치솟는 전셋값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부동산 여러 곳을 다녔지만 아직 구하지 못했다"며 "많은 부동산 정책이 누구를 위한 건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러한 '전세난'의 원인이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공인중개업자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때문에 집주인이 전셋집을 내놓지 않는다"고 했다. 


임대차3법 마지막 퍼즐 '전월세 신고제'


임대차2법은 '새롭게' 전셋집을 구하는 이들에게는 장벽이 됐다. 기존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적용해 전세 연장에 나섰고, 전세 매물은 씨가 말랐다. 여기에 전월세상한제로 임대료를 직전 계약의 5%만 올릴 수 있게 되면서 신규 전셋집의 호가는 치솟았다. 

정부는 시스템 미비 등의 이유로 전월세신고제 시행 시기를 늦췄다. 당시 시민단체들은 전월세신고제 시행이 우선으로 행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경실련)에서는 "임대차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투명한 임대차 거래관행을 확립하지 않고 세입자를 보호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전월세신고제는 세입자에게 정확한 시세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다. 매매계약과 달리, 전월세 게약은 관할 구청 등에 신고할 의무가 없어, 시세 정보가 정확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었다. 집주인이 '부르는 대로' 시세가 형성된 것이다.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면 세입자들은 '정확한 시세'로 거래가 가능해 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달 중으로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전월세신고제를 시범 시행하고, 6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 세종시 보람동, 대전시 서구 월평2동, 충북 충주시 봉방동·수안보면 등이 시범 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중 2~3곳이 최종 선정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면, 계약 당사자들은 30일 이내로 보증금과 임대료 등 거래 관련 내용을 해당 관할 구청 등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와 함께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면 확정일자가 부여된다. 또한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하면 자동으로 전월세신고를 한 것으로 간주된다. 정부는 전월세를 이용한 편법증여나 상속·증여와 같은 탈세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되도 혼란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미 집주인과 임대사업자들은 세금 걱정에 강력 반발하고 있고, 세입자들은 가뜩이나 전세 매물도 없는 상황에서 집주인들이 세금을 반영해 전셋값이 상승할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신규 세입자가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 전월세상한제도 달라진다. 임대료를 직전 계약의 5% 정도 밖에 올리지 못하도록 한 전월세상한제는 신규 계약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집주인이 새로 전셋집을 내놓는 경우에는 임대료를 대폭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면 시세 정보가 명확해지기 때문에 이런 일이 사라질 것으로 분석된다. 

출처= 한국부동산원, 표 = 이코노믹리뷰
출처= 한국부동산원, 표 = 이코노믹리뷰

"시장이 투명해지겠지만...안정화는 힘들듯" 


정부는 전월세 신고가 의무화되면 시장이 '투명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월세 시장 안정화는 어려울 것으로 입을 모았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지원센터 부장은 "전월세 거래 신고가 의무화되면 주변 시세가 명확해지니, 시장 가격을 통제하거나 감시하는 기능은 강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전제 조건은 매물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안명숙 부장은 "임대인이 시장을 좌지우지하면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매물이 많아서 이런 제도가 견제 기능이 되면 의미가 있지만 매물이 없어서, 시장을 임대인이 좌지우지하면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전월세신고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의견을 보탰다.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전월세신고제가 전제되고 임대차3법이 완성되면 좋았는데, 이 부분이 후행하는 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수요자들이 아직 '전세난'이라고 인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윤 수석연구원은 "2년 전에 계약하고 지금 새로운 임대차 계약 갱신 시점을 맞이한 세입자 입장에선 전세난"이라면서 "지난해 오른 전세가 상승폭보다 덜 올랐다는 정도일 뿐, 2년 전에 계약한 세입자 입장에서는 체감 상 1~2억원씩 올라 있으니 (전세가) 안정이라고는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