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시세보다 싸게 (전셋집을) 내놨다"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내놓은 해명이다. 박 의원은 지난해 임대차3법 통과 한 달 전 본인 명의 아파트 임대료를 올린 것이 확인됐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 의원은 지난해 7월3일 본인 명의의 서울 중구 신당동 전용 84.95㎡ 아파트를 보증금 1억원, 월세 185만원에 계약했다. 종전 임대료는 보증금 3억원에 월세가 100만원이었다.

당시 전월세 전환율(4%)을 환산하면 임대료를 9.17% 올린 셈이다. 지난해 9월 시행령 개정으로 바뀐 기준(2.5%)을 적용하면 인상폭은 26.67% 수준이다. 이에 박 의원은 페이스북에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님은 시세보다 많이 싸게 계약한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누리꾼들은 이러한 해명에 비난을 쏟아냈다. 한 누리꾼은 "결국 임대차3법 시행이 집값 상승세를 이끈다는 증거"라며 "시장에서 전월세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걸 의미"한다고 했다.  

일선 시장 관계자들은 매물 부족에 몸살을 앓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한 공인중개업자는 "전셋집이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간혹가다 매물이 나오면 거래되는 터라 물건이 귀하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공인중개업자는 "전세 계약도 잘 안되고 물건도 없다"며 "선거가 끝났으니 전세 매물이 좀 나오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전세가 상승폭 줄였지만, '강세' 지속...매물 부족 여전


서울 전세가는 1월4주(1월25일 기준)부터 3월5주(3월29일 기준)까지 상승폭을 줄이고 있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전세시장에 수요가 감소하자 집주인들이 조급한 마음에 가격을 낮춰 매물을 내놓았다"면서 약세 전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 관계자들은 "전셋값 안정기에 접어 들었다고 확신하긴 이르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서울에 전셋집을 구한다면 어느 지역을 생각하는지 A씨에게 물었다. 그는 "서울 서남권을 주로 알아볼 것"이라고 답했다. 서남권에는 구로구, 금천구, 관악구, 영등포구, 강서구 등이 속한다. A씨는 그중에서도 구로구와 금천구, 영등포구 등을 알아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부동산원 3월5주 주간아파트 실거래가 동향에 따르면 서남권은 3월 동안 전세가 상승폭(0.06%→0.05%→0.03%)이 줄었다. 

시장에서는 전세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부동산원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금천구 시흥동 '남서울힐스테이트' 전용 84.697㎡는 지난 1일 4억950만원(3층)에 전세계약됐다. 인근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해당 물건은 기존 전셋집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을 써서 재계약한 것"이라며 "현재 제일 저렴한 물건이 5억9,000만원이고, 6억원 선까지 나와 있다"고 전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 '금천롯데캐슬 골드파크 1차' 전용 59.93㎡은 지난달 11일 3억1,531만원(21층)에 전세계약됐다. 그런데 30일 5억7,000만원(23층)에 새롭게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이에 따르면 3주 만에 2억5,000만원 가량 오른 것이다. 그러나 기존 전셋집과 신규 전셋집이 동시에 계약되면서 나타난 상황이다. 인근 C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면) 지금과 같은 이중계약은 없어지겠지만 전세가 하락이 될 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물건이라도 많이 나오면 가격이 조정이라도 되겠지만, 물건이 없는 상황에서 전세가 조정이 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영등포구 신길동 D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현 정부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고,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생각에 집주인들이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정책마저 '불신'


오는 6월부터 '임대차3법'의 마지막 퍼즐인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지만,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망감은 크다. 임기 초부터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한 정부였다. 사실상 투기도, 집값도 잡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다”라며 지금까지의 실책을 인정했다. 

부동산 민심에 기름을 부은 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다. 지난달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LH 임직원들이 경기 광명·시흥지구에 100억원대 토지를 매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LH사태'는 지자체와 정치권으로까지 퍼졌다. 부동산 시장 내 투기를 잡겠다던 공무원들이 투기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부동산 민심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무엇보다 청년층의 실망감이 큰 상황이다. 지난달 15일 한국청년연대 등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LH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LH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김식 한국청년연대 대표는 “청년들은 부동산 투기로 배를 불린 사람들을 보면 허탈감과 박탈감으로 한숨만 쉬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 의왕시에 사는 A씨(33세·남)는 "앞으로 정책이 어떻게 나오든 전세가가 더 오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막막함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