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구속되며 79년만에 처음으로 총수 유고 사태가 터졌다. 앞으로의 법리공방 및 특검의 수사 방향에 따라 상황은 유동적이지만 삼성이 지금까지 가보지 못했던 길을 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위기상황의 장기화도 변수다. 최지성 부회장 및 장충기 사장 등 그룹 수뇌부는 여전히 남아있지만 앞으로의 수사에 따라 신변에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은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며 최소한의 소극적 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장 '뉴삼성'의 핵심으로 여겨지던 인수합병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갤럭시노트7 발화에 의한 단종사태를 빠르게 수습하고 나름의 비상을 시도했으나 현재 날개가 꺾이고 말았다. 결국 그 후폭풍은 인수합병 전략의 부재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전조는 벌써 시작됐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합병을 발표한 하만은 1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삼성전자와의 합병을 포함해 총 4건의 안건을 의결한다. 주주 50%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합병이 가결되며 현 상황에서 큰 이변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삼성전자가 이미 우호적인 지분을 대거 확보한 상태에서 무난한 합병이 가능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 대주주 및 소액주주들은 삼성전자의 인수금액이 낮다는 이유로 합병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재용 부회장 구속으로 삼성이 비리기업으로 낙인이 찍히면 합병 반대파의 명분에 힘을 실어줄 개연성도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뼈 아픈 대목이다. 이런 순간 삼성전자의 총수가 직접 주주총회로 날아가 비전을 설명하고 스킨십을 강조하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상황으로는 난망하다.

▲ 출처=삼성전자

하만은 커넥티드카용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텔레매틱스(Telematics), 보안, OTA(Over The Air;무선통신을 이용한 SW 업그레이드) 솔루션 등의 전장사업 분야 글로벌 선두 기업이며 JBL, 하만카돈(Harman Kardon), 마크레빈슨(Mark Levinson), AKG 등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도 보유하고 있다. 카오디오에서는 이외에도 뱅앤올룹슨(B&O), 바우어앤윌킨스(B&W)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며 전세계 시장점유율 41%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만 인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절대 놓칠 수 없다.

하만의 기본적인 전장사업 및 오디오 경쟁력과 글로벌 구축판로와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및 5G, 디스플레이, 전자기술 등을 통합해 커넥티드카 영역에서 완성차 업계의 1차 협력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삼성전자와 하만의 만남은 1차적 관점에서 전장사업에 집중, 도래하는 미래 자동차 시장의 하위 생태계를 빠르게 장악할 전망이다. 하만이 개척한 전장사업 인프라와 글로벌 판로를 십분활용해 삼성전자가 보유한 가전 및 전자 인프라를 활용한다는 의지다. 물론 이 대목에서 하만이 보유한 오디오 브랜드의 가치도 더해질 전망이다.

이 지점에서 완성차 시장이 아닌, 자동차외 플랫폼 사업을 공동으로 영위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스마트폰 및 TV 분야에서 하만의 오디오 브랜드를 활용한 삼성전자의 제품이 탄생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인수합병 전략이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도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인수합병으로 빠르게 비전을 추구한 바 있다. 스마트싱스를 2014년에 인수하는 한편 미국의 공조회사 콰이어드사이드, 서버용 SSD 소프트업체인 프록시멀데이터를 연이어 인수했으며 2015년 11월에는 브라질 문서 출력관리 기업인 심프레스를 품에 안기도 했다.

2015년 2월 인수한 루프페이는 삼성페이의 핵심이 되어 주었다. 2015년 3월 인수한 예스코일렉트로닉스와 2016년 6월 조이언트 인수도 마찬가지며 2016년 6월 애드기어 인수에 나서기도 했다. 2016년 8월에는 데이코를 인수했다. 또 인공지능의 비브랩스와 하만까지 빠른 인수합병 행보를 보인 바 있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 구속으로 이러한 삼성의 큰 그림에는 당분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영도 문제다. 손정의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미국 내 5만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고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무려 80만개 일자리를 약속하는 등, 글로벌 경영은 이미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여기에 기승을 부리는 보호 무역주의도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서 장사하는 모든 기업들의 공장은 미국에 세워야 한다'는 기조를 펼치는 가운데 이를 타파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의 여파로 손발이 묶이고 말았다. 삼성의 미래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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