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영건 특허법인 무한 변리사는 학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그에게는 관련 공부를 해서 석·박사를 하는 것이 과연 내 적성에 맞는 일인가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던 중 변리사로 일하는 숙부를 통해 이 직업을 알게 됐고, 전공 지식을 충분히 살리면서 법률을 다룰 수 있다는 조언에 변리사를 해 보자고 결정했다.
“1996년 가을부터 시험 준비를 시작했고, 1997~1999년 한 학기는 학업, 한 학기는 휴학과 시험공부를 병행하면서 준비했어요. 1999년 36회 변리사시험에 차석으로 합격했죠. 1만 명이 지원한 가운데 80명을 뽑았어요. 전문 자격증에 연봉이 높다는 점 때문에 당시에도 선호도가 높은 직업군에 속했죠. 이후 대한변리사회에서 주관하는 수습 교육을 2개월 간 받고, 10개월 동안 실무 교육을 받은 후 지금까지 계속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변리사들도 자신의 전문 분야가 있다. 송 변리사의 경우 전기전자, 컴퓨터, 통신 분야 특허 전문으로 일하고 있다. 이 분야의 지적재산에 대한 권리의 특허 출원, 등록 유지, 활용(심판/소송)을 담당하는 게 그의 일이다.
기술 특허와 관련된 의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최근 입사한 초임 변리사들은 이공계 출신이 대부분이라고 송 병리사는 귀띔했다. 지난해 합격자 200명 가운데 1명을 제외한 나머지가 이공계였다고 한다.
변리사로 일한 지 14년째 되는 그는 어떤 고객이 가장 기억에 남을까. 송 변리사는 “고객 중에 발명노트를 항상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있었다”며 “전철이든 버스든 이동하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노트에 적고, 3개월에 한 번씩 그간 적었던 내용에 대해 상담을 하는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특허를 20여 건 정도 보유한 고객이었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의뢰인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어느 정도일까.
“사무실과 발명의 난이도에 따라 다릅니다. 변리사는 시간을 투자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받는 일을 하기 때문에 발명 난이도가 높으면 비용이 더 비쌀수 밖에 없죠. 보통 시작부터 심사 이후 특허를 받기까지 약 300만원의 비용이 소요되고 심사기간은 20개월이 걸립니다.”
변리사 직업의 가장 큰 장점을 묻자 송 변리사는 ‘만나는 고객들로부터 항상 긍정의 에너지를 받는 것’을 꼽았다. 그는 “발명자는 자기 아이디어에 대한 희망 때문에 항상 웃고 긍정적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굳이 비교하자면 억울한 사람을 만나는 변호사, 검사, 판사나 아픈 사람을 만나는 의사에 비해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주로 서류 작업이 많아 업무 환경이 좋다는 점도 있다. 항상 새로운 기술을 다루므로 신기술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고, 이로 인해 알츠하이머 등의 질환에 걸릴 확률이 낮은 직종 중 하나라는 것도 그가 꼽은 이유다. 국제 업무가 많아 해외출장이 많은 직업이기도 하다. 그만큼 해외 견문을 넓힐 수 있는 다양한 네트워크가 많이 형성돼 있다.
“변리사의 경우 한국에서 출원된 기술이 해외에서 특허를 받으려면 그 나라의 변리사를 통해서 해당 국가의 지적재산권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에 해외 특허 관련법과 특징도 항상 숙지해야 하고, 해외 변리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특허 출원을 진행합니다. 영어 실력은 필수고, 이 외에 일본어나 중국어를 할 줄 안다면 유용하죠. 글로벌적으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점도 있다. 지적재산권 업무가 대부분 기일이 있는 업무이다 보니 일이 몰리는 경우 야근이 불가피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다고 한다. 또한 항상 새로운 기술에 대한 업데이트가 필요하므로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되고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이에 송 변리사는 꼼꼼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 남의 말을 잘 경청해 주고 들은 내용을 잘 정리해 요약과 접목을 잘하는 사람, 책을 많이 읽어 글을 잘 쓰는 사람, 외국어에 능통한 사람, 특정 기술 분야에 흥미가 있는 사람, 대인 관계가 좋은 사람, 인상이 좋은 사람, 말을 조리 있게 하는 사람 등에 적합한 직업이라고 말했다.
“변리사는 고객을 만나 이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일종의 서비스업이에요. 때문에 인상이 좋고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이미지가 중요합니다. 또한 지적재산권이라는 것은 보이는 형상으로 개념을 잡기 힘들어요. 물건처럼 뇌 속에 개념화시키기 위해서는 이를 글로 표현해야 하죠. 그런데 국어 실력이 없다면 글로써 개념화시키기 힘들겠죠. 글을 해석해서 해당 특허권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확정해야 하는데 안 되면 힘들잖아요. 그런 면에서 글을 잘 쓰고 특정 현상을 글로 풀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여성 변리사의 비율은 약 30% 정도다. 합격자 중에서도 20~3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아무래도 전문직이고 고객과 나 사이의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복잡하고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을 힘들어하는 성격의 소유자나 여성들이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 또한 한 건의 특허 관련 일을 맡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진행하는 일이기 때문에 본인이 한 업무의 실적을 명확히 판단받을 수 있다. 송 변리사에 따르면 전형적인 사무직으로 보면 된다.
송 변리사는 이 직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에 따르면 대화 스킬을 잘 길러야 한다. 주로 많이 듣고, 들은 내용에서 핵심을 잘 뽑아 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연봉에 대해 여쭤보시는데요. 사실 언론에 나오는 것처럼 최고 연봉의 직업은 아니지만 업무 만족도는 높습니다. 1999년도 초봉이 3000만원 정도였어요. 현재 수습 변리사의 초봉은 사무소마다 다르지만 대략 4500만원 정도라고 하네요. 그러나 이 외에도 업무에 대한 자긍심과 해외에서 다양한 네트워크와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점 등 강점 또한 많이 갖추고 있는 직업이 변리사입니다.”
송영건 변리사의 Knowhow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공부를 꾸준히 해야한다. 송 변리사는 보통 아이티 관련 기사를 많이 보고, 애플 관련 제품 분석 사이트를 자주 방문한다. 요즘 신기술 동향이 어떤지 계속 업데이트하는 게 그의 노하우다. 또한 교수들 발명의 경우 논문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논문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단편적인 이야기를 듣고 핵심을 끌어내는 능력 또한 요구된다. 이에 기술, 외국 법제도, 언어실력 등 꾸준한 공부와 업데이트를 위해 항상 배움의 자세로 생활한다. 송 변리사는 이 때문에 ‘치매 걸릴 일이 없는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