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Watch
지구촌 꿀벌이 사라진다
생태계 교란으로 농업생산 큰 타격
어느 날 갑자기 산과 들로 일하러 나간 어른들 모두 사라져버린다. 마을에는 한 할머니와 아이들만 남고 어른은 두 눈을 씻고 봐도 없다. 노동력이 상실되고 활기를 잃은 할머니와 아이들은 그동안 축적된 양식마저 모두 소모한 뒤 조용히 죽어가게 된다.
미스터리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런 현상은 곤충의 세계, 특히 꿀벌들 세계에서 나타나곤 한다.
미국 등 세계 양봉업계에서는 몇 년 전부터 여왕벌과 애벌레만 남기고 꿀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이른바 ‘군집체 붕괴 현상(CCD)’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CCD는 양봉업계뿐 아니라 지구생태계 전체에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꿀벌 실종 60%는 ‘군집체 붕괴’
미국 양봉조사단(AIA)에 따르면 미국에서 꿀벌 실종의 60%는 CCD와 연관이 있다. CCD는 초기 발생지로 알려진 미 남부는 물론 중북부와 캐나다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프랑스·독일·스페인·이탈리아·스위스·폴란드 등 거의 유럽의 전역에서 비슷한 현상이 보고되고 있다. 브라질·인도에서도 같은 문제가 보고된 바 있다. 세계적인 이상현상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살충제, 바이러스, 유전자조작(GMO) 농작물 재배, 지구온난화에 따른 서식 조건 변화 등 다양한 가설이 존재할 따름이다.
최근 언론에서는 휴대전화 기지국 전자파에 주목해 왔다. 그러나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휴대전화 전자파의 영향은 별 의미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있다.
특이한 것은 CCD가 자연상태가 아닌 상업적인 양봉에서만 발생한다는 점이다.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인위적인 생태계 파괴의 영향일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연상태에서 벌집이 무력해질 경우 인근 벌집의 벌들이 침범해 양식을 약탈해 가곤 한다. 그러나 CCD로 벌집이 몰락하는 경우 양식이 아무리 많아도 약탈은 일어나지 않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스 캠퍼스의 농생명과학자인 에릭 매슨 교수는 “벌들이 봄·여름·가을에 채취한 꽃가루로 겨울에 애벌레를 기른다”며 “최근 겨울 온난화로 꿀벌들이 일찍 작업을 나가지만 꽃봉오리가 열리지 않은 상황이어서 에너지 소모가 늘고 양식 섭취는 힘들어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허리케인·홍수·지진·가뭄 등 극단적인 자연재해의 증가와 생태계 환경의 급변도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CCD로 벌들의 생태계가 교란되면 대규모 상업 양봉을 영위하는 나라는 크게 타격 받을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꿀벌이 아몬드의 수분(受粉)에 가장 많이 활용된다. 캘리포니아주의 연간 아몬드 생산량은 15억달러(약 2조원) 규모에 이른다.
美, 꿀벌 의존 작물 생산량 20조원
미국 전체로 볼 때 꿀벌에 의존하는 작물의 생산량은 150억달러(약 20조원) 규모를 넘어선다. 수박·오이·딸기·사과·복숭아·호박 등의 수분에도 꿀벌이 자연스럽게 활용되고 있다.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지구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어떤 동물도 4년 이상 생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은 CCD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할 때 자주 인용되곤 한다. 무엇보다 생태계에서 그 어떤 것도 꿀벌의 수분을 대체할 수 없다.
아시아경제 노종빈 기자 (unt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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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캐롤라이나주의 양봉업자
강혁 편집국장 kh@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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