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테크 기업 메타플랫폼스가 구글의 인공지능(AI) 칩에 수십억 달러 규모 투자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24일(현지시간) 전해졌다. 미국 IT 전문매체 더 인포메이션의 보도에 따르면 메타는 2027년부터 자사 데이터센터에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내년에는 구글 클라우드로부터 칩을 임대해 사용하는 방안도 함께 테이블 위에 올렸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소식이 알려진 직후 26일 뉴욕증시에서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개장과 함께 2% 이상 급등하며 시가총액 4조달러에 육박했다. 반면 AI 반도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던 엔비디아 주가는 장중 한때 7% 넘게 하락하다 4.5% 떨어진 채 마감했다. 이날 하루에만 시가총액 약 1500억달러가 증발했다.
메타의 이번 움직임은 단순한 공급망 다변화를 넘어선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메타는 2026년 최소 1000억달러의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 중 400억~500억달러를 추론용 AI 가속칩 확충에 투입할 예정이다. 글로벌 최대 수준의 큰손인 메타가 엔비디아의 대체제로 구글을 선택한다면 이는 TPU가 시장의 '골드 스탠더드'인 엔비디아 GPU를 위협할 강력한 대항마임을 입증하는 사건이 된다.
구글은 최근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에 최대 100만 개의 칩 공급을 약속하며 하드웨어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이 골드버그 시포트 분석가는 이를 두고 "TPU의 강력한 검증 사례"라고 평가했다. 대규모 AI 모델 사업자들이 단기적으로 구글을 보조 공급자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기술적 관점에서도 이번 검토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엔비디아 GPU는 범용성이 뛰어나 AI 학습과 추론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지만 태생적으로 그래픽 처리용으로 설계됐다. 반면 구글의 TPU는 AI 연산 목적에 최적화된 주문형 반도체(ASIC)다. 딥마인드의 제미나이 등 최신 모델 개발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가 칩 설계에 직접 반영되어 전력 효율과 연산 성능 최적화에 유리하다는 강점이 있다.

엔비디아는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구글은 여전히 엔비디아 GPU 고객이며 제미나이도 엔비디아 기술에서 실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측은 공식 채널을 통해 "구글의 성공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면서도 "엔비디아는 업계보다 한 세대 앞서 있으며 모든 AI 모델을 실행하고 컴퓨팅이 이뤄지는 모든 곳에서 작동하는 유일한 플랫폼"이라고 기술적 우위를 강조했다.
월가는 이번 사건을 시장 판도가 바뀌는 신호탄으로 해석한다. 존스 트레이딩의 마이크 오루크는 "딥시크 충격의 더 미묘하지만 더 큰 버전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효율적인 모델을 내놓으며 엔비디아 주가를 흔들었던 것처럼 구글의 TPU가 엔비디아의 가격 결정력과 독점적 지위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노무라의 전략가 찰리 맥엘리가트 역시 "AI 계급도의 체스판을 재배치했고 시장을 새로운 딥시크 순간으로 끌어들였다"고 진단했다. 메타의 선택이 현실화될 경우 구글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장악한 AI 최강자로 부상할 기회를 얻게 된다. 반면 엔비디아는 범용 칩 시장에서는 AMD의 추격을 받고 맞춤형 칩 시장에서는 구글과 브로드컴에 잠식당하는 이중고에 직면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