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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라덕연 투자자문업체 대표가 2023년 5월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 창구에서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진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으로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은 전 호안투자자문 대표 라덕연씨가 항소심에서 대폭 감형돼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1심 형량인 징역 25년보다 17년 줄었다.

라씨 측에 투자를 일임하지 않은 이들의 계좌를 제외하며 시세조종 인정 금액이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울고법 형사3부(이승한 부장판사)는 25일 자본시장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라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라씨에게는 벌금 1465억1000만원과 추징금 1815억여원도 선고됐다. 검찰은 1심에서 라씨에게 징역 40년과 벌금 2조3590억원, 추징 127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측근 변모씨와 안모씨도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됐다.

나머지 공범들에게도 범행 가담 정도에 따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지난 7월 보석으로 석방됐던 라씨는 이날 법정에서 다시 구속됐다.

2심 재판부는 1심이 시세조종으로 인정한 금액의 3분의 1가량만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세조종 혐의 계좌 중 일임 투자자가 아닌 사람들의 계좌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들 계좌를 통한 주문은 범죄 혐의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라씨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또 이른바 '뒷주머니 계좌'가 존재한다는 라씨 측 주장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일부 계좌와 관련해 "라씨 조직이 위임받아 투자한 계좌와 계좌의 증권사가 달라 명백히 계좌가 구별되고, 위임하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투자할 충분한 유인 동기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범죄수익은닉 혐의도 일부 무죄 판단을 받으며 1심보다 약 114억원 범죄액이 줄었다. 재판부는 '무등록 투자일임업'으로 인한 수익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의 대상이 확대된 2022년 1월 이후부터 범죄수익으로 볼 수 있다며, 그 이전 정산금은 범죄수익 범위에서 제외했다.

◆ "시장 신뢰 훼손했지만 폭락 직접 유발 정황 불명확"

재판부는 핵심 조직원들이 라씨로부터 주가부양 및 종가관리 지시를 받았다고 일관된 진술을 한 점 등을 근거로 라씨 일당의 거래에 주가조작 목적과 고의가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시세조종 범행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자유롭게 형성되어야 할 주가를 의도적으로 조작함으로써 시장의 공정한 가격 형성을 방해하고 시장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인한 주가의 왜곡 정도, 매매에 유인된 일반 투자자의 규모가 막대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세조종 범행으로 장기간 큰 폭으로 부양된 주가가 한순간에 폭락하면서 다수의 선량한 투자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했다"고 질책했다.

다만 재판부는 양형에 참작한 이유로, 이번 사건이 통상적인 시세조종 범행과 달리 피고인들이 2023년 4월 주가폭락 후 투자수익을 모두 상실하고 거액의 채무를 부담하게 된 점을 들었다.

또한 "주가의 폭락을 피고인들이 직접적으로 유발하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이고, 폭락의 직접적인 원인이나 시세조종으로 인한 이익이 결국 누구에게 귀속됐는지는 현재까지 분명하게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일임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정황은 보이지 않고, 투자 손실을 본 일임 투자자 다수가 라씨의 선처를 탄원한 점도 반영했다고 밝혔다.

라씨 등은 2019년 5월부터 2023년 4월까지 매수·매도가를 미리 정해놓고 주식을 사고파는 방식으로 다우데이타·세방·삼천리·선광·하림지주·다올투자증권·대성홀딩스·서울가스 등 8개 상장사 주가를 띄운 뒤 대량 매도해 7300억여원을 챙긴 혐의로 2023년 5월 재판에 넘겨졌다.

2019년 1월부터 2023년 4월까지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채 투자를 일임받아 약 1944억원의 수수료를 취득하고 해당 금액 상당을 차명계좌에 은닉한 혐의 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