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가 서비스하고 슈퍼크리에이티브가 개발한 신작 로그라이크 RPG '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이하 카제나)'가 출시 한 달 만에 놀라운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전 세계 서브컬처 게임 시장에 새로운 '메가 IP(지식재산권)'가 탄생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25일 스마일게이트에 따르면, 카제나는 출시 한 달 여 만에 기록한 글로벌 매출 402억 원(PC·모바일 합산)을 기록했다. 

최근 침체된 국내 게임 시장과 치열한 글로벌 서브컬처 경쟁 구도를 고려할 때 매우 이례적인 성과다. 이는 하루 평균 약 13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셈으로, 카제나가 초반 이용자 모객(Acquisition)과 수익화(Monetization)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음을 증명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일일 활성 이용자 수(DAU)가 111만 명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서브컬처 장르에서 DAU 100만 명 선은 '코어 팬덤'을 넘어 '대중적 흥행' 궤도에 올랐음을 의미하는 상징적 지표다. 글로벌 다운로드 350만 명 중 약 30%가 매일 게임에 접속한다는 것은 게임의 몰입도와 리텐션(재접속률)이 상당히 높다는 방증이다.

플랫폼별 이용자 비중은 모바일이 80%, PC가 20%로 나타났다. 이는 '모바일 우선(Mobile First)' 전략이 유효했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고품질 그래픽과 정교한 컨트롤을 선호하는 '하드코어 유저'층 20%가 PC 플랫폼을 통해 탄탄하게 뒷받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모바일의 접근성과 PC의 쾌적한 플레이 환경을 모두 잡은 멀티 플랫폼 전략이 글로벌 유저들의 진입 장벽을 낮춘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공개된 인포그래픽의 세부 지표들은 카제나가 왜 유저들을 사로잡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 가장 눈에 띄는 데이터는 바로 '카오스 토벌'의 성공 및 실패 횟수다.

유저들의 토벌 성공 횟수는 약 980만 회인 반면, 실패 횟수는 약 1,186만 회에 달했다. 실패가 성공보다 약 1.2배 더 많다는 것은 이 게임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통상적으로 모바일 RPG가 유저 이탈을 막기 위해 초반 난이도를 낮추는 것과 달리, 카제나는 로그라이크 장르 특유의 '도전 의식을 자극하는 난이도'를 그대로 구현했다. '실패의 미학'이라는 로그라이크의 본질을 살린 설계가 오히려 유저들의 도전 욕구와 승부욕을 자극해 플레이 타임을 늘리는 데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전투 중 캐릭터가 불능 상태에 빠지는 '트라우마' 발생 건수가 1,883만 회를 넘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이는 유저들이 위기 상황을 빈번하게 겪으면서도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긴장감 넘치는 전투 경험을 즐기고 있음을 나타낸다.

수집형 RPG의 핵심인 캐릭터(전투원) 관련 지표도 눈길을 끈다.

유저들의 선호도가 명확히 드러났다. 지금까지 구출된 전투원은 총 1억 1,020만 명에 달하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5성 전투원 '톱3'는 '하루', '칼리페', '메이린'으로 집계됐다.

이들 캐릭터의 공통점은 매력적인 외형뿐만 아니라 인게임 성능 면에서도 뛰어난 효율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특히 1위를 차지한 캐릭터가 유저들 사이에서 필수 캐릭터로 꼽히는 것은, 카제나 유저들이 캐릭터의 서사만큼이나 전략적 효용성을 중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신뢰도 레벨 10 달성 순위에서 '유키'가 1위를 차지한 것은 성능 외에도 스토리나 캐릭터성(애정)이 유저들의 육성 우선순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외에도 방주도시 내 정책 승인 건수가 8,357만 건, 정원 카페 커피 주문이 1,608만 잔에 달한다는 것은 유저들이 전투 콘텐츠 외에도 하우징, 경영 등 소셜 및 생활 콘텐츠(Fluff)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게임의 수명을 결정짓는 '애착 형성' 단계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이번 성과는 개발사 슈퍼크리에이티브와 퍼블리셔 스마일게이트의 시너지가 다시 한번 빛을 발한 결과다. 전작 '에픽세븐'을 통해 글로벌 서브컬처 시장의 문법을 체득한 슈퍼크리에이티브는 카제나에서 한층 진화한 2D 애니메이션 연출과 로그라이크 시스템을 선보였다. 여기에 스마일게이트의 안정적인 글로벌 서비스 노하우가 더해지며 초기 서버 불안이나 운영 이슈 없이 연착륙에 성공했다.

스마일게이트 김주형 실장은 "지속적인 의견 청취와 업데이트"를 강조했다. 로그라이크 장르의 특성상 콘텐츠 고갈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는데, 이를 얼마나 발 빠른 업데이트와 새로운 기믹 추가로 상쇄하느냐가 롱런의 열쇠가 될 것이다.

사진=회사 제공
사진=회사 제공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카제나의 초반 돌풍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존의 숙제형 수집 RPG에 피로감을 느낀 유저들이 '손맛'과 '전략'이 살아있는 로그라이크 RPG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매출 400억 원이라는 숫자는 카제나가 단순한 틈새시장 공략이 아니라, 주류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체급을 갖췄음을 의미한다. 향후 신규 스토리 챕터 업데이트, 실시간 PVP(이용자 간 대결) 콘텐츠 강화, 그리고 글로벌 팬덤을 겨냥한 오프라인 이벤트 등이 이어진다면 카제나는 '에픽세븐'을 뛰어넘는 스마일게이트의 대표 캐시카우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