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노동위원회의 교섭단위 분리·통합 결정 기준을 확대하는 내용의 '노동조합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25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24일 밝혔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노란봉투법 개정으로 하청 노조의 원청과의 교섭이 가능해졌음에도 교섭 절차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에 시행령·시행규칙 개정 검토 등 교섭 절차에 관한 규정 보완을 추진해왔다.

노동부는 현행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의 틀 내에서 교섭단위 분리제도를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즉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 하청 노조 간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자율적으로 우선 진행하도록 하나 절차 중 교섭단위 분리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8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교섭단위 분리제도는 노사가 교섭과 관련해 자율적으로 합의가 어려울 시 노동위원회가 근로조건, 고용 형태, 교섭관행 등 여러 기준을 바탕으로 사용자·노조 등 교섭 단위의 통합 또는 분리를 결정하는 제도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개정안은 노사자치의 원칙을 교섭 과정에서 최대한 살리면서 개정 노조법의 취지에 따라 하청 노조의 실질적 단체교섭권을 보장하고 안정적인 원청 사용자와 하청노조 간 교섭 틀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것"이라며 "연내 정부의 사용자성 판단 및 노동쟁의 범위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 산업현장에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노사가 법 시행 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개정안 브리핑 중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개정안 브리핑 중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원청노조와 하청노조는 교섭권의 범위, 사용자의 책임 범위, 근로조건 등에서 서로 차이가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교섭단위를 분리하고, 하청노조 간에도 교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안정적 교섭체계를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교섭단위를 통합·분리한다는 방침이다.

노동부는 특히 교섭단위 분리 및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노동위원회가 특정 근로조건에 대해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하면 원청이 사용자로서 교섭 절차를 진행하도록 해 교섭 전 사용자성 여부를 둘러싼 노사 분쟁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교섭 전후 과정에서 원청 사용자와 하청노조 간 사용자성 범위 등에 대해 의문이 있거나 의견이 불일치하는 경우 가칭 '사용자성 판단 지원 위원회'를 통해 교섭 의무 여부에 대한 판단을 돕는다.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호소문을 배포하고 있다. 이들은 대우조선해양이 하청지회들의 불법파업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DB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호소문을 배포하고 있다. 이들은 대우조선해양이 하청지회들의 불법파업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DB

정부의 노력에도 개정 노조법을 둘러싼 노사 양측 간의 갈등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앞서 노동계는 교섭창구 단일화가 소수 노조의 참여를 배제한다는 이유로 줄곧 반대해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모법의 위임 범위를 넘어서 무분별하게 교섭단위 분리 결정 기준을 확대할 경우 15년간 유지된 원청단위의 교섭창구 단일화가 형해화될 수 있다"며 "산업현장의 막대한 혼란이 우려되는 만큼 무분별하게 교섭단위 분리 결정기준을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경총은 "시행령의 교섭단위 분리 결정기준은 기존의 노조법에 규정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을 구체화하는 수준을 넘어서 노동조합 간 갈등 유발 및 노사관계 왜곡 가능성, 당사자의 의사까지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